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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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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2)
제2장 액막이 (3)
제2장 액막이 (4)
제2장 액막이 (5)
제2장 액막이 (6)
제2장 액막이 (7)
제2장 액막이 (8)
제2장 액막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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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진희가 짧게 비명을 질렀고 선일은 황급히 가부좌를 틀었다. 정신을 집중하자마자 조금 전엔 들리지 않던 방울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망량의 혼을 이끄는 방울소리! 흔히 도깨비로 알려져 있는 망량의 혼을 이끄는 방울소리가 난다는 건 근처에 악한 영의 기운이 있음을 의미했다.

수정은 지금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의 기운에 눌려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집에서 죽은 다른 식구들처럼 생명을 잃거나 영영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으로 지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선일이 아무리 기운을 감지하려 애써도 영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볼 수도, 기운을 감지할 수도 없는 영이라니. 장의사이자 스승이기도 한 박 영감에게 퇴마술을 배울 때도 이런 얘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아마도 수정의 사이코메트리 능력과 관계된 때문인 듯했다. 작게 신음만 흘리던 수정의 입에서 비명이 새나왔고 그녀가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진희가 소리쳤다.

“아저씨! 아줌마 어떡해요?”

선일은 수정의 손에서 안경을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안경은 기이하게도 마치 자석에 달라붙은 쇠붙이처럼 수정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안경을 만지는 순간 선일은 강렬한 영의 기운을 느꼈다. 놀랍게도 안경에 남아 있던 사념 속 영의 흔적이 방울소리를 내게 만들고 수정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충격이 가더라도 수정을 영의 영향력에서 빼내야 했다. 선일은 수정의 등 뒤로 돌아가 수인을 맺었다. 아랫배가 뜨거워지며 단전에 기운이 몰려들었다. 단전에 모인 기운은 붉은빛의 구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은 다시 수인을 맺고 있는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손 안으로 들어간 뜨겁고 붉은 기운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빛의 냉기로 변했다. 기운이 손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수인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선일은 기운의 힘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참았다가 그대로 들어 올려 수정의 등을 향해 힘껏 후려쳤다. 순간 수정의 입에서 ‘억!’하는 소리가 나오며 손에 붙어 있던 안경이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부딪히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수정은 그 자리에 폭삭 엎드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통스럽게 어깨를 들썩였고 선일은 얼른 떨어진 안경을 집어 들었다. 진희가 수정을 붙잡고 울먹였다.

“아줌마, 괜찮아요?”

수정이 신음하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엔 핏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입술은 파랗게 변했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수정은 옆에 있던 이불을 끌어다 몸을 돌돌 말고서도 이를 딱딱 부딪쳤다. 수정이 떨면서 소리쳤다.

“추워 죽겠어요!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곧 괜찮아질 거야. 손에서 안경이 떨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빙한공(氷寒功)을 뿌렸거든. 금방 체온이 회복될 거야. 며칠간 온몸이 좀 쑤시긴 하겠지만.”

선일의 말대로 수정의 몸은 빠르게 체온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선일은 안경에서 영의 기운을 감지하려 애를 썼다. 수정이 파르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법사님은 알 수 없어요. 저만 느끼고 볼 수 있으니까. 안경에 영이 깃든 게 아니라 그저 사념이 남아 있는 거라서…….”

선일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뭘 본 거야? 단순한 사념일 뿐인데 어떻게 영이 나타난 것처럼 망량의 혼을 부르는 방울소리가 들렸지?”
“무시무시한 원한 때문이에요.”

수정은 조금 전의 감정이 다시 북받치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흐느꼈다.

“잔류한 사념 속 영의 원한이 그렇게 강했단 말야?”

수정이 감정을 추스른 후 입을 열었다.

“전에 얘기했잖아요. 원래 사이코메트리는 잔류사념을 통해 단순한 사실관계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념에 남아 있는 누군가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고. 때론 그 사념이 눈앞에서 영을 대할 때보다 오히려 더 강렬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말하자면 이런 거죠. 평소에 법사님을 그냥 만났을 때의 느낌과 법사님이 가장 분노했을 당시의 감정만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할 때. 제가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그 분노만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고 해보세요. 어느 쪽이 더 강렬할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감정만 전달받은 정도가 아니잖아. 차 작가 지금 큰일 날 뻔했다고. 숨을 쉬지 못하고 마치 영에게 제압당한 것처럼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였다니까!”
“모르겠어요. 이번 것은 지금까지 느꼈던 그 어떤 사념보다 강렬했어요. 그것을 느끼는 순간 숨이 막히고 심장이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구요. 단순한 원한이 아니었어요. 세상에 온갖 저주와 악을 모두 품고 있는 것 같았어요!”

수정은 아직도 아픈지 가슴에 손을 갖다 대고 얼굴을 찡그렸다.

