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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히데오의 장기를 못 살린
실망스런 괴담 영화

걸작은 너무 일찍 온 것일까? <여우령>과 <링>, <검은 물 밑에서>라는 불세출의 공포영화 걸작들을 만들어낸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재능은 이젠 거의 소진되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가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영화를 별 개성없이 리메이크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심기일전하여 만든 <괴담>에서는 그의 전성기 시절의 그 음산하고 서늘했던 호러 장르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자국의 선대 공포영화를 온전히 재현함으로써 할리우드에서 동어반복을 거듭했던 자신의 행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했을지도 모르나 그 결과물은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인다.

주군을 잃고 방황하는 사무라이들과 그 사무라이들이 내팽개친 여인들로 넘쳐나던 에도 막부 시대, 주인공 신키치(오노에 키쿠노스케)는 연상의 여인 토요시가(구로키 히토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짧은 사랑과 영겁의 저주만을 남기고 그를 떠나간다. 그녀를 잃은 후 그가 만나는 여자들은 모두 그녀의 저주에 의해 희생된다. 자신의 기구한 운명에 괴로워하던 신키치는 천신만고 끝에 자신을 구해준 세력가의 여식과 가정을 꾸리게 되지만 이번엔 아이에게 걸린 저주로 인해 가정은 파탄나고 설상가상 장인의 애인인 기녀의 음모로 인해 완전한 파멸의 길을 향해 가게 된다.

일본 영화의 역사에서 이런 괴담류의 전통은 짧지 않다. 세계 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은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우게츠 이야기>를 필두로 고바야시 마사키의 <괴담>, 나카가와 노부오의 <토카이도 요츠야 괴담>, 야마모토 사츠오의 <오츠유 괴담 모란등롱> 등등. 일본의 토속적인 민담이나 전설에 기반을 둔 이 괴담 영화들은 9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학원괴담>이나 <시부야 괴담> 등 도시괴담(도시전설?)의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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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도시전설이 괴담을 밀어내버린 작금의 21세기에 구닥다리 만담집 ‘신케이카사네가후치’를 들고 와 그의 전매특허인 현란한 공포효과는 최대한 자제한 채 일본의 고전 공포영화를 기교 없이 재현하려 한다. 그러나 이 시도는 과거 유니버설의 고전기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했던 할리우드의 장르영화만큼도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다. 그의 야심찬 2007년판 <괴담>은 과거 일본 영화 황금기의 귀신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도, 이미지와 사운드가 일궈내는 공포효과의 극을 보여준 그의 전성기 시절의 필모에 한자리를 보태기에도 어정쩡한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단 2시간 가까이 되는 런타임을 촘촘히 채우기엔 이야기 자체가 너무 단조롭다. 신키치와 관련된 여러 명의 여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각각의 여인들의 캐릭터나 주인공과 관계하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 워낙 단순하기 때문에 괴담류의 작품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별 개성이 느껴지지 않고 단순히 토요시가의 복수극을 길게 늘려 찍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단조로운 구성보다 더욱 실망스러운 부분은 영화가 전혀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고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해도 <괴담>은 괴담이지 연애담이 아니지 않은가.

고바야시 마사키의 <괴담>처럼 공포효과를 완전히 포기하고 미학적인 측면만을 추구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운데도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자신의 주특기를 전혀 보여주지 않은 것은, <링>에서의 그의 능수능란한 호러 장르의 크리를 경험한 관객들에겐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날랜 재주를 포기한 채로 이미 몇 차례 영화화된 흔한 만담집의 이야기를 굳이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달리 있을까? 그의 열혈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아직도 긴 앞머리를 늘어뜨린 소녀만 보면 가슴이 철렁해지는 전대미문의 캐릭터 사다코를 만들어낸 그의 신기가 다음 작품에서는 돌아오기를 고대해 본다.


Posted by 이웃집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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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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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신기'가 안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에요. ㅠㅠ

    그나저나 이웃집살인마님이 유대열님이시로군요. 호러익스프레스에서 눈팅하면서 기억하는 몇 안되는 분이셨어요. ^0^

  2. 이웃집살인마 2008/08/20 03:07

    항상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단관 개봉인 것같아서 시간 내서 서둘러 보러 갔는데 결과는 ㅠㅠ <여우령>이나 필름으로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3. 아 이거 2008/08/20 16:04

    옜날 괴담도 있지 않나요.. 그건 정말 죽여줬는데...
    나카다 히데오 링 만든 사람이... 실력발휘를 못했나 보네요...

    이웃집 살인마... ㅋㅋㅋ 필명이 너무 잼있으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