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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2)
제2장 액막이 (3)
제2장 액막이 (4)
제2장 액막이
“영은 옆에 있어요?”
“아니, 없어. 아마 지금 집 안에 들어가서 가족들 곁에 있겠지. 어서 한을 풀어주고 홀가분하게 이승을 떠나도록 도와주자고. 망자가 자꾸 산사람 옆을 맴돌면 양쪽 모두에게 안 좋으니까.”
수정은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대여섯 살이나 됐을까 싶은 남자아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세요?”
한눈에 봐도 아이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듯했다. 수정이 안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아빠 계시니?”
“네.”
“안으로 좀 들어가도 될까?”
아이가 옆으로 비켜서자 수정은 찬수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실내는 퀴퀴한 악취와 함께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안에서 불분명한 발음의 어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야, 누구냐?”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수정의 말에 퉁명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잡상인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나가!”
“그게 아니고 이선자 씨 때문에 그러는데,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침묵이 이어지더니 잠시 후 퀭한 눈을 한 남자가 나왔다. 피부는 습기라곤 없는 것처럼 푸석푸석했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풍겼다. 비틀거리며 나온 남자가 찬수와 수정을 보고는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집사람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요?"
찬수가 수정의 옆구리를 찔렀다. 남자의 뒤에 이선자의 영이 서 있었던 것이다.
“저희는 이선자 씨의 부탁을 받고 왔어요.”
수정의 말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 집사람은…….”
“알아요. 돌아가신 거.”
남자는 의아한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누추하긴 하지만 일단 앉으시오.”
수정이 자리에 앉으며 아이를 보고 말했다.
“니가 현이구나. 엄마가 니 얘기 무척 많이 했는데.”
그 순간 흐느끼던 영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물론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찬수 한 사람뿐이었지만. 남자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요?”
수정이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전 소설가예요. 주로 귀신이야기를 쓰는데 전 이야기의 대부분을 실제로 겪고 나서 씁니다. 옆에 있는 김찬수 씨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귀신, 저희는 영이라고 부르는 존재를 실제로 볼 수가 있는 분이에요. 어제 이선자 씨의 영이 저희를 찾아와 김준석 씨에게 전해달라는 말이 있다고 했어요.”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당장은 선뜻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부터 하는 제 얘기를 들어보시면 믿을 수 있을 거예요.”
수정은 잠시 숨을 돌렸다가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처음 만난 곳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예전에 통일호라고 부르던 열차 안이었어요. 그때 두 분이 나란히 앉았는데 김준석 씨가 이선자 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한 번만 만나주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는 거라고. 이선자 씨는 너무 오래돼서 김준석 씨가 혹시 잊었을지도 모른다고…….”
남자가 멍하니 수정을 얼굴을 보더니 단호하게 소리쳤다.
“아뇨, 잊다니요! 난 안 잊었어요. 단 한 번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 집사람을 봤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이 여자와 그냥 헤어지면 영원히 그리워하면서 고통스럽게 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거든요. 근데 어떻게 그 얘기를…… 집사람도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어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처음에 초점도 없이 흐릿하던 남자의 눈빛이 어느새 번뜩이고 있었다.
“이선자 씨 역시 한 번도 그 말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어요. 두 분은 금슬이 정말 좋았다고 하더군요.”
“우리 현이 엄마가 정말로 당신들을 찾아왔단 말입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수가 없네요.”
“이런 얘기도 했어요. 이선자 씨가 죽기 얼마 전에 김준석 씨에게 혹시 자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아이들 잘 챙기라고 했다고요. 그때 김준석 씨는 말이 씨가 된다고 펄쩍 뛰었다고 하더군요.”
이제 남자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몸까지 부들부들 떨었다.
“예. 그런 말을 했어요. 바보 같이 왜 그런 말을 해? 왜!”
남자도 흐느끼기 시작했고 영의 흐느낌도 더욱 커졌다.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우리 사랑스런 현이하고 정아, 엄마 없이 어떻게 키우라고.”
