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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2권은 8월 27일부터 출간).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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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2)
제2장 액막이 (3)
제2장 액막이 (4)
제2장 액막이 (5)
제2장 액막이 (6)
제2장 액막이 (7)
제2장 액막이 (8)
제2장 액막이 (9)
제2장 액막이 (10)
제2장 액막이 (11)
제2장 액막이 (12)
제2장 액막이 (13)
제2장 액막이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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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반면 공표는 투시를 통해 사물을 분간하는 덕에 움직임이 인형보다 한 박자 느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미 많은 기를 소모한 덕에 점점 호흡이 가빠왔다. 어둠 속만 아니라면 인형에게 기공을 날릴 수 있을 텐데 지금은 투시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인형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졌다. 한순간 팔뚝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더니 이내 축축하게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피를 본 인형은 더욱 흥분해 날뛰기 시작했다. 인형이 기석의 음성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저주 때문에 죽어서 저승에도 들지 못했어. 난 내가 받은 저주를 모두 되돌려줄 거야!”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그런 질문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인형이 기묘하게 표정을 뒤틀며 웃었다. 나무인형이 웃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악몽이었다. 이제 인형은 공표를 가운데 놓고 조롱하듯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때 눈앞이 환하게 밝아왔다. 방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잠시 눈이 먼 것처럼 시력이 사라졌다 돌아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수정이 형광등 스위치를 붙들고 서 있었다. 온몸에 발갛게 발진이 돋아난 수정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연신 고통을 이기지 못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공표야…….”
“누나! 괜찮아?”

수정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참아, 누나!”

투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자 빠르게 체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공표는 소진된 기를 모으기 위해 단전으로 진기(眞氣)를 모았다. 극히 짧은 시간임에도 공표의 타고난 염력은 운기조식(運氣調息)으로 빠르게 기운을 회복할 수 있게 했다. 간신히 기력이 회복되었나 싶을 때 등 뒤에서 인형이 달려들었다. 공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움직임으로 돌아서며 손바닥에 경공(硬功)을 실어 날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인형은 저만치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칼을 들고 있던 팔 한쪽이 부러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인형은 다시 조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공표는 인형의 액막이 가면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면이 뜯겨져 나가며 그 안에 숨어 있던 진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석의 얼굴이었다. 공표는 왜 인형에게 가면을 덧씌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인형의 용도가 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등 뒤에서 수정의 신음이 들려왔다.

“누나!”

공표가 다가가자 수정이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누나, 왜 그래?”
“다가오지 마! 나…… 천연두에 걸린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공표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반문했다. 수정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진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진희하고 난 천연두에 걸린 것 같아. 천연두는 백여 년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무서운 전염병이야.”
“누나, 무슨 소리야? 천연두는 사라졌잖아!”

수정은 말하기가 힘든지 입에서 색색거리는 소리를 냈다.

“현실세계에선 그렇지. 하지만 진희와 내가 천연두에 감염된 건 아까 그 염체에 의해서야. 액막이 인형의 저주를 받은 기석이란 아이가 천연두를 앓았거든. 죽은 진희 삼촌들의 시신에서도 모두 예전에 천연두를 앓은 흔적이 발견됐어. 믿기지 않지만 액막이 인형과 기석이의 강한 저주의 기운이 시공을 뛰어넘어 우릴 그 병에 걸리게 만든 것 같아!”
“이제 기석이라는 아이의 영은 완전히 소멸됐어. 인형도 죽었고. 그럼 병도 나아야 하는 거 아냐?”
“다 끝난 게 아닌 것 같아.”
“그건 또 무슨…….”

순간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공표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뒤를 보는 수정의 동공이 공포에 사로잡히며 크게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라 돌아선 공표는 눈앞의 광경에 입을 딱 벌렸다.

기석이 서 있었다. 아이의 진짜 얼굴은 참혹했다. 천연두를 앓은 흔적과 코는 부러졌는지 뭉툭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찢어지고 불에 덴 것 같은 화상 자국까지, 성한 구석이라곤 없는 얼굴이었다. 기석이 입을 벌리자 참을 수 없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기석의 모습이 여러 분신으로 분열하더니 몇 겹으로 겹치듯 보였다.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소리가 새나왔다.

“생전에 내가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너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몰라!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고통이었고 저주였지. 10년도 안 되는 그 짧은 세월 동안 내겐 세상의 온갖 나쁘고 불행한 일들이 다 일어났어. 그 저주는 죽어서도 멈추지 않았지. 우습게도 내가 소멸되지 않고 버티게 만드는 힘이 바로 그 무시무시한 저주와 원한의 힘이야!”

