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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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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2)
제2장 액막이 (3)
제2장 액막이 (4)
제2장 액막이 (5)
제2장 액막이 (6)
제2장 액막이 (7)
제2장 액막이 (8)
제2장 액막이 (9)
제2장 액막이 (10)
제2장 액막이 (11)
제2장 액막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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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인형은 마치 저만의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나무로 만든 손발을 기이하게 움직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 있던 악귀에게 빙의당한 사람은 진희 아빠였다. 그는 이미 부적의 기운을 막기 위해 거울을 엎어놓았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선일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12

진희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고 수정은 묵주를 돌리며 온 마음으로 주의 기도를 암송했다. 진희 엄마는 이상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당에서부터 여자의 웃음소리와 함께 캑캑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안방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수정은 선일이 너무 조용해 마음이 불안했다. 방 안으로 살을 에는 것 같은 한기가 흘러들더니 섬뜩하게 수정의 발목을 휘감았다. 그것만으로도 입에서 비명이 새나올 지경이었다.

이윽고 서서히 방문이 열리며 원래의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이 움직였다. 눈으로 확인할 순 없었지만 방 안에 뭔가 들어왔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수정은 자기도 모르게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진희의 손을 찾아 꼭 쥐었다. 진희도 힘껏 수정의 손을 맞잡았다.

눈앞에서 다시 어둠이 움직였고 역한 피비린내가 얼굴에 확 끼얹어졌다. 피 냄새를 맡는 순간 수정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집중력이 흐려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수정을 감싸고 보호하던 기운도 풀린 실타래처럼 힘없이 흩어졌다. 당황한 수정이 다시 주의 기도를 외우려 할 때였다. 어둠이 눈앞으로 다가오며 그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캑! 캑! 캑!”

질식할 것만 같은 공포가 목구멍으로 밀려들었다.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어떤 형체가 나타났다. 고개를 까딱거리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무언가는 사람이 아닌 인형이었다. 인형은 나무로 된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얼굴은 추하고 흉물스러운 모양이었고 이마에 厄(액)이란 붉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인형은 마치 먹이를 고르는 짐승처럼 탐색하듯 수정을 살피다 이불 속 진희 쪽으로 움직였다. 그걸 느꼈는지 이불 속에서 진희의 가는 울음소리가 새나왔다. 수정은 직감적으로 이번에 죽임을 당할 대상은 진희라는 걸 알았다.

“언니…….”

놀랍게도 인형은 그저 형체만 있는 영이 아니었다. 인형은 물리적으로도 완벽한 실체를 지니고 있었다. 인형의 시커먼 나무손이 꿈틀거리듯 이불 속을 파고들더니 진희의 손을 잡았다. 이불 속에서 진희의 겁먹은 울음이 새나왔고 그 느낌은 손을 맞잡은 수정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형과 손을 맞잡은 순간 어떤 감각이 수정과 진희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인형의 기억이기도 했고 고통이기도 했다.

눈앞에서 붉은빛이 명멸하며 엄청난 고통이 몸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진희와 수정은 거의 동시에 비명을 내질렀다. 무수한 바늘이 한꺼번에 몸속으로 파고들어오는 것 같았다. 인형의 고통스런 기억이 진희의 손을 통해 수정에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기억은 불과 몇 초 사이에 수백 년 동안 봉인됐던 무서운 이야기를 수정의 머릿속에 한꺼번에 풀어놓았다. 수정은 숨조차 내쉬지 못하고 꺽꺽거렸다. 멀리서 붉은빛이 수정에게 확 달려들며 붉은 영상이 떠올랐다.

첫 번째로 떠오른 기억은 기기묘묘한 그림들과 주술도구로 가득한 무당의 방이다. 방의 한가운데 무당과 곱게 한복을 입은 여자가 마주보고 앉아 있다. 여자가 대여섯 살쯤 됐을 남자아이의 얼굴 그림을 무당에게 건넨다. 한지에 묵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분명하게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꽤나 정교한 그림이다. 여자는 벼슬아치 집안의 후처이고 그림 속 아이는 본처의 자식이다. 후처는 본처의 아이를 저주하고 싶다. 영상과 기억은 단편적으로 툭툭 끊어진다.

다른 기억.

노인이 침침한 작업장 안에서 가면을 만들고 있다. 바로 액막이 가면이다. 노인이 가면에 厄(액)이란 붉은 글씨를 새겨 넣고 있다. 무당이 작업장으로 들어온다. 무당이 구석에 세워둔 나무인형을 집어 든다. 붉은 옻칠을 한 나무인형의 얼굴은 놀랍게도 조금 전 여자가 건넨 그림 속 아이와 꼭 닮았다. 무당은 노인에게 액막이 가면을 넘겨받아 인형의 얼굴에 씌워 아이의 얼굴을 가린다. 무당이 음산하게 중얼거린다.

“세상의 모든 끔찍한 액(厄)을 너에게 다 몰아주마!”

기억.

방 안이다. 후처의 방이다. 방의 한쪽 구석에 액막이 인형이 세워져 있다. 본처가 방에 들어온다. 본처가 말한다. ‘방에 왜 저런 흉물스런 걸 들여놨어?’ 후처가 말한다. ‘형님, 저 인형은 액막이예요. 생긴 건 저래도 집안의 모든 액운을 저 인형이 대신 가져간답니다. 형님 방에 갖다놓으면 아마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

기억.

