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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수정이 돌아보자 선일은 벌써 뒤로 물러나 집의 형태를 살피고 있었다. 선일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역시 사람이 살 만한 집이 아니야.”
“왜요?”
“지붕 보이지? 가운데가 낮게 내려앉은 모양.”
진희의 집 지붕은 기와로 된 지붕이었는데 과연 선일의 말대로 양쪽이 위로 솟고 가운데가 움푹하게 내려앉은 기이한 형태였다. 수정의 손에는 어느새 취재를 위한 소형녹음기가 들려있었다. 취재내용은 고스란히 그녀의 책 《귀신전》에 들어갈 것이었다.
선일이 설명을 시작했다.
“보통 지붕은 기운이 모이도록 가운데가 산처럼 볼록하거나 평평한데 저 집은 오히려 처졌잖아. 저런 지붕은 중심의 공간 형태가 빈약해서 기운이 모이지 않는 형태로, 흉가의 대표적인 지붕 형태야. 게다가 저기 집 안에 큰 나무 보이지? 무슨 나무 같아?”
“밤나무 아닌가요?”
“맞아, 밤나무!”
“밤나무가 왜요?”
“편지에 밤나무집을 찾으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정말 집 안에 밤나무를 심어놨을 줄은 몰랐네. 감나무도 아니고 집 안에 밤나무를 심어놓는 경우는 무척 드물지. 밤나무는 음기가 강한 대표적인 나무야. 가능한 집 안에 심는 걸 피해야 하는 나무라고.”
“일전에 가시가 있는 나무는 양기가 강해서 잡귀를 물리친다고 했잖아요. 밤나무도 밤송이에 가시가 있잖아요.”
“열매가 아니라 나무 자체에 가시가 있어야지. 밤나무는 음기가 강해 귀신들이 무척 좋아하는 나무야. 그래서 위패나 신주를 만들 때도 밤나무를 쓰고 신상을 만들 때도 밤나무를 쓰는 거라고. 집의 형태를 보면 바깥의 귀기가 저 밤나무 가지를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가 모이는 형상을 하고 있어. 아무래도 진희네 식구 말고도 이전에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은데.”
수정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구요?”
“봐! 언뜻 봐도 상당히 오래된 집이잖아. 밤나무만 봐도 적어도 백 년은 넘은 것 같고. 주변 기운이 상당히 음습하고 공기 중에 죽음의 냄새가 이 정도로 짙게 나는 걸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죽은 것 같아.”
“일단 들어가서 얘기를 나눠보죠.”
수정이 먼저 문을 밀고 마당으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집 안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적막했고 습기 찬 무거운 공기가 축축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모든 흉가에 가면 느끼는 현상이지만 확실히 바깥보다 습하고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마당 한쪽에서 삐걱 하고 문이 열리며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여자의 뒤쪽으로 식기류가 보이는 걸 보니 그곳이 부엌인 듯했다.
“누구세요?”
“여기가 진희 집인가요?”
진희라는 말에 여자의 얼굴에 경계의 빛이 떠올랐고 동시에 거실 안쪽에서 방문이 열리며 여자애가 달려 나왔다. 수정은 한눈에 진희를 알아볼 수 있었다. 편지를 읽으며 상상한 것처럼 똘똘하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차수정 작가님이세요?”
“그래. 네가 진희니?”
“네.”
진희가 선일을 보더니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장선일 법사님이시죠?”
“그래. 반갑다.”
수정이 여자를 돌아보고 말했다.
“진희 어머님 되시나 봐요?”
이미 진희에게 얘기를 들었는지 그제야 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희한테 얘기는 들었는데 정말 이렇게 서울에서 달려오실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여자의 얼굴은 이내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변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안 그래도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어요. 마음 같아서는 다른 집에 가서 자고 싶은데 애 아빠가 워낙 난리를 쳐서…….”
“진희 아버님이 왜요?”
“그 사람은 귀신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제일 싫어하거든요. 게다가 어머님 돌아가신 후부터는 매일 술에 취해서 윽박지르기만 하고. 아무튼 말도 못 붙이게 해요. 오늘 아침에도 진희가 선생님들한테 편지 보냈다는 소리 듣고는 애를 쥐 잡듯이 해서…….”