소리는 입이 아닌 기를 통해 전해졌다. 더 이상 어린아이의 앳된 목소리도 아니었다. 아까 상대했던 인형의 기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뒤에서 수정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저건 인형 속에 내재해 있던 기석이의 염체야!”
“염체라고?”
“기석이의 잔류사념을 통해 알게 된 거야. 생전에 기석이가 가지고 있던 분노와 원한, 저주 같은 마음들이 따로 떼어져 나와 액막이 인형에게 달라붙어 인형 그 자체가 악령으로 변한 거라고! 그러니까 저건 기석이의 영이 아니라 기석이의 마음속 분노와 저주의 덩어리인 셈이야!”
“잘 아는군. 그래, 너희 인간들의 사악한 마음이 날 만들어냈지! 세상의 온갖 질병과 고통, 이기심 그리고 저주하는 인간들의 마음이 지금 내 안에서 요동을 치고 있지. 자, 본래 너희들의 것이니까 이제 다시 되돌려주겠어!”

기석의 모습을 한 악령이 여러 겹으로 분열되기 시작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언(方言)이었다. 공표는 아직 방언을 알아듣지 못했다. 소리는 사방에서 울려왔고 기의 파동을 일으켰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공표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수정이 비명처럼 소리쳤다.

“공표야!”

수정의 목소리가 느려지며 아득하게 멀어졌다. 잠시 후에는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완전히 눈앞에서 사라졌다. 공표는 소리도 낼 수 없었고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기공을 쓰려 해도 무중력 상태의 우주공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감각이 둔해졌다. 사방은 온통 붉은색의 기운으로 뒤덮였다. 이 모든 게 환술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그걸 벗어날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악령은 공표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공표는 환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붉은색의 공간은 더욱 완고하면서도 구체적인 질감을 가지고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왔다.

세 겹, 네 겹으로 분열된 수많은 악령이 마치 끊어지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공표의 주변을 맴돌았다. 공표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느리고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다시 사방에서 방언이 쏟아져 들어왔다. 수만 개의 바늘이 동시에 몸을 찌르는 것 같은 고통에 공표는 무기력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바늘 같은 살기가 몸을 찌르고 들어와 피부에 구멍이 생기자 엄청난 압력으로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공표는 이 역시 환상이라고 저항했지만 실제로 고통이 느껴졌고 정말로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생한 공포가 엄습했다. 뿜어져 나온 피는 무수한 핏방울로 변해 우주공간의 물방울처럼 눈앞을 둥둥 떠다녔다.

기묘한 아름다움이었다. 공표는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그것들이 바로 자신의 피라는 사실을 깨닫고 몸서리를 쳤다. 정신이 흐릿해지며 현기증이 일었다. 악령이 눈앞으로 다가서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저주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줄게!”

악령이 마지막 공격을 가하려는 듯 손을 들어 공표의 가슴을 향해 뻗어왔다. 다른 차원에 속한 존재에게 직접 물리력을 가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악령의 기운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였다.

악령의 손이 차원을 헤집고 들어오자 눈앞의 공간이 뒤틀리며 왜곡되는 것처럼 일그러졌다. 손은 마치 연체동물처럼 구불구불하게 휘어지더니 차원을 넘어와 공표의 가슴에 닿았다. 축축하면서도 차가운 손의 질감이 정말로 느껴졌다. 악령의 손이 공간을 비틀었고 공표는 비명을 질렀다. 손이 몸속으로 들어와 심장을 움켜잡았던 것이다. 뜨거운 불덩이가 들어온 것처럼 경락이 막히고 기혈의 흐름이 멈춤과 동시에 무한한 고통이 달려들었다.

공표는 비명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뻣뻣하게 몸이 굳어갔다. 아빠 얼굴이 떠올랐고 죽은 엄마 얼굴도 생각났다. 차라리 이대로 끝내주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낭랑한 음성이 공간을 파고들었다. 처음엔 아득하고 멀게 느껴지던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소리는 일정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읊고 있었다. 선일의 목소리였다. 선일이 폭마술의 주문을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신비한 소리의 힘과 기운을 담은 파동이 또 다른 공(空)의 세계를 파고들었다.

“폭마술염 화염신 퇴악마귀 부생혼무(爆魔術炎 華炎神 退惡魔鬼 不生魂無)…… 폭마술염 화염신 퇴악마귀 부생혼무(爆魔術炎 華炎神 退惡魔鬼 不生魂無)…… 폭마술염 화염신 퇴악마귀 부생혼무(爆魔術炎 華炎神 退惡魔鬼 不生魂無)…….”


다음 이야기
제2장 액막이 (16)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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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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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분홍돼지 2008/08/29 16:16

    재밌있어요..한번 읽고 계속 찾아오게 되네요.

  2. 망부석 2008/08/29 21:23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에 선일이 나타나줘서 참 다행이에요
    공표랑 수정이랑 다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주인공들이니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죠?

  3. 좋은 소설 잘 보고 갑니다. 또 오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4.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5. 후끈팬더 2008/09/03 13:38

    수욜 연재 기다리는데 안나와서 서성이는 중

    • 죄송합니다..
      오전 일찍 올렸어야하는데 정신이 없다보니..T_T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