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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이면에 도사린
어둠의 심연을 포착한 수작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보기 위해 ‘미드나잇’이 지난 시간에 집을 나섰다. 호러영화는 밤에 보아야 제격이다. 그래서 밤 1시 25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보려고 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돈을 더 써야 한다. 싱가포르의 오차드 거리에 있는 극장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도 극장 안에는 꽤 많은 관객들이 들어왔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그 시간에 이 영화를 보러 왔다. 내 옆에는 태국에서 온 젊은 남녀들이 여러 명 앉아 있었다. 그들이 모두 호러영화팬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훌륭했다. 아니 이 정도의 호러영화를 본 것이 언제인지 싶을 정도였다. 나는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 소설은 읽지 못했다. 영화만을 놓고 보자면, 이 작품은 단순하게 장르영화로서의 호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 사진작가는 도시의 밤풍경을 찍는다. 그리고 우연히 살인마를 발견하고 그를 몰래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그가 찍은 사진 속에서 범죄의 단서가 발견된다.

그 과정을 보면서 누구나 떠올릴 영화가 있다. 바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블로우 업>이다. 이 영화 역시 사진작가가 공원에 가서 찍은 사진이 발단이 되어 범죄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어떤 이미지를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우리가 사진을 통해서 보고 있는 이미지는 그런데 실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 속의 이미지와 실재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블로우 업>의 사진작가는 자신이 사진을 찍었던 공원에 가서 시체를 찾아보지만, 그것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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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이렇게 꼭 실재를 담보하지 않지만, 이상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19세기에 발명된 기계장치의 산물로서 사람을 찍은 사진은 초창기에는 유령과도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긴 노출시간에 의한 것이겠지만 여하튼 사진 그리고 영화는 원래부터 유령적인 이미지를 생산했다. 시간이 지나고 포스트모던 시대를 지나면서 대상과 상관없이 이미지는 마술적이면서 물질적인 존재로 변화했다. 그것은 사람의 정신마저 삼켜버린다. 이 영화에서도 사진작가는 자신이 찍은 사진의 마술적 이미지에 사로잡힌다. 이제 도망갈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그 이미지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수밖에.

살인이 이루어지는 곳은 지하철의 객차이다. 그 구불구불한 철로를 금속성 소음을 내며 달리는 지하철은 그 자체로 심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안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시체들, 그 틈 속에서 살인마와 사진작가는 혈투를 벌인다. 이 장면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아마도 클라이브 바커도 그럴 것 같지만) 도시라는 공간의 이면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우리들이 괴물이 아닐까? 괴물들을 찍는 카메라는 유령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도시 는 괴물과 유령, 좀비들이 득실대는 공간이다. 거기에는 항상 어떤 음모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아니든 우리는 결국 어떤 음험한 음모에 항상 희생될 뿐이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오랜만에 순수한 ‘공포’의 체험을 안겨준다. 이것은 그리 흔한 기회가 절대로 아니다. 뉴욕, 파리, 런던, 동경 그리고 서울과 같은 거대도시는 그 어두운 이면에 괴물들을 키우고 있다. 그곳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공포는 내 자신과 무관한 것들에게서는 생겨나지 않는다. 매일 지하철을 타고 쇠고기를 먹고 있는 우리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보고 단순한 공포 이상의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정말 끔찍하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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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yu Sang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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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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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미노커 2008/08/18 11:20

    원작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도시라는 공간의 이면에 살고있는 괴물들을 창조한 것은 클라이브 바커이지요...원작때문에 이 영화를 기다린 사람으로서 기회가 되면 원작도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2. 원작이 있었군요~`
    아~ 언넝 보고싶네요~^^
    너무 기대되요~~

    • '피의 책'이라는 제목의 책에
      '한밤의 식육열차'라는 제목의 단편으로
      실려 있습니다..^^

  3. 호오....반응이 그리 나쁘지는 않군요.

  4. 클라이브바커와 기타무라류헤이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5. 전 별로 내용의 개연성을 호러영화에서 따지는 건 무의미하니 그건 재쳐놓고서라도 연출 자체에서 그닥 특별한 점이 없습니다. 솔직히 프론티어라는 걸작 프랑스 공포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간을 그저 고깃덩어리로 묘사해서 소름끼치는 공포를 선사해주는 건 이미 그 영화에 나왔습니다. 여주인공이 거꾸로 갈고리에 걸린 자신의 친구를 구하려는 장면은 거의 오마주 수준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이 오랜만에 나온 수작으로 불린다면 공포영화의 미래가 참 암울하다고 생각하네요. 수작 정도 되려면 인사이드나 연장통 살인, 프론티어, 디센트 정도는 되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