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장르를 뒤섞은 잡탕 SF 호러
<슬리더>는 외계에서 운석타고 날아온 끈적끈적한 외계인이 따분한 미국 시골마을의 사람들을 감염시켜 좀비로 만들고 세계 정복을 시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본 설정은 1950년대 미국 SF 괴물 영화들에서 따왔고 영화의 미학은 80년대 할리우드 스플래터 호러 영화에 가까우며 이것들의 진부한 공식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식의 이죽거리는 태도는 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포스트 모던'한 할리우드 영화에 속해있지요.
외계에서 온 괴물을 치우고 보면, 영화는 삼각관계 로맨스입니다. 그것도 꽤 심각한 타입이죠. 마을 보안관 빌 파디는 교사인 스탈라 그랜트를 짝사랑합니다. 하지만 스탈라는 그녀가 가난한 고아였을 무렵 돌봐주고 학비도 대주었던 중년남자 그랜트 그랜트의 아내입니다. 스탈라가 그랜트와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시달리다 빌의 구원을 받는다면 모든 게 편할 텐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그랜트는 정말로 아내를 사랑해요. 그는 다소 같이 살기 거북한 시골 동네 마초지만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탈라 역시 그 사실을 알아요. 스탈라는 남편에게 같은 무게의 사랑을 돌려줄 수 없지만 결혼의 의무에 대해서는 아주 심각합니다.
불쌍한 빌. 어떻게 보면 외계에서 온 끈쩍끈쩍 민달팽이 괴물은 그에게 구원일 수 있을 겁니다. 외계괴물이 처음으로 공격한 게 그랜트 그랜트니까요. 괴물이 된 그를 처리하고 영웅인 척하며 스탈라에게 접근하면 만사형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스탈라는 남편이 지구를 정복하려는 끈적끈쩍 외계 괴물이 되어 주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동안에도 여전히 아내로서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려 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진짜 코미디가 만들어지는 부분도 바로 여기죠.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마이클 루커는 모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너무나도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물론 그들도 이게 농담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노골적으로 폭로할 생각 따위는 없지요.
스탈라와 그랜트, 빌이 이 난처한 삼각관계 속에서 시달리는 동안, 영화는 엄청난 인원의 사람들의 육체를 파괴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좀비가 되고, 외계생물의 알주머니가 되고, 식인 괴물이 되고, 외계인 육체의 일부가 되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의 엑스트라가 되어 끈적거리는 진액 속에서 비척거리다가 죽어가지요. 여기서부터는 몽땅 장르 게임입니다. 여러분이 <블롭>(오리지널과 리메이크판 모두)이나 트로마 영화들, 80년대 피터 잭슨 영화들, <크리터스> 시리즈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 즐겁게 이 영화를 보실 수 있겠죠. 그런 것들에 대해 모르는 데도 이 영화를 즐기셨다면? 숙제거리가 생기셨군요.
기타등등
셸비를 연기한 제나 피셔는 감독 제임스 건의 아내입니다.
관련 리뷰
2007/07/28 - [리뷰/SF / 판타지] - 슬리더 - Slither (2006) by Smeagol
2007/03/18 - [리뷰/SF / 판타지] - 슬리더 - Slither (2006) by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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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만족스러운 자기 유희 - Slither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2008/08/22 11:51 삭제올해 만들어진 공포영화 중에서 제가 본 것 중 가장 즐거웠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주저없이 <슬리더>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일부는 이러한 대답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슬리더>는 작품성과는 거리가 먼 - 진지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기존 영화들의 짜집기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80년대 호러영화들의 매력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이라면, <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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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나이트크리프스]에서 거의 리메이크에 가까워보일 정도로 가져온게 많지요. 물론 [나이트크리프스]가 온갖 영화들의 잡탕이기 때문일테지만.
정말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보라고 돌아다니면서 노래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에요.
영화 재밌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개봉이 취소돼서 아쉽더군요.
우리말 포스터까지 만들었는데 말입니다.
리메이크였군요. 제가 초등학생때 비디오대여점에서 비슷한 영화를 본 기억이 있었는데요.
리메이크 아닙니다; 위에 분이 리메이크에 가깝다고 한 거지;
B급 무비를 제대로 패러디한 작품이더라고요.
하도 잔인하고 역겹다고 그래서 계속 미루면서 안 봤는데 보니까 별로 역겹지도 않고 잔인하지도 않게 재미있게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