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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정통 추리영화

오늘(14일) 싱가포르 극장가에 이치가와 곤 감독의 2006년 작품인 <이누가미 일족>(Murder of the Inugami clan)이 개봉했다. 먼저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이 영화의 오리지널인 76년 작품을 못 보았다. 또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이치가와 곤 감독의 영화들을 제대로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와이 순지가 만든 이치가와 곤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긴 했다. 76년 영화에 대해서는 다크맨님이 쓴 리뷰가 있고, 이치가와 곤 감독에 대해서는 ibuti님이 쓴 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검색을 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하니 오늘 본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시대적 배경은 1947년이다. 한 시골마을에 남루한 복장의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긴다이치 코스케이고 사립탐정이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면 비듬이 하얀 눈처럼 떨어진다. 그런데 긴다이치 역할을 맡고 있는 이시자카 코지라는 배우는 76년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었다. 검색을 해보니 그는 1941년생이다. 이제 70이 가까운 나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누가미 가문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그는 과연 어떻게 범인을 밝혀낼 것인가.

영화의 느낌은 매우 고전적이다. 이 말은 분위기나 배우들의 연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일본의 거장 감독들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일본 특유의 가옥이나 풍경을 담은 장면들이 이번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아마도 90세가 되어 이 영화를 찍었던 노감독은 30년 전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이 영화를 찍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거장들의 시대가 저물어버린 지금 다시금 그 화양연화를 재현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새롭게 만들어진 고전적 일본영화를 보는 것은 매우 감회어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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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누가미 집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계속 보여준다. 그런데 용의자들은 너무 많다. 긴다이치도 집안이 너무 복잡하니 가계도를 그릴 정도이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초상화에서 눈을 부릅뜬,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가부장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일본의 역사를 반증한다. 마약 사업을 하고 권력과 검은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한 그 가부장은 세 딸을 두었다. 그러나 그 딸들의 어머니는 모두 다르다. 한 번도 결혼을 한 적이 없는 그는 젊은 여자에게서 아들을 낳기도 했다. 이렇게 복잡한 가계의 구성과 유산을 노리고 있는 그 가족구성원들의 탐욕은 살인사건을 불러 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여성이 있다. <링>에서 사다코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마츠시마 나나코가 연기하는 타마요는 이누가미 집안과 또 특별한 관계로 얽혀 있다. 유언장에는 타마요도 상속을 받을 수 있지만, 세 손자들 중 한 명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유산에 탐욕과 더불어 한 여자를 둘러싼 애욕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영화는 매우 균형 있는 시나리오로 수사를 진행시킨다. 어느 한 부분이 과장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도 빼놓고 지나가지 않는다. 시나리오는 거장의 절제된 감정과 시선이 그대로 녹아 있다. 또한 긴다이치의 냉정한 시선을 통해 한 가문 속에 얽힌 증오와 배신의 드라마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가 주는 고전적인 느낌이 과거의 전통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추리영화라는 장르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오히려 이 영화는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미지의 과잉과 이야기의 부족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이 때, 다시금 고전영화와 거장들의 영화에서 어떤 영감을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서둘러 마을을 떠나는 길에서 긴다이치는 몸을 돌려 카메라를 보고 웃는다. 이것은 90이 넘은 노감독의 관객에 대한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치가와 곤 감독도 마지막에 웃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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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 [리뷰/미스터리 / 스릴러] - 이누가미 일족 - 犬神家の一族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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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yu Sang Wook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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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아..!!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집니다..
    이거 개봉이 안되겠죠.. 벌써 2년이나 지났군요...
    이런 추리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안타깝네요..
    역시 류상욱님.. 가려운 곳을 긁어주시네요
    여기서만 볼수있는 특별한 영화소개 너무 좋습니다..

    • Ryu Sang Wook 2008/08/17 17:42

      고맙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개봉이 힘들 것이고, 이치가와 곤 회고전이 열리면 또 모르겠지요. 상영이 될런지. 어찌되었든 한국의 극장가는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 76년판만 봤는데 스틸샷 보니 장면 그대로 가져와
    리메이크했나 보네요.
    어떨지 궁금합니다.
    긴다이치 배우가 나이들어서 같은 복장으로 같은 연기한 것도
    흥미롭고... 마츠시마 나나코 좋아하는데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매력적이네요..^^

  3. 방문객 2008/08/17 15:18

    추리영화... 좋아하는 장르인데..
    요즘은 보기가 힘든것 같네요..
    김전일의 할아버지의 활약 궁금하네요..
    이런 영화 개봉도 못하는 우울한 한국이니...

    • Ryu Sang Wook 2008/08/17 17:44

      김전일 할아버지는 아무 매력적인 캐릭터더군요. 이치가와 곤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 오랜만에 '마츠시마 나나코'가 나오는군요^^

    • Ryu Sang Wook 2008/08/17 17:45

      마츠시마 나나코는 나이가 좀 들어보이긴 하지만, 지금도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5. 헐....'이누가미'란 일본호러(?) 영화와 혼동했네요.
    추리....이 영화 꼬옥 보고 싶네요. 좀 전에 코난 돌려보기 했는데..벌써 10번 이상은
    본 듯한...휴=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