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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구토 (2)



갓 담은 김치를 반나절만 실온에 놓아두어도 보글보글 게거품이 생길 만큼 날이 더워지면서 쓰레기는 점점 더 나를 괴롭혔다. 빌어먹을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뭔지 때문에 5월부터 이미 초여름 날씨가 세상을 뒤덮었다. 인간들이 배출하는 악취들과 이산화탄소들로 지구는 후텁지근하게 달아올랐고, 그 열기를 식히겠다고 만들어낸 냉장고와 에어컨에서 배출되는 염화불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들은 도리어 오존층을 갉아먹으며 온난화 현상을 가중시켰다. 악순환이었다.

5월에 접어들면서 음식물쓰레기수거함에서는 인분 냄새보다 더한 악취가 풍겨 나오고, 더러 묽은 갈색의 썩은 진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쓰레기봉투는 도대체 쓰레기를 담으라고 만들어놓은 물건인지 쓰레기에 찢어지라고 만들어진 물건인지, 조금만 각이 진 쓰레기가 들어가도 옆구리가 쭉 찢어지며 속에 담긴 내용물을 꾸역꾸역 쏟아냈다. 용량에 비해 조금만 많은 양을 들쑤셔 박아 넣어도 마찬가지였다.

둘만 사는 살림임에도 며칠에 한 번씩 쓰레기는 꼭 버려야 할 만큼 차올랐다. 쓰레기 버리는 데에 남편은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쓰레기 같은 건 내가 책임지고 버릴게.”

결혼 초에 남편은 그렇게 약속을 했고, 쓰레기봉투를 집어 드는 나를 밀어내곤 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에 익숙해지고 더 이상 환심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지자, 남편은 슬그머니 본색을 드러냈다.

남편은 사상과 행동이 결코 일치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남편이 세상에 대해 그토록 원대한 정화 의식을 가졌음에도 정작 자기 몸뚱이 하나 깨끗이 간수하지 않는 게으른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차차 깨닫게 되었다.

“김 과장 그 새낄 죽여야 해. 저보다 강한 놈한텐 한없이 약하고 저보다 약한 놈한텐 한없이 강한 원숭이 같은 새끼. 그런 새끼는 세상에 있어서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새끼야.”

직장에서 돌아오면 남편은 직장 상사나 동료에 대한 험담부터 해댔다. 험담을 하는 그의 입에서는 항상 니코틴에 절은 냄새와 술 냄새, 그리고 특유의 구취가 한데 엉겨 굉장한 악취로 풍겨 나왔다.

“손 줌 씻구 밥 먹어.”

나의 성화에도 그는 버젓이 손을 씻지 않은 채 식탁 앞에 앉았고, 밥을 먹고 나면 거리낌 없이 트림을 하고, 코를 후비고 방귀를 뀌어댔다.

“피곤해 죽겠어. 돈 벌어 오는 게 뭐 쉬운 일인 줄 알어?”

뭐라고 한마디 할라치면 남편은 그렇게 받아치곤 했다. 땀에 전 몸에서 쉰내가 나고 땀에 젖은 겨드랑이에서 흘러나온 저급 지방산이 암내를 만들어내도 자신이 샤워나 목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 몸에 물 한 바가지 끼얹지 않았다. 술에 만취해 돌아오기라도 한 날 밤이면 남편은 그 구역질나는 악취를 내 몸에 뜨겁게 풍겨대며 내 위로 올라와 버둥거리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남편은 휴일에도 쓰레기봉투 한번 내다버리는 일이 결코 없었다.

“자기야, 미안한데 쓰레기 줌 밖에 내다 버려줄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고 있다가도 내가 그런 부탁이라도 할라치면 남편은 그대로 담요를 뒤집어썼다.

골칫거리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5월 초에 옆 호에 살고 있던 노파가 자취를 감추었다. 내 아파트는 603호였고, 노파의 아파트는 602호, 불과 벽 하나 차이였다. 일이월에는 그나마 쇠잔한 얼굴이라도 가끔 보이더니, 그 후론 도통 얼굴을 볼 수 없다 싶었다. 한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하게도 베란다를 통해 솔솔 이상한 악취가 풍겨왔다. 베란다에서 뭔가 썩어 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 여기저기 꼼꼼하게 뒤져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맡고 있으면 묘하게 불쾌하고 소름이 돋는 악취였다. 그러다 나는 베란다 창문 밑으로 뭔가 기어가고 있는 걸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구더기였다.

그걸 물로 밀어 버리고, 베란다를 깨끗이 청소했지만, 어디선가 구더기는 또 생겨 베란다를 넘어 방안으로 기어 들어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안을 날아다니는 파리의 수가 부쩍 늘었다. 그 모든 전말은 6월이 되어서야 밝혀졌다. 
602호에서 비명이 들려온 건 6월의 어느 날 오전이었다.

미친 듯 질러대는 비명을 견디다 못해 밖으로 나가보니, 602호의 문이 열려 있고, 그 집 노파의 딸인 듯한 중년 여편네가 마스카라와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리는 얼굴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노파는 방구석에서 유골로 남아 썩어가고 있었다. 방안은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 천국이었고, 노파의 벌려진 입과 원래 눈알이 있던 자리에서는 구더기가 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노파의 딸은 노파가 석 달이 넘도록 소식도 없고, 전화도 안 받아서 찾아왔다고 했다. 결국 급작스레 세상을 등진 노파는 석 달 동안 아파트 방안에 누워 구더기 밥이 되었던 셈이었고 나는 석 달 동안 벽 하나를 두고 시취(屍臭)를 맡아온 셈이었다.

“워낙 생전 연락을 잘 안 하시던 양반이라 그려려니 했죠.”

