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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구토 (3)



내 입에서 쏟아져 나와 쓰레기를 녹이는 그 ‘체액’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강한 산성 액체 같기도 했고, 강한 알칼리성 액체 같기도 했다. 그게 위에서 분비되는 건지, 다른 기관에서 분비되는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새롭게 만들어진 신체기관에서 분비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쓰레기의 부피를 줄이는 데에는 기막히게 효과적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아무리 커다란 부피의 쓰레기도 한데 뭉쳐 ‘체액’을 쏟아내면, 이내 부글거리며 형체가 문드러지기 시작하고, 1분이면 본래의 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덩어리로 오그라들었다. 나는 체액이 덩어리와 완전히 융화되어 손으로 만져도 손의 단백질을 녹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랑말랑해진 그 덩어리들을 쓰레기봉투에 차곡차곡 넣으면 그만이었다. 10리터들이 쓰레기봉투 서너 개는 족히 필요할 양의 쓰레기도 그 과정을 거치면 5리터 쓰레기봉투에 넉넉히 들어갔다.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내 몸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그 체액이 아무 때나 솟구치는 것도 아니요, 내 의지대로 틀어 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생활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공기 중의 미생물들과 결합하여 특유의 악취를 내며 썩어갈 때, 그 쓰레기가 내 시각과 후각과 촉각을 자극하여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불러일으킬 때, 체액은 생성되었다. 체액이 생성되는 느낌은 부신수질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과 흡사했다. 가슴이 싸한 느낌. 그런 직후 그것은 욕지기처럼 내 식도를 자극하며 틀어 올랐고, 이내 입 밖으로 쏟아졌다.

나는 내가 그런 ‘과정’을 통해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걸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남편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내 체액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면서부터 집은 보다 깨끗해졌다. 공교롭게도 그 즈음부터 602호 여자가 내놓던 쓰레기가 자취를 감추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운 일이기도 했다.

7월에 접어들면서 나는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악취를 뿜으며 남편이 내 위에 올라와 버둥대는 일이 뜸해지는 게 좀 이상하다 싶었다. 갑자기 남편이 몸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헬스클럽 야간반에 티켓을 끊는가 싶더니, 면도도, 샤워도 아침저녁으로 거르지 않는 것이었다. 옷차림에도 부쩍 신경을 썼고 옷에 작은 얼룩이라도 묻었거나 유행이 지났다 싶으면 아예 입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래? 애인이라도 생겼어?”

나의 농담에 남편은 버럭 성을 냈다.

“내가 뭘? 난 좀 깔끔 좀 떨면 안 돼?”
“당신, 왜 그래? 농담 줌 한 것 갖구…….”
“난 뭐 맨날 후줄근하구 지저분하게 살라는 법이라두 있어?”

남편은 벌게진 얼굴로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는 아파트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뭔가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내가 받으면 말없이 끊기는 전화가 자주 걸려왔고,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남편은 뼈다귀를 물고 집으로 들어가는 개처럼 나를 피해 거실 혹은 베란다로 자리를 피했다. 귀가 시간은 불규칙하게 늦어졌고 약속이나 일이 자주 생겼다.

“얘, 너 그 지경이 되도록 몰르구 있니?”

대학 동창이 전화를 해왔다. 앳된 아가씨와 자동차를 타고 가는 남편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전부터 눈썰미 있기로 유명했던 친구였다.

그랬다. 발신번호 추적으로 나는 남편에게 새로 생긴 여자가 이제 막 고1이 된 여고생이란 걸 알게 되었다. 원조교제였다. 그것도 지속적인…….

“오빠는 댁한테 못 얻는 성적 만족을 나한테 얻고, 나는 오빠한테 용돈 좀 받는 게 뭐 큰일이라도 되나요?

카페에서 대면한 그 계집애는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나에게 항변했다. 기다란 속눈썹을 붙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습게도 계집애는 결혼 전 남편이 역겹다고 치를 떨던, ‘귀를 뚫고 눈썹을 밀고 담배를 피우는’ 여고생이었다.

“너 이러고 다니는 거 부모님도 아시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침묵하다 그리 물으니,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남이사.”

그리고 계집애는 일어섰다. 카페 문을 나가며 년은 나에게 들으라는 듯 툴툴댔다.

“씨발, 바쁜 사람 붙잡구 별 같지 않은 게 생트집 잡구 지랄이야.”

당장 쫓아나가 계집애의 머리끄덩이를 붙들고, 체액을 그 면상에 쏟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겨우 억누를 수 있었던 건 당돌한 계집애에 대한 황당함보다 남편에 대한 증오심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남편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느꼈던 환멸들이 열 살도 더 어린 계집애와 섹스하면서 씻겨 깨끗이 사라지느냐고.

