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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황홀한 종말의 묵시록

구로사와 기요시를 두 번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인상은, 단정한 지식인이었다. 기타노 다케시의 천방지축 천재성이나 미이케 다카시의 엽기적인 도발성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의 영화에 대해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진지하게 인간과 세계를 성찰하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영상에 담아내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역시 아름답다. 하지만 어쩐지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섬뜩함도 함께 느껴진다. 그것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세계를 보는 눈 때문이 아닐까. 너무나도 치밀하고, 너무나도 엄정하게 바라보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시선은, 이 세상이 결국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 세상의 추악하고, 잔인한 면모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정식 개봉을 하지 못하고 이번에도 넥스트플러스 영화축제를 통해서 상영된 <절규> 역시 그렇게 암울하고, 아름답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요시오카는 이상한 기시감에 시달린다. 게다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은 모두 자신을 향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혐의를 씌우려 한다는 생각이 들자 요시오카는 더욱 사건에 빠져든다. 그런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빨간 옷을 입고, 요시오카에게 다가오는 여인의 유령이. 요시오카는 정신과 의사에게도 상담을 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모든 것이 미궁으로 빠져든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는 결코 직선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건의 해결이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나의 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둘러싼 세계의 기운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요시오카는 왜 귀신을 보게 된 것일까? 이유를 따지면 하나 둘은 아니다. 그는 이미 누군가를 죽였고, 그 악몽을 이겨내기 위해 환상을 만들었다. 요시오카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을 현실이라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보통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법과 다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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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본 유령의 정체를 찾아가던 요시오카는, 도쿄만에 있는 오래 된 건물을 떠올린다. 그 곳은 이미 버려진 병원이었다. 한때 병자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서 밀려나 사라져버린 공간. 그리고 사람들. 세상은 발전하고, 사람들은 미래의 꿈을 꾸며 현재를 살아가지만, 그 병원에 있던 이들은 잊혀져가고 있었다. 아니 완벽하게 잊혀졌다. 세상이 앞으로 나가면, 무엇인가는 늘 뒤처지고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들은, 잊혀지고 버려진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절규>는 말한다. 그들이 유령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고. 그리고 <회로>에서는 이미 말했다. 유령을 본 우리들도, 유령이 되어가고 있다고.

<회로>의 남녀는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간다. 그들이 어딘가로 가는 동안에도, 세상은 쉴 새 없이 종말을 향해 치닫는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데 세상만이 빠르게 변해간다. 그리고 꿈과 현실 속을 아스라하게 부유하며 모든 것이 종말로 향한다. 유령을 본 사람은, 그들도 유령이 되어 사라져간다 <회로>의 공포는 정말 섬뜩하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 단지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 우리 모두 저주받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유령은 아닐까? 구로사와 기요시는 인간의 욕망과 공포 그리고 저주까지 모든 것을 한데 휘감아 종말의 묵시록을 탄탄하게 쌓아올린다. 꿈과 현실이 맞닿아 있는 구로사와의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의 문명 자체를 부정한다. 가장 끔찍한 세계, 그것은 바로 내가, 이 사회 자체가 유령이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절규>의 마지막은 유령의 '절규'다. 나는 죽었다. 그러니 당신들도 죽어 주세요. 그 말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은, 종말을 고해야 한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카리스마> <회로> <절규>를 통해 인간의 문명이란 것이 얼마나 허약하고 또 부질없는 것인지 말해준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얼마나 많은 모순과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를. 그래서 구로사와 기요시가 그려내는 종말의 풍경은, 섬뜩하기 이전에 지극히 아름답고 황홀하다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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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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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eamKnight 2008/08/18 11:06

    저 같으면 댓글 싹 정리해 버리겠습니다.

    • makeneko 2008/08/18 14:21

      경찰에 신고하면, 악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낫다는군요. 그래야 ip 추적도 할 수 있고. 그래서 남겨두는 것입니다. 이미 고발해 놓은 상태니이 경찰 수사가 완료되고 나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