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지난 내용 보기
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2)
제2장 액막이 (3)
제2장 액막이 (4)
제2장 액막이 (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2장 액막이


‘한 달 간격으로 두 명의 삼촌과 할머니가 차례로 죽었다. 세 사람 모두 음력 29일 그믐밤에 변을 당했다. 죽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곰보자국이 나 있었고 팔다리가 오그라들어 있었다. 병원에서도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못하고 검사 핑계를 대며 아직도 시신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얼굴에 난 곰보자국이 천연두를 앓았던 자국이라고 했지만 삼촌들은 천연두를 앓은 적이 없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그 모든 게 귀신의 짓이라고 했는데 엄마, 아빠는 아직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다시 그믐밤이다. 이번 그믐밤에는 엄마, 아빠 아니면 내가 죽을 것이다.’

그 외에도 편지에는 할머니가 죽던 날 밤의 무시무시했던 정황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고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사람이 셋이나 죽었다니 가벼운 사안도 아니고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천연두의 흔적이 남았다고 하니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읽고 고개를 들었을 때 숙희는 사무실 구석구석을 윤이 나도록 걸레질하고 있었다. 사무실 창문을 닦던 숙희가 돌아보고 말했다.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으니까 사무실이 예쁜 집 같아요. 전망도 너무 좋고.”

숙희의 말대로 구석에 지저분하게 쌓아놓았던 쓰레기며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한결 깔끔해 보였다. 아니, 깨끗하다 못해 어딘지 모르게 휑해 보이기까지 했다. 선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출입문 위쪽과 창문 쪽을 번갈아 살피다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부적! 저기 붙어 있던 부적들 다 어디 갔어?”
“부……부적요?”

숙희가 당황하며 반문했다.

“그래, 저기 출입문 위에하고 창문에 붙어 있던 노란색 부적, 그리고 책상에 올려놓은 부적들 말야!”

순간 숙희가 허옇게 변한 얼굴로 울상을 짓더니 갑자기 책상 아래로 사라졌다 나타났다. 다시 나타난 그녀의 양손에는 구깃구깃해지거나 찢긴 부적들이 잔뜩 들려 있었다.

“이……이거 말씀인가요?”
“야…… 너!”

바로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수정이 들어섰다. 그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선일과 찢어진 부적을 들고 울상이 된 숙희를 번갈아보다가 한숨 쉬듯 말했다.

“법사님! 쟤가 벽에 왜 부적을 붙여놨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청소한다고 그랬으면 법사님이 그런 건 미리 설명을 해줬어야죠!”
“아니, 그럼 부적을 데코레이션으로 붙여놨다고 생각한 거야? 부적에 대한 기본상식도 없으면서 여기서 일을 하겠다고?”

숙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중얼거리자 선일이 험악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수정아, 미안해. 난 그저 벽에 지저분한 종이가 붙어 있어서 청소한다고…….”
“지저분한 종이라고!”

선일이 소리를 지르자 수정이 얼른 그를 향해 인상을 쓰곤 숙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알아. 괜찮아. 모르고 그런 걸 어떡해?”

숙희가 더욱 기어드는 소리로 말했다.

“수정아, 그거…… 금방 다시 쓰면 안 되는 거야?”

선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그게 무슨 노란색 종이에 빨간 물감만 있으면 되는 건 줄 알아?”

선일의 험악한 기세에 결국 숙희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수정은 감당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선일을 쳐다보다가 달래듯 말했다.

“제발 그만 해요. 모르고 그런 건데 어떡해요? 그렇잖아도 법사님한테 얘기하려고 했어요. 숙희한테 부적에 대해서 좀 가르쳐주라고요. 숙희도 영을 보는 애예요.”

수정의 말에 선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우리가 퇴마하러 떠나면 카페에 찬수 형 혼자 남잖아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숙희한테 위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부적을 법사님이 맡겨놓으면…….”
“됐네! 저렇게 기본도 안 돼 있는데 어떻게 부적을 함부로 맡겨?”

수정이 안 되겠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그만 하고…… 아까 제가 보낸 편지 읽어봤어요? 그거나 얼른 상의해요. 시간이 없단 말예요.”
“읽었다! 읽었으니까 더 화가 난다! 그 부적 만드는 데 이틀 꼬박 걸린 거 너도 알지? 목욕재계하고 혼신을 힘을 다해 가장 좋은 시간을 골라서 만든 부적이란 말야! 부적도 없이 나보고 어떡하라고? 무장해제 상태로 귀신들한테 나 잡아가쇼, 하고 무작정 들이대라고?”

수정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더니 말했다.

“법사님은 부적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뭐……뭐라고?”
“다른 퇴마사들은 부적 없어도 주술이다 기공이다 해서 귀신 잘만 쫓던데.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력을 사용하는 퇴마사도 있던걸요?”

순간 선일의 얼굴과 목소리가 싹 변했다. 이런 때 그의 입에서는 영락없이 ‘차 작가’란 호칭이 튀어나온다.

“이봐, 차……차 작가…… 사람 말을 그렇게 곡해를 하나? 내 말은 그게 아니지. 봐봐. 전쟁터에 나가는데 달랑 권총 한 자루 들고 나가는 것보다는 K2도 있고 수류탄도 있고 거기다 바주카포까지 있으면 훨씬 낫다…… 그런 얘기지.”
“솔직히 법사님이 이렇게 흥분할 때마다 저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앞으로 계속 같이 일할 수 있을까 싶다니깐요!”

선일의 얼굴이 잠시 스톱모션처럼 굳었다가 이내 스르르 비굴한 웃음을 떠올렸다.