방에서 아이가 신음하며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다. 본처의 여덟 살 된 아들 기석이다. 기석의 온몸이 불덩이처럼 끓고 있다. 전신에는 발갛게 발진이 돋아 있다. 수정도 아이가 느끼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낀다. 온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것 같다. 순간 한 단어가 떠오른다.

천연두!

후처의 저주로 기석이 천연두에 걸린 것이다. 죽은 진희의 삼촌들 얼굴에 곰보자국이 나 있던 것도 바로 기석을 죽게 만든 천연두의 흔적이다. 아이의 바로 옆에는 액막이 인형이 아이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자세로 음흉하게 서 있다. 본처가 무덤에 들어가는 기석의 시신을 붙잡고 울부짖는 동안 후처는 숨어서 소리 없이 웃고 있다.

기억.

야심한 시각. 기석의 방에 있던 인형이 혼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형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다. 인형은 소리 없이 방을 나간다. 인형을 조종하는 건 무당이다. 인형은 칼로 본처마저 살해한다.

뜻을 이룬 후처는 인형이 두렵고 꺼림칙하다. 후처는 인형을 들고 부엌으로 가 불이 활활 타는 아궁이 속에 던져 넣는다. 순간 인형이 불길 속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궁이 밖으로 튀어나온다. 인형이 겁에 질린 후처에게 달려들며 소리친다.

“실컷 이용해먹고 죽이려 들다니! 뜨겁다, 이년아! 니년부터 죽어라!”

인형은 춤을 추는 것처럼 부엌에 있던 칼을 집어 들고 후처를 마구 찌른다. 그때 이미 인형은 저만의 생명력을 지닌 것이다. 마침 나타난 무당이 뭐라고 주문을 외우자 인형은 맥없이 그 자리에 폭삭 주저앉는다. 무당은 그런 인형을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13

“아저씨, 더 빨리 갈 순 없나요?”

공표가 재촉하자 택시기사가 힐끗 룸미러를 보며 인상을 썼다.

“지금보다 더 빨리 어떻게 가?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학생이 책임질 거야?”

공표는 말도 더 붙이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칠흑 같은 밤인데다 비포장의 꼬불거리는 시골길이니 기사의 말이 틀린 셈은 아니었다. 실은 지금도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는 속도였다.

“얼마나 더 가야 돼요?”
“이제 거의 다 왔어. 한 5분이면 도착할 거야!”

택시기사는 연신 꺼림칙한 표정으로 룸미러를 힐끔거렸다. 그 또한 공표에게서 으스스한 한기와 이상한 기운을 느낀 모양이었다. 공표 옆에 묘화가 입을 삐죽 내밀고 앉아 있었는데 묘화가 말을 걸 때마다 공표가 인상을 쓰며 조용히 시키는 과정에 번번이 룸미러로 쳐다보는 기사와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공표는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눈을 감았다. 아빠가 나가는 걸 보고 곧바로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버린 것이다. 적어도 사건이 벌어진다는 새벽 1시 전까진 도착하려 했는데 이미 시간은 한참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택시가 급정거하듯 멎었고 기사가 말했다.

“다 왔어. 더 이상은 못 들어가.”
“왜요?”

기사가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저기 보이는 집 있지? 그 집이 네가 찾는 밤나무집이야. 무슨 일로 그 집에 가려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같은 그믐밤이면 그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소문이 인근에 자자하다구. 웬만하면 이대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공표는 기사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공표가 내리자마자 택시는 도망치듯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멀찌감치 기와집 한 채가 시야에 들어왔고 집은 안개 같은 불그스름한 기운에 감싸여 있었다. 묘화가 기와집을 보고는 주눅이 든 음성으로 말했다.

“어휴, 저기 붉은 기운 모인 것 좀 봐. 장난이 아냐. 너무 지독해! 여기까지 이렇게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잖아. 어떻게 생겨먹은 악귀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 사람을 몇이나 잡아먹은 거야? 공표야, 우리 그냥 이대로 돌아가자! 네가 없어도 아마 장 법사님하고 수정 언니가 잘 알아서 처리할 거야.”

기공수련을 하고 투시능력이 있는 공표에게도 원한령의 살의가 담긴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졌다. 굳이 맞붙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의 힘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직 퇴마의 경험이 많지 않은 공표에겐 아마 감당하기 힘든 버거운 상대일 것이다.


다음 이야기
제2장 액막이 (14)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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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소설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연재 방식을 조금 바꿔 주시면 안되나요???
    월,수,금에서 월,화,수,목,금,금,금 으로요.....
    언제 수요일까지 기다리나....쩝.....

  2. 올려주시느라 감사드리고요..잼있게 꾸준히 잘읽고 있답니다...

  3. 언제나 흥미진진하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4. 망부석 2008/08/27 00:47

    ㅎㅎㅎ윗분 댓글 너무 재밌네요ㅋㅋ 월화수목금금금ㅋㅋㅋ
    이제 날이 밝고 얼마 안있으면 다음편이 또 올라오겠지요~
    기대감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어야겠어요ㅎㅎ
    기분좋은 꿈을 꿀 것 같습니다^^

  5. 저도 월화수목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