단순하면서도 빛나는 청춘의 달리기
달리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달리기의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는 있다. 육상과 수영을 기초종목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달리기는 육체의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냥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스포츠. 하지만 그런 단순함이 오히려 진정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나의 육체가 자연과 함께 아니 그 자체임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달리기가 아닐까? 자동차나 자전거로 빠르게 달리는 기분과는 또 다르게, 원초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 달리기 같다. 마라톤 같이 인간의 극한에 도전하는 달리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던져주고.
달리기가 소재인 <나오코>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8년에 걸쳐 만화잡지 <빅 코믹 스피리츠>에 연재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12살의 나오코는 가족과 함께 섬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섬의 어부가 나오코를 구하지만, 갑자기 파도가 밀어닥치면서 그는 죽어버린다. 죽은 어부의 아들인 유스케는 달리기 선수가 되었고, 고등학생이 된 나오코는 그의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며 달리기 대회를 보러 간다. 한 대회에서 유스케를 만난 나오코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한다. 하지만 유스케는 이미 모든 것을 잊었다고 답한다. 그 대회에서 지고 섬으로 돌아간 유스케를 따라 나오코도 같이 간다. 역전 달리기 대회를 준비하는 유스케의 팀 매니저로 함께 하기 위해서.
<나오코>는 나오코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열 두 살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나이다. 나오코는 유스케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마음의 짐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유스케의 달리기를 지켜보았던 것이다. 잊었다고 말하지만, 유스케는 나오코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오코 때문에, 나오코를 살리고 아버지가 죽은 사실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쓰라린 과거를 공유하는 나오코와 유스케는 달리기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복잡한 관계나 과거 같은 것들을 멀리 하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달리는 것만을 지켜보면서, 그들은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게 된다.
사실 <나오코>는 스포츠영화보다 청춘 멜로영화에 더욱 가깝지만, 달리기가 없다면 좀 맹숭맹숭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나오코>는 달리기라는 소재를 통해서 사춘기 소년소녀의 아찔한 젊음을 보여준다.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것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극히 심플한 기쁨과 즐거움 같은 것들. <나오코>는 ‘달리기’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를 통해서 젊음의 적나라한 순간을 그대로 잡아내고, 왜 우리가 늘 청춘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는지를 일깨워준다. 청춘은 달리기처럼, 가장 단순하면서도 빛나는 순간인 것이다.
주로 엉뚱하고 발랄한 연기로 국내에서도 인기인 우에노 주리는, <나오코>에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내성적이고 청순한 이미지로, 청춘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에노 주리는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배우다. 일본에서도 최근 출연한 드라마 <라스트 프렌즈>에서 따뜻하고 속 깊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나오코>의 내성적인 소녀 역시, 우에노 주리의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추가로, 한 영화 잡지에서 <나오코>의 제작사가 로망 포르노로 유명한 니카츠라는 것을 알고는 신기하다는 투로 리뷰에 한마디를 적었다. 지난 부천 영화제 소개를 했을 때의 일이다. 하지만 니카츠는 로망 포르노만이 아니라 청춘영화에서도 발군이었다. 70년대에 <하얀 손가락의 장난>(1972), <들고양이 롯코> 시리즈 (70-71), <오호!! 꽃의 응원단> 시리즈(76-77) 등을 만들어내며 도발적인 청춘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청춘의 빛과 떨림을 명징하게 잡아내는 청춘영화는, 로망 포르노와 상극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통하는 구석이 있다. 가장 솔직하면서도, 가장 뒤틀리기 쉽다는 것.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니카츠가 로망 포르노 하나로만 생존해왔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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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왜 우에노 주리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없는거야~
우리나라 여배우는 조금 떳다하면 CF만 찍어~
일본 배우들이 멋진게.. 작품만 좋으면 대작, 저예산 영화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것 같더군요..
울나라 배우들도 그런 부분은 좀 배웠으면 합니다.
윗분 말씀하신대로 아파트, 휴대폰 CF만 줄창 찍지 말고 말이죠.
이 만화 스피드라고 국내에도 출간된 명작?입니다. 나름대로...
육체의 한계를 돌파하는 순간의 긴장과 전율이 느껴지죠.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착하고 성실하고 의지적입니다...
일본이란 이미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런 인물들만 존재하는 건 불가능한데..
일본만화를 보다가 등장인물들이 몽땅 다 선인만 존재하면...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이게 진짜야.. 가능하나. 일본이..
이거 만화로 봤었던 기억이...
풋풋하니 재밌겠어요 우에노 쥬리도 좋아하고~ 땡기는 영화네요~!
또다른 색깔의 우에노주리를 본다니 기대되네요 ^^
아직 안보았지만 보고 싶어지는걸요.
고소영 정우성 나온 <러브>보다야 많이 많이 낫겠죠? 그 영화도 연애질, 달리기 하는 영화라서 비교 좀 해주셨음 더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