“됐어, 거기까지! 사람이 뭐 그만한 일로 그렇게 정색을 하고 일을 같이 하네, 못 하네 그런 말을 하나?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니가 언제 가슴을 졸였다고 그래?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숙희가 민망한 듯 슬쩍 옆에 와서는 그만 하라고 수정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 틈에 선일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가만있자, 아까 그 편지를 어디다 뒀더라? 옳지, 요기 있네? 편지 다 읽어봤어. 차 작가! 어떻게, 오늘 당장 내려갈까?”

수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흘기고는 대답했다.

“오늘 어떻게 내려가요? 내일 아침 일찍 내려가야죠. 뭔가 있는 것 같긴 하죠? 근데 천연두를 앓은 자국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
“말이 될 수도 있지. 여러 정황으로 봐서 악귀의 앙갚음이거나 엄청난 저주를 받은 것 같은데. 만약 정말로 영의 짓이라면 보통 악귀가 아닌 거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할 거야!”

수정이 못미덥다는 표정으로 선일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 생각에도 그래요. 근데 정말 부적 없이도 괜찮겠어요? 이런 때는 공표를 데리고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번 지하철 사고현장 때도 공표가 없었으면…….”

공표 얘기가 나오자 선일이 발끈했다.

“차 작가! 지금 내 능력 못 믿는 거야?”
“누가 못 믿는다고 했어요? 그게 아니라 아까 법사님도 그랬잖아요. 권총 한 자루보다는 뭐도 있고 뭐도 있으면 좋다고. 둘보다는 셋이 가면 든든할 거 아니에요? 더구나 편지에 쓰인 대로라면 이번에 상대할 영은 보통 영이 아닌 것 같은데.”
“자기, 머리 참 좋네. 어떻게 그렇게 금방 응용을 잘 하냐? 공표가 비록 초능력을 타고나긴 했지만 아직 체계적인 공부나 수련을 한 적이 없는 애야.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괜히 초능력 잘못 쓰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니까!”
“최근에 혼자서 독학으로 기공과 진언 공부도 한다고 하던데요.”
“걔 지금 고2다! 안 그래도 공부한다고 정신없는 애를 자꾸 그런 곳에 데려갔다 오면 애가 제대로 마음잡을 수 있겠어?”
“공표 대학 안 간대요.”
“왜 안 가, 가야지! 걔네 아빠가 대학 안 가면 가만 안 둔다고 난리를 친다며? 형사라 그랬지, 아마?”
“법사님이 참견할 일이 아니죠. 공표 걔, 나이는 어려도 속도 깊고 누구보다 자기 앞가림 잘 하는 애예요. 아무튼 퇴마하러 갈 때는 꼭 부르라고 했단 말예요. 어차피 걔도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경험들이 꼭 필요하잖아요. 어쩌면 공표한테는 공부보다 이런 경험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구요!”

말을 마친 수정은 선일에게 눈을 흘기고 공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표는 타고난 초능력자였다. 아직 체계적인 수련을 받지 못해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선일과 수정은 물론 공표 자신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는 지금도 일정수준의 투시력과 텔레파시 능력을 지니고 있고 텔레파시를 통해 영과 소통할 수도 있었다.

수정이 공표와의 통화를 끝내고 말했다.

“일이 있나 봐요. 내일 늦게나 내려올 수 있대요.”

선일이 여전히 못마땅한 듯 말했다.

“애 혼자 그렇게 먼 곳을 찾아올 수가 있나?”
“법사님, 우린 길 잃어버려도 공표는 안 잃어버려요. 이유는 굳이 얘기 안 해도 알죠?”

선일은 머쓱하게 입을 다물었다. 수정 말대로 투시 능력을 갖춘 공표가 길을 잃을 일은 없을 테니까.
 

6

강동서 강력반 홍동철 형사. 그가 공표의 아빠다. 동철은 내내 잠복근무를 하다 일주일 만에 집에 들어왔다. 늘 그렇지만 초췌한 모습으로 들어서는 아빠를 보며 공표의 마음 한구석은 싸하게 아려왔다. 요즘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명 천호동 퍽치기사건 때문이다. 사건은 천호동 일대를 근거로 비가 오는 새벽마다 일어났고 사망자만 벌써 다섯 명에 이르렀다. 덕분에 부자상봉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평소에도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그이지만 범인을 잡지 못한 때는 훨씬 심했다. 그 덕에 부자는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없이 밥숟가락만 입으로 가져갔다.


다음 이야기
제2장 액막이 (7)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트랙백 주소 :: http://extmovie.com/trackback/5996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퇴마록도 생각나고 재미있네요.
    재미있는데 공짜로 이렇게 봐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ㅋ

  2. 티엘린 2008/08/08 14:07

    잘보고 있습니다
    더운데 고생하시네요 ^^

  3. 재미있게 잘 보고 있어요..
    오랫만에 재미있는 소설 읽고 있어요..
    다음편이 기다려 지는데 담주에 휴가라서 놀러가거든요..
    휴가가기 싫어지려고 할만큼 기다리고 있어요..
    더운데 고생하시네요.. 홧팅이예요^^

  4. 재미 있게읽고 있어요!!

  5. 망부석 2008/08/09 10:12

    아악...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ㅠㅠ
    오늘 일찍 퇴근하면 서점부터 가봐야겠다면서ㅠㅠㅠ
    끝까지 함 견뎌보려고 했건만ㅋㅋㅋㅋ

  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서점에서 구매해놓고 여기서만 보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재미가 있군요.
    문득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영계와 육계간의 혼란이 있었고 일어나고 있으며 일어날 것이다...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흥미롭습니다.^^

  7. 귀사리 2008/08/14 20:22

    빨리 연재 해주세요 꼭 책장수같아요....

  8. 감사합니다. 매번 언제 다음회가 나오나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ㅎㅎㅎ

  9. 감사합니다. 매번 언제 다음회가 나오나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