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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쇼를 보는 듯한 현란함

밤낮 없이 일에만 매달리던 프리랜서 작가 사쿠라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콰이어트룸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전신이 구속된 상태로 꼼짝할 수 없는, 폭력적이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신병원의 콰이어트룸. 기억을 더듬어 보니, 마감에 쫓기며 원고를 쓰다가 술을 마시고 거기에 수면제까지 먹는 바람에 병원으로 실려 온 것이었다. 자살 기도를 했다고 오해를 받아 정신병원까지 오게 된 것이고,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고 실수로 오게 된 것이다, 라고 사쿠라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보통, 나는 정상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뭔가 다르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던 사람이 약간의 정신적 충격을 받고는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정신병원이라는 세계도, 결국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병원을 무대로 하는 영화들은 흔히 구분 짓는 정상과 비정상이 대체 어떤 관계인지,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란 게 과연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정신병원은, 이 세상의 은유로 등장한다. 자유를 억압하고, 다른 취향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거세하는 또 하나의 감옥. 이와이 순지의 <피크닉>에서 정신병원을 빠져나온 그들은, 담을 타고 끊임없이 걸어간다. 그들은 이 세상에 속할 수 없는, 이 폭력적인 세상에 복종하기를 거부한 이들이다.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자살 기도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소녀는, 세상의 참혹함에 대해 배우게 된다. 자신의 고민을 벗어나, 타인에 대해 알게 되면서 진정한 자아와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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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 스즈키의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 역시 정신병원을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쿠라는 자신이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입장에 선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들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다. 음식을 거부하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이 되거나, 우울증에 걸려 있는 사람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바깥 세상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던 사쿠라는 결국 진실을 알게 된다. 왜 자신이 콰이어트룸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잃어버린 혹은 의도적으로 지워버렸던 기억을 되찾게 된다. 그 비참한 기억과 함께, 자신이 외면하려 했던 과거와 직면한다. 사쿠라는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사쿠라 역시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과 지독하게 부대끼다가 순간 무릎이 푹 꺾이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 진실을 알고서, 사쿠라는 다시 돌아갈 힘을 얻는다. 진정한 자신을 되찾는다.

사실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의 주제는 다소 식상하다고 할 수 있다. 나름 감동적이고 공감도 되지만, 이미 많은 영화나 책에서 보았던 것이다.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의 진정한 즐거움은 진지한 주제의식이 아니라, 카니발을 보는 것 같은 현란함이다.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는 실재와 가짜 기억, 환상을 마구 뒤섞어 버리면서 지그재그로 나아간다. 정신병원 환자들의 기이한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끼워 넣으면서, 사쿠라의 각성을 교묘하게 이끌어낸다. 또한 환자들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까지, 등장하는 캐릭터는 한껏 과장되어 있고 그들 간의 관계 역시 한껏 부풀어져 있다.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치 버라이어티쇼를 보는 것 같은 과장과 현란함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오타쿠의 바이블 같기도 한 <사랑의 문>으로 감독 데뷔를 했던 마츠오 스즈키는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에서도 전혀 취향을 숨기지 않는다. 그건 장점이면서도,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는 충분히 즐거운 영화지만, 어딘가 '조작된' 세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가상의 세계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누군가의 풍경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나쁘지는 않지만, 유쾌하지도 않다.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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