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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극장에서 경험해야 할 자연 다큐멘터리의 수작

나는 주로 극영화를 즐겨보기에 다큐멘터리는 그리 많이 접하지 않는다. TV나 DVD를 통해 종종 보는 작품들이 있지만, 그 수나 종류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더욱이 극장에서 보는 것은 더욱 드물다.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다큐멘터리가 뭐였더라? 20년 전쯤 63빌딩 아이맥스 극장에서 보았던 나이아가라 폭포 관련 작품이었던가? 아니, 10여 년 전에 이화여대에서 열린 인권영화제 상영작이었던가? 그게 다큐멘터리이긴 했던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구>가 대단히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다큐멘터리라는 건 분명하다.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야기된 생태계의 파괴를 경고한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에서 적도를 거쳐 남극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체의 환경이 변화했다. 북극에서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막화가 진행되어 코끼리가 물을 찾기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 남극에서는 수온의 변화로 플랑크톤이 사멸하고, 그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혹등고래와 같은 포식자가 굶주리게 된다. 우리는 이 세 종의 동물들이 점차 파괴되어 가는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는 처절한 고투를 있는 그대로 목격한다. 어떤 종은 간신히 위기를 넘기지만, 또 다른 종은 낙오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위기를 넘긴 종 조차 훗날을 기약할 수는 없다. 환경이 계속 무너진다면 말이다.

<지구>

유려한 편집과 감성적인 음악이 덧붙여져, 이 동물들의 모험은 마음 깊은 곳까지 와닿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된다. 보는 이는 오랜 기간을 굶어 몸이 반쪽이 된 북극곰이 홀로 바다코끼리 떼를 습격하는 무모한 광경을 보고, 제발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열사에서의 행군으로 혹독하게 말라붙은 코끼리들의 피부와 지쳐 쓰러진 새끼를 일으켜 세워 발길을 재촉하는 무리 우두머리의 모습에서, 보는 이는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포기를 모르는 의지를 느낀다. 폭풍이 몰아치는 험난한 바다를 건너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지느러미로 수면을 때려 소음을 내는 혹등고래 가족의 절박한 모습은 눈시울을 적신다. 조연에 해당하는 원앙이나 펭귄, 극락조, 백상아리, 치타, 사자 등은 깜찍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주거나 약육강식의 냉엄한 자연법칙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보는 이는 자신이 삶 속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되새김질하며 그들과 마음으로 깊이 연결된다.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는 건 아니지만, 그들 역시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말이다. 그리고 지구 환경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악의 파괴자인 인간이야말로 더 늦기 전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지구>

<지구>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도 톡톡히 누리게 한다. 커다란 스크린과 입체음향으로 감상하는 자연 다큐멘터리는 TV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컷이 바뀔 때마다 시선을 가득 채우는 산과 들과 바다, 그리고 그 속에 마치 용 그림의 눈동자처럼 존재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언어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가장 가까운 표현이 있다면 '경이롭다' 나 '아름답다' 정도일까). 음향은 또 어떤가. 이 영화의 모든 소리는 하나하나가 모두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박력이며,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감동적인 대사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생태계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주제를 자연스럽고도 명확하게 보는 이에게 전달한다.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장동건의 나레이션은 전문 성우나 더 경험 많은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진중함과 신뢰감이 확실히 부족하다. 하지만, 진행에 따라 적절한 톤의 변화로 장면의 의미나 정서를 드러내고자 노력한 흔적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기용은 다분히 흥행을 의식한 것일 텐데, 나는 역시 성우나 아나운서, 또는 더 발성이 좋은 베테랑 배우가 나레이션을 맡는 것이 최선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지구>가 진정으로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형식과 내용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자연 다큐멘터리의 수작이다.

Posted by Lo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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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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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미에 2008/08/21 23:11

    아아~ 글 읽으니까 보고싶네요. 몇 년전에 펭귄에 관한 다큐도 굉장히 감명깊게 봤었는데 이 아이도 그에 못지 않을 듯!

  2. 갓홍이 2008/08/26 17:17

    저도 펭귄다큐 보고싶었는데 못본게 한이었거든요^^
    이번에는 시사회로 볼 거란 생각하니 기대가 커요^^
    고래가 나오는 모습을 보면 개인적으로 소름이 돋는데요...
    어려서 바다 한복판에 제가있으면 고래가 멀리서 헤엄치며 갑자기 쫒아오는...
    저는 헤엄을 치지만 계속 견격이 좁혀지는..결국 잡혀버리는(먹히지는 않지만요...ㅎ) 꿈을 종종 꾸었어요... 그래서 은근 무섭다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