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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불을 밝히다.

소년 샤오디와 아빠는 철거되기 직전의 건물에 산다. 자신의 초라한 삶이 못 배운 탓이라고 생각한 아빠는 아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그는 샤오디를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입학시키지만, 막벌이꾼으로 일해 번 돈으로는 수업료 내기에도 모자란다. 결국 먹고 입고 놀 것들을 대부분 남이 버린 쓰레기들로 충당해야 하는 궁핍한 생활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어느 날,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아빠는 녹색 고무공을 발견해 샤오디에게 선물로 주는데, 그것이 UFO가 남기고 간 생명체일 줄이야. 정직과 노력과 웃음을 신조로 살아가던 부자는 ‘장강7호’라 이름 붙인 외계 생명체로 인해 뜻밖의 곤혹에 처한다.

주성치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에서 영감을 얻어 <장강7호>를 만들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영화의 구조는 비슷하다. 외계에서 온 낯선 생명체와 소년이 나누는 교감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인들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며(규모의 차이는 별개로 치자), 마침내 외계 생명체는 소년과 가족에게 잊지 못할 의미로 자리 잡는다. CG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 다양하고 생생한 감정 표현에 능한 ‘장강7호’가 이티처럼 사랑스러운 건 물론이다. 그런데 두 영화의 본바탕은 사뭇 다르다. <이티>가 외계 생명체에 대한 낭만을 간직한 SF영화라면, <장강7호>는 밑바닥 인생에서 웃음과 슬픔을 찾는 코믹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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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7호>는 슬랩스틱 코미디 중에서도 찰리 채플린 영화의 영향 아래에 있는 작품이다. 특히 <키드>는 비교해볼 만한 작품으로서, 영화를 소개하는 도입부의 문구 - 웃음을 주는, 어쩌면 눈물을 짓게도 만드는 영화 - 는 <장강7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지간한 엄마보다 더 자상하면서도 어떨 때는 아이보다 더 순진한 캐릭터로 분한 주성치에게선 채플린의 미소가 떠오르며, 힘든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명랑함을 잃지 않는 소년을 연기한 서교는 재키 쿠건의 앙증맞은 모습을 닮았다. 눈물을 끌어내고자 애쓰는 코미디는 자칫 신파를 동원하기 십상이나, 주성치는 억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도리어 극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도록 적정한 선을 지키는 카메라는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작가란 비극을 이기는 힘을 구하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을 말한다. 주성치는 그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 같다. 주성치의 영화는 고달픈 하루를 마친 뒤 내일이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의 등을 다독여주려 한다. 아직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하다는 믿음, 우연한 상황과 과장된 에피소드 사이로 짙게 스며든 웃음과 눈물이 <장강7호>에는 있다. 그것을 마냥 허무맹랑하고 유치하다고 여긴다면 우리들의 삭막한 우주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게다.

<키드>의 마지막에서 채플린이 천사와 함께 노니는 판타지 장면이야말로 주성치가 SF까지 탐하면서 꿈꾸었던 세상의 모습이지 싶다. <장강7호>를 무시하는 건 그 옛날 채플린의 바람을 저버렸던 사람들의 우를 다시 범하는 것과도 같다. 코미디와 감성을 결합해 마음 한쪽을 녹이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강7호>는 코미디의 제왕 주성치가 도달한 또 다른 경지다.

* 10,000:1의 경쟁률을 뚫고 소년 샤오디 역에 뽑힌 서교는 실제론 9살 소녀라고 한다.

* 아래 링크된 류상욱님의 리뷰를 읽어보았는데, 본의 아니게 내 리뷰가 류상욱님의 리뷰를 베낀 것처럼 되고 말았다. 무슨 변명이 통할까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


관련 리뷰

2008/02/15 - [개봉작 / 예정작] - 영화작가 주성치를 만나다 - CJ7 by Ryu Sang Wook

Posted by ibuti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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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거 완성도가 완전히 졸작이라는 분들도 계시고 잘 만들었다는 분도 계시니 도통 정할 수가 없군요..