“제기랄! 이거 어째 점점 어려워지는데.”
“뭔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원한을 가진 영이 이 집을 맴돌면서 진희의 삼촌들과 할머니를 살해한 것 같아요. 다만 진희네 가족에게 직접적인 원한을 가진 영 같진 않아요. 원한이 아주 오랫동안 층층이 쌓여서 감당할 수도 없게 된 것 같았거든요.”
“그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지? 그 정도의 원한령이라면 지박령이나 부유령 같은 잡귀들하고는 차원이 다르잖아. 그 정도라면 차라리 곧바로 영을 없애버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젠장맞을! 이럴 때 부적이라도 있었으면 한결 일이 쉬웠을 텐데!”
“그놈의 부적 타령 좀 그만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영과 접촉도 하지 않고 곧바로 없앤다구요?”
“잔류사념만으로 차 작가에게 그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악귀라면 그 편이 안전해.”
“그럼 저번에 법사님이 한 얘기는 뭐예요? 모든 영들을 주술과 도구로만 제압하려다 보면 오히려 악업을 쌓게 된다고 했잖아요. 또 저승에 들어야 할 영이 그러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데는 다 풀리지 않은 업장이 있어서라고도 했잖아요. 근데 그 업장을 소멸시키거나 풀어주지도 않고 영을 없애버리겠다구요?”
“변명 같지만 현실과 이론은 다른 거야.”
“그럼 법사님이 저번에 저한테 했던 말은 뭐죠? 이 일을 하는 게 법사님 방식으로 세상의 정의를 실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던 말! 전 그때 그 말에 감동받았어요. 근데 법사님의 정의가 겨우 이런 거예요? 겁이 나니까 무작정 영을 없애야겠다는?”

수정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자 선일이 얼굴을 붉히며 내뱉었다.

“젠장맞을!”

그러자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던 진희가 말했다.

“저도 책에서 본 법사님의 말 생각나요. ‘저승으로 들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원혼들은 행동이나 마음으로 지은 악업에 의한 장애를 가진 탓에 아무리 원귀라도 업장을 풀어줘야 한다. 업장을 풀어주지 않고 영을 잘못 없애면 오히려 무시무시한 악령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할머니귀신 편에 나온 얘기였잖아요. 자식들이 재산다툼을 벌이니까 할머니귀신이 자식들을 괴롭히고 하는 일마다 나쁜 일만 생기게 한다는 이야기요. 돌아가신 할머니도 그 얘기 무척 좋아하셨는데…….”

수정이 진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일을 돌아보고 말했다.

“들었죠? 절 거짓말하는 작가로 만들지 말아요.”

선일은 진희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죽이 잘 맞았어?”

수정이 얼른 받아쳤다.

“아까 제가 법사님 냉혈공 맞고 쓰러졌을 때 진희가 절 돌봐주던 때부터요. 법사님은 안경에서 영의 기운을 감지하느라 저야 어떻게 되건 말건 신경도 안 쓰더군요.”
“다 죽어가는 차 작가를 구한 사람이 누군데 이래?”
“목숨만 구해놓으면 다예요? 아무튼 법사님의 무신경과 인정머리에는 할 말이 없네요.”

선일이 혀를 차곤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젠장맞을! 벌써 한 시가 다 됐잖아. 시간 없어. 차 작가는 안방으로 건너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대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묵주 가지고 왔지?”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 안의 영이 해코지하지는 않을 거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주의 기도나 구마기도를 열심히 외우면 차 작가와 진희 정도는 지킬 수 있을 테고.”

수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법사님은 같이 안 있어요?”

“난 대문 밖에서 영을 기다릴 거야. 이번에 우리가 상대할 악귀는 지금껏 우리가 만났던 영들하고는 차원이 달라! 한바탕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선일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해 보였고 또 불안해 보였다. 그의 불안한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있던 용기도 사라지며 수정 역시 더럭 겁이 났다.


9

밤 11시가 가까워오자 찬수는 붉은 커튼을 치고 밖에 연등을 내걸었다. 수정과 선일이 없기 때문에 오늘은 찬수 혼자 카페를 지켜야 했다. 아무리 귀신한테 익숙하다 해도 본능적인 두려움까지 걷어낼 순 없었다.

찬수는 퇴마와 관련된 주술을 알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배울 생각이 없었다. 어린 시절에 그들은 항상 무섭고 두렵기만 한 존재들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그 소름끼치는 얼굴과 서늘한 기운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질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다음 이야기
제2장 액막이 (11)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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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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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아침부터 새 글이 올라왔네요. 과연 어떤 연유이기에 저리도 겹겹히 한을 쌓아놓은 귀신인지.. 카페에는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합니다. 다음 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 티엘린 2008/08/18 09:57

    다음편이 항상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

    잘보고 있습니다.. ^^

  3. 훌랄라 2008/08/18 14:51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편이 궁금해지네요

  4. 진짜 기대만발! 2008/08/18 16:01

    월수금만 기다려져요

  5. 넘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한편씩 올라오니 기다리는 맛도 좋지만.. 갈증이..^^
    감사합니다

  6. 잘읽었습니다. 담편 넘 기대되요 궁금하고요. 어찌기다리나 ^^

  7. 업장을 어찌 하려는 자들인지...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근래 들어 천도제를 하신 분의 말씀이 생각나서...^^;

  8. 정말... 내일 올려주실 글들이 기대되요!!

  9. 이종호 2008/08/19 23:39

    저도 덧글 보는 재미로 여길 들락거리네요.^^

  10. 우연히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계속 읽고 있네요 ~!!
    낼 출근해서 연달아 읽어야겠어요
    너무 잼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