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다중인격을 그린 사이코 스릴러
이 영화에서 '미친 형사' 또는 '신탐神探'은 유청운이 연기하는 번입니다. 그는 왕년에 민완형사로 이름을 날렸다가 퇴직하는 상사에게 자기 귀를 잘라서 선물로 준 뒤로 미쳤다고 경찰에서 잘렸죠. 5년 뒤, 호형사라는 후배가 살인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합니다. 사건이 이래요. 두 명의 형사가 인도인 고철도둑을 찾으러 잠복했는데 그만 형사 하나가 실종이 됩니다. 그리고 그 형사의 것으로 밝혀진 권총을 이용한 강도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지요.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괜히 '신탐'인 게 아니죠. 그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봐요. 한 마디로 우리 내면의 분열된 자아를 구별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시빌>처럼 본격적인 다중인격을 다룬 영화라고 보시면 안 됩니다. 정말 그렇다면 번의 능력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겠죠. 해리성정체장애를 앓고 있는 범죄자들이 홍콩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보다 번이 보는 건 우리 인간 내면의 보다 보편적인 갈등을 은유화시킨 것이라고 하는 게 올바를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번이 보는 그 인격들을 관객들도 그대로 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가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용의자 치와이를 바라볼 때, 우린 다양한 모습과 성격의 배우 일곱 명이 갱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발을 맞추어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각각의 인격마다 배우들을 하나씩 부여하는 건 다니엘 페트리가 <시빌>에서 한 번 써먹은 것이긴 한데, <시빌>보다는 이쪽이 더 재미있습니다. 과학에서 해방되어 보다 자유롭게 사용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이들의 인격은 유령처럼 분리되어 사건현장을 홀로 방황하기도 하고 주인공에 의해 일부가 절단되기도 합니다. 이건 모두 현대 정신의학과 아무 상관이 없죠. 그냥 자유로운 시적 게임인 겁니다.
이런 능력은 주인공 번에게 독특한 캐릭터와 갈등을 부여합니다. 물론 살인범을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주인공에게 '살인범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해답이 나와 있지요. 그에게 더 중요한 건 이 속이 빤히 보이는 부정직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정립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는 늘 실패합니다. 그런 세상에서 달아나는 도중 그 자신을 기만 속에 가두기도 하고요. 그런 번의 모습을 적절한 광기를 담아 그려내는 유청운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영화가 스릴러로서 설정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명탐정 번의 능력을 그리는 방식에는 치밀한 논리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는 그냥 범인을 알아맞혀요. 그 뿐이에요. 치와이에게 일곱 개나 되는 인격을 준 건 좋았는데, 그 중에서 제대로 소개되는 건 겨우 세 명이에요. 그럼 낭비죠. 조금씩 급하게 쓰고 급하게 만들었다는 티가 납니다. 두기봉은 늘 그래왔지만, 이번 설정이 보다 꼼꼼한 각본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더욱 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두기봉과 위가휘의 공동감독작입니다. 감독으로서 위가휘의 입김이 어느 정도 발휘되었는지 알려면 조금 더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두기봉스럽다고 느껴지는 액션 장면이 말미에 있습니다. 그 장면은 오슨 웰즈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노골적인 오마주이기도 해요. 이 정도면 보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기타등등
<제1규칙>이 떠오르더군요. 기본설정이나 스토리 전개 방식이 비슷해요. <매드 디텍티브> 쪽이 더 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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