    • ibuti 2008/08/21 02:00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잖아요. <장강7호>가 마음에 안 드는 분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이 영화를 졸작이라고 쉽게 말하기는 힘들다고 봐요. 결정 잘 하시길.

  2. Ryu Sang Wook 2008/08/20 19:59

    이 영화를 보고 채플린을 언급하는 것은 영화사에 대한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제 글을 베꼈다는 말씀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다른 독자분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 ibuti 2008/08/21 02:02

      흑,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저도 <키드>가 먼저 떠올랐지만, 이상하게 다른 리뷰나 보도자료에선 그런 언급이 없더라구요. 옛 영화들을 안 보고 사는 건지...

      말씀 고맙습니다.^^

  3. 제리 맥과이어 2008/08/20 22:19

    완성도 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수효과도 질적으로 좋고,
    예전의 아이디어들을 재활용한 느낌도 있지만
    웃음을 주는 포인트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구요
    게다가 주인공 아이의 연기가 굉장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주성치가 단 한번도 특유의 코믹연기를 선보이지 않는다는 점이겠지요

    이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결정될거 같습니다

    • ibuti 2008/08/21 02:05

      드라마에 치중하려는 주성치의 의지(물론 제 생각입니다만)를 감안하더라도 <장강7호>에서 그의 개성이 덜 느껴지는 게 사실이죠. 전작 <쿵푸 허슬>과 비교해봐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래서 더 대중적인 작품이 아닐까 해요.

  4. 주성치 영화는 다 좋아하는데
    이번건 좀 반응들이 다양하던데요..
    평을 읽어보면 무지 감동적일것 같은데..
    같은 영화에 다른 평도 잼나지만
    두분이서 같은 말씀 하시는것도 잼나네요 ㅎㅎㅎ
    그럼 채플린 영화를 보고 장강을 봐야겠습니다..

    • ibuti 2008/08/21 02:06

      주성치의 영화를 다 좋아하셨다면 <장강7호>도 즐겁게 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채플린의 <키드>를 안 보셨다면 먼저 보고 가시는 것도 좋을 거예요.

  5. Ryu Sang Wook 2008/08/21 04:25

    제가 이 영화 리뷰를 쓴 게 2월인데 한국에서는 이제서야 개봉을 하는군요. 그런데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과거의 주성치 영화와 다르다고 해서 재미없다고 말한다면 사실 그건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성치라면 그런 관객에게는 과거의 주성치 영화들 디비디를 다시 보라고 말하겠습니다. 언제까지 영화감독이 과거와 똑같은 스타일의 영화만 만들어야 할까요. 물론 항상 똑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감독도 있는 법이지요. 진부한 말이지만, 항상 선택은 관객의 몫입니다. 주성치의 새로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던가, 집에서 옛날 주성치 영화들 디비디를 보던가. 그 선택들 중 어느 하나를 한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와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찍는 것 또한 주성치의 선택이겠지요. 결국 남는 문제는 그의 선택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입니다. 그래도 그가 왜 그러는지는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는 것이 좋겠지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6. 스토리전개가 주성치보다 아이 시점이라..기존주성치 영화에 비해 약했던것 같네요.
    중국전역에 외계인 인형하고 캐릭터 상품이 대단했는데...(물론,영화도 개봉당시 1위였지만)...
    하여튼 주성치만의 매력이 약했던..아니면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이 스케일이나, 느낌이.너무 강했나 생각해봅니다..

  7. 지옥인간 2008/08/23 17:37

    전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코믹연기에만 그치지 않고 멜로드라마 배우로서의 그의 가능성도 발견했고..cg깔끔하고 연기 좋고..별5개..^^

  8. 토미에 2008/08/27 23:24

    전 기존 주성치 영화랑 달라서 좀 당황했었어요. 그래도 재밌는 영화^^
    그런데 쥔공 아이가 여자아이였다니 정말 놀랐네요 완전 개구쟁이 남자아이 같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