진희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는데 등 뒤에서 험악한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뭐야?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고 그래?”
돌아보니 취기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자가 다짜고짜 선일의 멱살부터 움켜잡았다. 입에서 확 하고 역겨운 술 냄새가 풍겨 나왔다. 여자가 얼른 달려와 남자를 제지했다.
“놔요! 우리 도와주겠다고 온 분들인데 왜 이래요?”
“도와주긴 뭘 도와줘? 당신들이 뭔데 우릴 돕는다는 거야?”
보다 못한 수정이 나섰다.
“이 집에 좋지 않은 기운이 서려 있어서 자꾸 사람이 죽는 겁니다. 그렇게 화만 내지 마시고 일단 저희 얘기 좀 들어보세요!”
“필요 없어! 귀신이니 뭐니 하는 소리 하려면 당장 꺼져!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이 집이 왜 흉가야? 봐! 얼마나 넓고 깨끗한데?”
그가 여자와 진희를 보고 소리쳤다.
“당신도 처음 이사 왔을 때 이 집 마음에 든다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지? 진희, 너도 그랬지? 근데 이제 와서 왜 집 탓이야? 왜!”
선일이 남자를 뚫어지게 보다가 말했다.
“자꾸 흉가, 흉가…… 하시는데 아버님은 이 집 살 때 흉가라는 걸 알고 사셨나요?”
남자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자 여자가 대신 대답했다.
“예, 알고 샀어요. 그때도 다들 말렸는데 집이 너무 싸고 좋아서…… 설마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죠.”
남자가 돌아선 채 소리를 빽 질렀다.
“집 탓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당신도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 오자고 우겨서 삼촌들하고 어머니가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매일 그렇게 술 마시는 거 모를 줄 알아요?”
“이 여편네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수정이 여자에게 물었다.
“혹시 예전에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계세요?”
“몰라요. 안 좋은 소리 들을 것 같아서 동네 사람들 하는 말 일부러 듣지도 않았어요. 그거 다 미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진희 편지 보니까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에 누군가가 안방 문을 열고 나와서 대문을 열었다고 하던데, 혹시 진희 어머니는 기억나는 거 없으세요?”
“전혀요! 만약 정말로 어떤 여자가 안방에 있었고 그렇게 울었다면 왜 못 들었겠어요?”
“아버님도 못 들었구요?”
남자가 이전보단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답했다.
“못 들었소. 안방에 우리 부부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거기다 귀신이 문을 열고 나온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소립니까?”
그건 남자 말이 맞았다. 물리력을 행사할 정도의 영이라면 단순한 악귀가 아닌 악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악령이었다면 이 식구들이 아직까지 멀쩡하게 살아남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영은 제한된 시간에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딱 그만큼의 힘만 지녔을 것이다. 여자가 말했다.
“진희 아빠, 오늘 밤은 우리 여관에라도 가서 자요! 난 무서워 죽겠어. 이제 남은 건 우리 세 식구뿐인데.”
남자는 대답 대신 담배만 뻑뻑 피워댔다. 선일이 말했다.
“피한다고 능사는 아닙니다. 만일 오늘 식구들이 다른 곳에서 잔다면 오늘이야 액을 피할 수 있겠지만 다음 그믐밤에는 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집을 버릴 게 아니라면 차라리 저희가 있을 때 해결을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여자가 결정을 못 내리고 불안한 음성으로 남자를 불렀다.
“진희 아빠!”
줄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결심한 듯 선일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할 수 있겠습니까?”
“네. 그래서 온 거니까요.”
“우리 진희한테 아무 일도 없겠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저희한테 먼저 생기지, 진희한테 생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시면 됩니다. 평소처럼 지내고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고. 물론 잠을 자는 척만 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물어볼 것도 있고 하니까 진희는 저희하고 같이 있다가 시간이 되면 안방으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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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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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귀신일지.. 궁금하네요.
와... 본격적인 얘기는 더 기다려야겠군요!!
간질간질 합니다~
아우 ... 정말 언제 기다리죠 ?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담편 궁금 궁금 빨랑 넘어가야지 ㅎㅎ
아.... 귀신과 조우다!!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