남자는 한동안 흐느꼈고 현이도 따라 울었다. 수정은 남자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했다.
“이선자 씨는 지금 김준석 씨가 이렇게 좌절한 모습을 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서 정신을 차리라고 말했어요. 그래야만 자신이 편한 마음으로 저승길에 오를 수가 있다고.”
흐느끼던 남자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럼 집사람이 지금 여기 와 있습니까?”
수정이 돌아보자 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어디? 어디 있습니까? 현이 엄마! 여보, 어딨어?”
찬수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김준석 씨가 지금 서 있는 자리 바로 옆에 앉아 있습니다.”
남자가 안타까운 손길로 허공을 더듬으며 말했다.
“여보, 당신 정말 여기 있는 거야?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거야? 나 자신 없어. 혼자서는 자신 없어, 여보!”
찬수가 말했다.
“이선자 씨가 말하길 만약 김준석 씨가 끝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저승에서도 얼굴을 보지 않겠대요.”
이번엔 수정이 말했다.
“이선자 씨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패물함이 있다고 하던데 좀 볼 수 있을까요?”
남자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거긴 아무것도 없습니다. 늘 사는 게 어렵다 보니 힘들 때마다 집사람 패물을 하나 둘씩 팔았거든요. 지금은 빈 함이고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어쩌면 집사람이 버렸는지도 모르고.”
“장롱 맨 안쪽에 있다고 하니까 한번 찾아보세요.”
남자는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주섬주섬 일어나 장롱 깊숙한 곳을 뒤졌다. 그러더니 뜻밖이란 표정으로 패물함을 꺼내왔다.
“열어보세요.”
패물함을 연 남자가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통장과 도장이었다.
“이건?”
“네, 이선자 씨가 저희를 찾아온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어요.”
남자는 통장을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 많은 돈을 어떻게?”
“이선자 씨가 자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아이들 잘 키우라는 얘기를 꺼낸 이유가 그 통장 얘기를 하고 싶어서였다고 해요. 결혼한 후로 이선자 씨가 집 사려고 몰래 아껴서 모아놓은 돈이라고 했어요. 이선자 씨는 김준석 씨가 그걸로 아이들과 열심히 살아가길 바라고 있어요.”
남자는 통장과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영문을 모르는 현이도 함께 따라 울었다. 이번 울음은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아 수정과 찬수는 조용히 그 집을 나왔다. 집을 나오자 비로소 수정이 휴지로 눈물을 닦아냈다. 찬수가 말했다.
“어? 너 울었어?”
“내가 무슨 철면피예요? 그런 상황에서 안 울게?”
“뭐야, 그럼 난 철면피인 거야? 난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잘 됐다 싶어서 기분이 좋던데? 아무튼 해피엔딩이잖아.”
수정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알아요? 형도 가끔 보면 장 법사님하고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거. 어쩜 그렇게 사람이 감정이 메말랐어요? 그러고 보니까 난 형 우는 거 한 번도 못 봤네?”
“그랬나? 나 잘 우는데.”
5
선일은 숙희에게 받은 편지로 눈을 가져갔다. 수정에겐 귀신이나 심령현상으로 시달림을 당하거나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지가 많이 왔다. 편지는 대부분 수정의 책을 읽고 출판사로 보내온 것들이었다. 이 편지는 전남에 사는 진희라는 초등 4학년 여학생이 보낸 것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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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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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때문에 며칠 집 비운 사이에 두 편이나 올라왔네요~ 역시 너무 재밌습니다. 이번편을 보고 저도 같이 울었어요ㅎㅎ 부끄럽네요
아악; 절단마공; ㅠㅠ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담편 기대하면서~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요번편은 좀 슬프네요..^ ^ 매주 잘읽고 있습니다...다음편도 기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넘 재미있네요^^ 빨리 담편도 보고싶어요~~
(근데 아이이름이 현이와 정아인데, 아빠가 영호야, 누구냐 라고 부르는 거 오타인거 같아요...)
지연님, 오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수정하겠습니다.^^;;
응원의 글 남겨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