사고가 난 것은 바로 그 날 밤이었다.

새벽 세 시가 넘도록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남편이 그 계집애와 뒤엉켜 뒹구는 모습이 내낸 어른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이 들어오면 짐을 쌀 작정이었다. 다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어떤 힐난도 퍼붓고 싶지 않았다. 남편도 그가 결혼 전 그렇게 욕하던 쓰레기들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남편 역시 쓰레기였다. 역겨웠다. 자꾸만 체액이 틀어 올랐다. 참을 수가 없어서 주방으로 가서 어느 정도 쌓인 쓰레기에 체액을 모조리 토해냈다. 그 어느 날보다 많은 양이었다. 혀와 입술이 다 얼얼해질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자, 입술 껍질이 녹아 벗겨졌다.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병원이었다. 병원 직원은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을 알렸다.

병원으로 달려간 나는 사고 당시 남편이 몰던 차의 조수석에 그 계집애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집애는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우습게도 남편의 성기가 잘린 채로 계집애의 입 속에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사고의 정황은 쉽게 눈앞에 그려졌다. 계집애는 장난스럽게 운전 중인 남편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었을 테고, 어느 순간 남편은 절정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주의력이 흐트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었을 테고, 마주 오던 4.5톤 트럭과 정면충돌했을 터였다.

열 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남편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이미 하반신은 마비된 상태였고, 죽은 신경들은 회생불능이었다. 회생불능이었기에 재활치료 따위도 필요 없었다. 장마가 끝난 후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에 남편은 퇴원했다. 꼴사나운 소변 봉지를 매단 휠체어에 앉은 채로. 남편의 휠체어를 밀며 나는 남편의 정수리에 체액을 쏟아버리고 싶었다. 내 체액에 녹아나는 남편의 두개골과 뇌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상상을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남편을 택시에 태우다 남편의 눈에 비친 눈물을 언뜻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반신불구가 된 남편과 아파트로 돌아가는 기분은 정말 더러웠다. 하늘도 구질구질한 비를 뿌려대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복잡하다는 이유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단지 앞에 나와 남편을 내려두고, 트렁크에 든 휠체어를 내던지다시피 한 후 줄행랑을 놓았다. 빗줄기는 굵어져 있었다. 나는 쉰내가 나는 남편을 부축해 휠체어에 앉히고 겨우겨우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깨물고 있는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 거울을 보고야 알아차렸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나와 남편을 맞은 것은 쓰레기 썩는 악취였다.

“씨발, 뭔 놈의 집구석이 쓰레기밭이야!”

남편은 발작적으로 현관에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집어 내던졌다. 쓰레기봉투에 싱크대 모서리에 맞고 찢어지며, 속에 들어 있는 쓰레기들을 쏟아냈다. 나는 현관 턱에 걸려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남편의 휠체어를 내버려두고 쓰레기 있는 쪽으로 걸어가 남편이 보는 앞에서 체액을 쏟아냈고, 쓰레기들은 원래의 형체를 잃고 부글거리며 녹아났다.

“드럽게 그게 뭔 지랄이야!”

분명 내 입에서 체액이 쏟아져 나왔고, 그 광경을 뻔히 보았음에도 남편은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마치 구토를 하는 장면이나, 사래 걸려 씹던 음식을 입 밖으로 뱉어내는 광경을 보고 면박이라도 주는 듯한 말투였다. 남편은 으레 볼 수 없는 광경을 보고도 놀라움이나 그 어떤 감흥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남편의 눈동자는 흐렸다.

어린 시절 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달여 준다며 잉어를 한 마리 사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산 채로 배를 딴 잉어를 커다란 양은솥에 넣고 이 홉들이 소주 두 병을 들이부었다. 소주 속에서 잉어는 뻐끔뻐끔 헛숨을 들이쉬며 텅 빈 내장 속으로 소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잉어의 눈알은 흰자위에 까만 눈동자가 박힌 정상이었다. 그러나 두 시간쯤 지나 양은솥에서 김이 푹푹 새어나올 즈음 호기심에 솥뚜껑을 열었을 때 잉어의 눈알은 새하얗게 익어 있었다. 흰자위와 눈동자도 구별할 수 없었다. 남편의 눈은 그 때 그 잉어의 새하얀 눈과 같았다. 생기가 완전히 증발해버린 눈.

