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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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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1)
제1장 귀사리 (2)
제1장 귀사리 (3)
제1장 귀사리 (4)
제1장 귀사리 (5)
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2)
제2장 액막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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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선일은 아무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이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삶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2층에 있는 사무실은 주방 안쪽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사무실 입구에는 ‘장선일 심령연구소’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낯간지러운 팻말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을 때 둘러대려고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 이름으로 명함도 만들었다. 문에 걸린 거창한 이름과 달리 사무실은 가정집에 가까웠다. 안쪽으로는 화장실과 방도 하나 있었다. 이 공간은 낮에는 선일의 사무실과 수정이 《귀신전》을 쓰는 집필실로, 밤에는 선일의 주거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선일은 40대로 접어들던 2년 전 이혼 당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 그에겐 불행이었다. 늘 귀신들이 달라붙어 괴롭히는 통에 직장에 취직하기도 어려웠고 가족과 함께 살기도 힘들었다.

이혼을 하고 얼마 후 선일은 너무 힘들어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갔다. 스님이 되고 싶어 절에서 1년 가까이 불공을 드렸지만 귀신들은 여전히 그를 쫓아다녔다. 선일 때문에 절의 다른 스님들도 안 좋은 영향을 받았다. 악몽을 꾸거나 법당에 귀신이 나타나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하곤 했던 것이다.

결국 선일은 몰래 절을 빠져나와 고시원으로 들어갔고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물론 고시원에서의 생활도 순탄치는 않았다. 선일만 가까이 있으면 사람들이 헛것을 보고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시원도 수시로 바꿔줘야 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칠성장의사 박두칠 영감을 만난 것이다. 박 영감은 선일의 타고난 운명이 귀신들이 들러붙는 사주라면서 그런 사주를 가진 사람은 퇴마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선일은 박 영감의 말을 듣고 퇴마사 수련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귀신전》 취재에 도움을 줄 퇴마사를 찾던 수정도 운 좋게 만날 수가 있었다.

박 영감도 그렇지만 수정과의 만남은 선일에게 행운이었다. 수정은 선일과 함께 귀신현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 이야기를 《귀신전》으로 썼다. 수정은 소설의 인세 일부를 선일의 몫으로 나누었고 그의 거처도 마련해주었다. 그게 바로 카페 ‘레테의 강’ 2층에 있는 ‘장선일 심령연구소’였다.

선일은 다시 사무실 창가에 서서 아까 내려다보던 거리로 시선을 돌렸다. 빗줄기가 후드득 창문을 때렸다.

선일은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이런 날 그의 외로움을 치료해줄 수 있는 건 아이들의 목소리밖에 없었다. 선일은 무턱대고 전화번호를 누르다가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만약 아내가 받으면 불편한 얘기가 오갈 게 뻔했고 자꾸만 그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가는 게 싫었다.

‘무엇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군.’

그렇다고 아내를 원망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아빠라도 산사람보다 귀신과 더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아이들과 격리시키는 건 엄마로서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선일의 주변을 배회하는 잡귀(雜鬼)들은 언제든 아이들에게 달라붙을 수 있고 실제로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이혼을 하게 된 것도 그 일이 결정적인 사유였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고립되는 느낌이고 혼자라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한 현실로 다가왔다. 가족도 친구도 하나 둘 그의 곁을 떠났고 이젠 이승을 떠도는 원혼들만 곁에 남았다.

사무실은 1층 카페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전체적으로 우중충했고 사무실 구석구석엔 빼곡하게 을씨년스런 부적들이 붙어 있었다. 1)귀불침부(鬼不侵符), 구마제사부(驅魔除邪符), 축사부(逐邪符) 같은 잡귀를 물리치는 부적들이었다.

그때 작게 노크소리가 났다. 소연인가 싶었지만 사무실 문을 빠끔히 열고 고개를 들이민 건 처음 보는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캡 모자를 눌러쓴 20대 초반의 키가 작고 통통한 여자가 인사를 했다. 수줍음이 많은 건지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작았다. 다시 여자가 뭐라고 말을 하는데 이번에도 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가 않았다. 선일이 버럭 고함을 치듯 말했다.

“뭐라는 거요!”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이번에는 조금 더 큰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장선일 심령연구소인가요?”

순간 선일은 헛기침을 하고는 짐짓 점잖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예, 맞는데 무슨 일이시죠?”

그러자 갑자기 여자가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했다.

“장선일 법사님이시죠? 앞으로 법사님 사무실에서 근무할 이숙희라고 합니다.”

선일이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누가 그래요? 여기서 근무하라고?”
“수정이가…….”
“차수정? 혹시 여기 사무실이 아니고 카페 아르바이트생 아닌가?”
“아뇨. 카페 일도 있지만 여기 사무실 일도 도울 게 있다고 하던데요?”

