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스릴러물에 영향을 끼친 고전
(주의: 본문에는 <영혼의 카니발>, <헬레이저 6>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디오용으로 제작된 <헬레이저 6>는 1편의 여주인공인 커스티(애슐리 로렌스)가 다시 등장하고 악령의 상자와 핀헤드들이 소품으로 활용되는 걸 제외하면 <헬레이저> 전체 시리즈와는 거의 상관없는 내용과 분위기의 생뚱맞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성장한 커스티는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추락사한다. 그 후로 심한 쇼크에 빠진 남편은 현실과 악몽을 분간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에 놓이고 환상 속에서 핀헤드들과 조우하면서 몸은 점점 쇠약해져만 간다. 라스트신에서 그가 겪은 끔찍한 사건들이 죽기 직전의 가사상태에서 경험한 환각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 탈선(?)한 <헬레이저>가 당대의 쟁쟁한 공포영화들(<도니 다코>, <아트 오브 다잉>, <디 아더스> 등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식스 센스>의 아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사실 <헬레이저 6>의 기본 줄거리는 허크 하비 감독의 1962년작 <영혼의 카니발>과 대부분 일치한다.
<영혼의 카니발>의 주인공 ‘메리’는 자동차 경주를 벌이던 친구 차의 조수석에 타고 있다가 차가 다리의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하는 바람에 큰 사고를 당한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그녀에게 끔찍한(사실 지금 보면 무섭다기보다는 좀 우스운 -_-) 얼굴을 한 남자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간헐적으로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던 그녀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강가의 한적한 창고를 향해가고 그곳에서 한 무리의 유령들과 조우한다. 날이 밝자 그녀와 친구의 시체가 들어있는 차가 강에서 발견되고 경찰들은 진흙바닥에 남겨져 있는 그녀의 발자국에 대해 궁금해 한다.
시종일관 흐르는 오르간의 단조로운 선율과 우울한 흑백 화면이 따사로운 햇볕이 내려쬐는 어느 봄날 마당에 놓인 평상에서 선잠을 깨고 일어난 후에 느끼는 것과 비슷한 나른함을 안겨주는 <영혼의 카니발>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 한 세대 뒤의 <식스 센스> 만큼의 완벽한 플롯과 미장센, 우아한 스타일과 세련된 연출을 구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한성(mortality)의 자각’이 인간에게 주는 공포와 죽음 직전의 인간이 경험할 수 있다는 감각의 연장 상태(phantasmagoria?)를 나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영혼의 카니발>은 공포영화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별다른 꽁수를 부리지도 않고 ‘빈티지 호러 필름’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팍팍 와 닿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와 분장 수준에서는 확실한 ‘빈티’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열악함(?)이 건조하고 삭막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희한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아는 사람의 비극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여간해서는 잊혀지지 않는 쓸쓸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사족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군대에 있을 때 목욕탕에서 실족해 약 0.5초 동안 공중에 떠 있는 동안 ‘뇌진탕으로 이제 생을 마감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글자 그대로의 주마등처럼 지나온 삶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있다. 다행히 머리가 착지한 곳이 타일이 아니라 욕조였기 때문에 멀쩡하게 여태껏 살아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실제로 의지와 감각이 혼합되어 저런 환영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보게 된다.
관련 리뷰
2007/03/12 - [리뷰/귀신 / 심령] - 영혼의 카니발 - Carnival of Souls (1962)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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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관계가 없다면 이미 죽은거야 - Carnival of souls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2008/08/04 11:28 삭제1962년 만들어진 영혼의 카니발은 꽤나 흥미있는 작품입니다. 한번도 공포영화를 찍은 적이 없는 감독과 각본가가 3만달러의 돈으로 3주 동안 뚝딱해서 만든 작품이라, 단점은 꽤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특유한 황량함은 그와 같은 단점들을 오히려 초현실적으로 다가오게 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드라이브인 극장에서 상영되었으나,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언론의 관심 속에 1989년 감독판으로 재개봉되게 됩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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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싸게 만든 영화인데 분위기 죽인단 말이죠. ^0^
글 마지막 부분이 와닿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