그 잉어가 양은솥에서 그러했듯 남편은 그 날부터 술독에 빠져 살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가 계집애와 원조교제하다 당한 사고가 쓰레기로 가득 찬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에 있기라도 한 양 한스럽게 한숨을 토해내며 술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술에 취하면 움직일 수 있는 상체의 모든 부분으로 발광하며 술병을 내던지고 접시를 깨고 소변 팩을 내던지고, 가끔은 울음을 터뜨렸다.

“씨발, 내가 이런 병신이 돼서 밥이나 축내는 밥버러지가 되다니. 좆같은 세상. 뒤져야지, 뒤져버려야지. 살아서 뭐해.”

그렇다고 남편이 자살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살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반신이 마비된 탓에 2시간에 한 번씩 다리를 움직여주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어지면 욕을 하고 난리를 쳤다. 가장 성가시고 귀찮은 일은 남편이 용변을 보아야 할 때였다. 소변은 그런 대로 보았지만 대변은 일일이 관장을 해줘야 했다. 관장을 하고 변기 위에 앉혀 주면, 남편은 나더러 빨리 화장실 문 닫고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지막으로 남은 수치심 때문이었다.

남편의 하체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관절은 뻣뻣해지고 신경이 죽은 근육은 힘을 잃어 쭈글쭈글해졌고,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도 군데군데 욕창이 생겨 악취를 풍겼고, 피부색도 늙은이의 그것처럼 누렇게 변색되었다.

“다 니 년 짓이지? 첨부터 니 년이 그 년을 사주해서 내 팔자를 망쳐놓은 거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배를 타고 땀줄기가 흘러내리는 8월 중순이 되면서 남편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면서 나를 들볶았다. 남편에게서는 악취가 났다. 구취에 몸에 밴 땀 냄새에 겨드랑이 암내와 마비된 하반신에서 풍겨 나오는 곰팡내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꺼려질 정도였다. 그랬다. 정말 곰팡내였다. 남편은 썩어가고 있었다.

“그래, 이제 속이 시원하냐? 나 다리병신 만들어놓고 나니 시원해?”

아니,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도리어 사고 때문에 남편이란 존재가 더 역겨워지고, 성가셔졌을 뿐이었다. 남편의 오그라든 하반신을 볼 때마다 체액이 울컥울컥 치밀었다. 남편을 목욕시킬 때마다 나는 남편의 하체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체액으로 남편의 하체를 녹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리 가! 저리 가! 이 썅년아!”

남편은 점점 이상해졌다. 자기 성기를 물고 죽은 그 계집애가 밤마다 눈에 보인다는 것이었다. 자다가도 남편은 팔을 허우적거리고 뒹굴던 소주병을 빈 벽에 내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헛것까지 보아가며 거품을 물어대는 남편은 정말이지 추물이었다.

남편이 술에 잔뜩 취해 구토를 두 번이나 하고 요란한 신세타령을 하다 지쳐 잠이 든 날 밤이었다.

열대야가 극도에 달해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땀이 흘러나와 나시와 반바지를 적셨다. 전자모기향을 피우고 홈키파까지 뿌렸지만 모기 한 마리가 날아들어 귀 주변을 웽웽거리며 성가시게 했다. 팔을 저어 쫓아도 그때뿐이었다. 굶주린 모기는 기어이 내 팔뚝을 물었다.

“아, 따거.”

팔뚝을 내리쳤을 때는 이미 달아난 후였다. 나는 방안 여기저기를 휘둘러보며 모기의 행방을 찾았다. 그러다 침대 위에 주검처럼 널브러져 있는 남편에게까지 시선이 갔고, 거기서 모기를 찾았다.

모기는 남편의 다리를 물고 있었다.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무말랭이 같은 종아리에 주둥이를 박아 넣고 모기는 배가 불룩해지도록 피를 빨고 있었다. 남편은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 있었다. 쩍 벌어진 입에서 점액 같은 침이 흘러나왔다. 모기가 자신의 종아리를 빨고 있는 것을 남편은 모를 터였다. 하긴 종아리가 잘려 나간다 한들 마비된 다리가 무엇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저 상체에 붙어 있을 뿐인, 저 무신경한 고깃덩이가 무엇을 느낄 수 있겠는가. 생각이 그 즈음 이르자, 남편의 저 다리가 무척이나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쓰레기로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남편 곁으로 다가가 모기가 피를 빨고 있는 남편의 종아리 위에 체액을 게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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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Jon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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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옥인간 2008/08/24 16:03

    갈수록 흥미진진..!! 다음편 기대합니다..^^

  2. 박노협 2008/08/24 17:12

    오오 너무 생생해요...오랜만에 올라왔네요...나쁜 남편...다음편도 역시 기대합니다...

  3. 다음편 기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