선일은 인상을 찡그리며 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쿵쾅거리는 요란한 음악이 한동안 귓전을 때린 후 수정이 전화를 받았다. 언제나 전화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다 싶게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선일은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무실에 사람을 들여? 너 왜 그렇게 멋대로야?”
―제발 좀 막무가내로 성질부터 내지 말아요! 필요해서 뽑은 거예요. 앞으로는 법사님하고 퇴마하러 갈 때 무작정 찾아갈 게 아니라 숙희에게 사전조사를 하도록 하려구요. 또 우리가 자리를 비우면 레테에도 사람이 필요하고. 그때 얘기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그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났다.

―숙희 걔, 저하고 달라서 순진하고 마음도 여린 애니까 괜히 트집 잡아서 상처주지 말고 잘 좀 대해줘요. 네? 여기 이선자의 집인데 일 끝내고 찬수 형하고 금방 들어갈게요. 알았죠?
“알았어.”

선일이 처음의 기세와 달리 머쓱하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수정이 얼른 다시 덧붙였다.

―참, 숙희한테 이번에 조사할 사건자료 줬으니까 그거 좀 검토하고 있어요.

선일이 전화를 끊자 숙희가 불편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어 보였다. 선일도 민망한 표정으로 애써 마주 웃어 보였다.

“앉아요. 내가 괜히 주제넘게 나선 모양이네. 내가 원래 성질이 좀 괴팍해서 그러니까 그쪽이 이해하슈. 근데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온 거요?”
“네, 알아요. 귀신 쫓아다니면서 잡는 곳이죠? 아, 그리고 편하게 말씀 놓으세요. 저 수정이하고 같은 학교 친구예요.”

숙희가 빙긋 웃으며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건넸다.

“수정이가 전해드리라고 하던데요.”

선일은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펼쳤다. 수정이 얘기하던 그 사건의 편지였다. 선일이 편지를 몇 줄 읽었을 때였다. 숙희가 모기만 한 소리로 말했다.

“전 뭘 할까요?”
“그냥 놀아. 자꾸 뭘 하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하고 싶은 거 해. 근데 목소리가 원래 그렇게 작나? 거, 나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속이 답답해서 당최…….”

숙희가 대답 대신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구석에 처박아둔 청소기와 걸레를 꺼내들었다.

“왜……왜? 뭐 하려고?”
“청소 좀 하려구요. 먼지도 많고 사무실이 무척 지저분하네요.”
“그냥 놔둬. 차수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깨끗한 거 싫어하거든.”
“설마요, 신경 쓰지 말고 일보세요.”
“됐다니까!”

선일의 만류에도 숙희는 기어이 걸레를 빨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숙희는 키가 무척 작았고 몸이 통통한 편이었는데 외모 콤플렉스라도 있는지 지나치게 수줍어하는 듯 보였고 선일과도 눈길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수정의 말로는 마음이 여리다고 했는데 의외로 고집이 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4

이선자가 불러준 주소를 찾아가자 변두리의 허름한 빌라가 나왔다. 수정과 찬수는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는 한낮인데도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수정은 적어온 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301호 앞에 섰다. 처음은 아니지만 이런 일은 아무리 겪어도 마음이 긴장되고 설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망자의 말을 전하는 일인데 어찌 쉽겠는가.

“초인종 안 눌러?”

찬수의 나직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새삼 그와 함께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이야기
제2장 액막이 (5)


주1) 악귀를 물리치는 대표적인 부적들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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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노협 2008/08/04 12:16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매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2. 티엘린 2008/08/04 16:17

    저도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
    더운여름 작가님 덕에 시원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

  3. 즐감하고 갑니다~ 여기 연재되고 있는 거 오늘에서야 알았는데 앞서 올려주신 글들도 다 읽었어요- 오랜만에 퇴마록 너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4.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액막이에 등장하는 그것은... 짐작이 간다마는 어찌 풀어가시는지 기대 되는군요 ^^

  5. 너무 재미있어요. 흥미진진 ㅋㅋ 담편 기대되요. 빨리 보고 싶다

  6. 이종호 2008/08/05 14:35

    박노협/ 항상 응원 글 남겨줘서 고마워요.
    티엘린/ 저도 기분좋네요.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신다니.
    trini/ 네, 앞으로도 응원해주세요^^
    지심/ 네, 제가 풀어가는 액막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주세요.
    쫑아/ 네, 즐독하시길^^

  7. 아... 느므느므 재미있어요 ㅠㅠ
    매번 이제나 저제나 올라올까 기다리는 맘도
    데이트하기전 설렘과 같구요 ㅎㅎ
    으으~~ 시원~~ 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