노파의 딸은 흐느끼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 흐느낌조차 가식으로 들렸다. 그 여자가 흘리는 눈물은 어미를 잃은 슬픔에서 온 게 아니라, 구더기 밥이 된 어미의 육신을 보고 난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건이 수습하고 난 후 아파트 관계자들은 602호에 밴 시취를 감추고자 몇 드럼의 크레졸을 들이부었다. 그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밥에서도 크레졸 냄새가 났고 똥에서도 크레졸 냄새가 났다. 솔솔 기어드는 그 냄새 때문에 창문은커녕 현관문이나 베란다 문조차 열어놓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한 달 후 모든 소문들을 뒤로하고 한 독신녀가 602호로 이사를 왔다. 혼자 살던 노파가 죽어 석 달이나 썩어갔던 아파트라는 소문을 못 들을 리 만무했지만, 그 여자는 거침없이 계약을 했다는 후문이었다. 그 사건으로 헐값으로 나온 아파트라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데 602호로 이사 온 그 여자가 문제였다.

여자는 여자대로 경우 없는 행태로 나를 괴롭혔다. 쓰레기봉투를 아파트 건물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 수거함에 버려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쓰레기로 꽉 찬 10리터들이 쓰레기봉투를 복도, 602호와 603호 가운데 지점에 내다놓고 가득 쌓이도록 쓰레기 수거함에 한번 내다놓지를 않았다. 참다못한 내가 직접 여자가 버린 쓰레기들을 아파트 밖으로 내다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쓰레기봉투는 보란 듯이 이내 다시 쌓였다. 음식쓰레기를 따로 분리해 버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602호 여자가 버린 쓰레기봉투에서 죽은 핏빛 진물이 흘러나와 역겨운 몸뚱이를 뒤틀며 우리 집 현관문 앞까지 침범해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현관문 열기가 망설여질 지경이었다. 망설이다 현관문을 열면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내놓은 쓰레기 썩어 가는 냄새가 코를 훅 찔렀다. 마음 같아서는 저 쓰레기를 몽땅 집어가 602호 여자의 입에 처넣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그런 상상을 했다.

참다못해 내가 몸소 602호를 찾아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그간의 상상을 실행에 옮길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대체 무슨 꼬인 심사로 아파트라는, 이른바 공동생활의 터전에서 나 혼자 사는 곳인 양 옆집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면서까지 굳이 복도에 쓰레기를 내놓으며, 음식쓰레기를 분리해 버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따져 묻고 싶었을 뿐이었다.

벨을 여러 번 눌렀는데도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러나 분명 방금 전 여자가 현관문을 따고 602호로 들어가는 기척이 들렸으니 부재중일 리도 없었다. 퉁퉁퉁. 나는 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한참 후에야 벨 아래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목구멍에 지푸라기 뭉치가 잔뜩 걸린 듯한 쉰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불거져 나왔다.

“누구세요.”
“네, 옆에 603호 사는 사람인데요, 말씀드릴 게 있어서 좀 뵐려구요.”
“용건이 뭔데요?”

잡상인을 대하는 말투였다.

“쓰레기…… 때문에요.”
“…….”

한참 동안 저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다만, 인터폰의 잡음인지, 여자의 목구멍에서 나오는지 모를, 쇳가루를 긁는 듯한 소리만이 스피커 속에서 바스락거렸다. 천식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마침내 자물쇠 따는 소리가 들렸다. 한 두 개도 아닌, 자그마치 네 개나. 힘겹게 입을 벌리던 현관문은 걸쇠에 걸려 이내 멈추었다. 어둑어둑한 저녁인데 불도 켜지 않고 있는지 현관문 너머는 어두웠다.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어둠 속에서 예의 그 지푸라기 걸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쓰레기 뭐요?”

실제로 들으니, 인터폰을 통해 들을 때보다 더 거부감이 이는 목소리였다.

“예에, 쓰레기봉투는 쓰레기수거함에 버리셔야 되거든요.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분리해서 버리셔야 되구요. 근데 그냥 한데 버리시고 그걸 집 앞에 방치하셔서 냄새가 좀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추호도 미안한 기색이 아니었다. 다시금 적의가 들끓어 올랐지만 나는 겨우 화를 억누르며 애써 부드럽게 말했다.

“쓰레기 좀 수거함에 버려 주십사 해서요.”
“…….”
“네?”
“알았어요.”

그리고 문은 다시 쿵 닫혔다. 안에서 자물쇠 잠그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게 다였다. ‘알았어요.’라니. 아무리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세상이라지만, 강력한 항의조도 아니고, 완곡한 부탁조로 한 말에 꽤나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저 말투와 태도는 뭐란 말인가. 몰염치의 극치였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쓰레기봉투는 보란 듯이 복도를 차지하고 드러누운 채 푹푹 썩어갔다. 결국 나는 경비실에 전화를 했다. 사정을 들은 경비원은 그저 귀찮다는 기색뿐이었다.

“뭐…… 냉중에 버릴라구 놔둔 거겄쥬. 거따 십년이구 이십년이구 쌓아두기야 허겄슈?”

재차 내가 항의를 하자, 경비는 마지못해 주의를 주겠다며 인터폰을 끊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602호 여자 얘기를 했지만 그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몸이 좀 불편하거나, 쓰레기 냄새를 좋아하거나…… 어휴, 나 살기두 복잡스런 세상에 뭘 남 신경 쓰구 사나, 이 사람아.”

그러면서 남편은 냄새나는 양말을 벗어들고는 코에 들이대고 개처럼 킁킁 냄새를 맡았다. 남편이 양말을 벗은 뒤 항상 냄새를 맡는 버릇이 있다는 것도 남편이 결혼 후 드러낸 본색 중 하나였다. 그런 남편 보기가 역겨워 주방으로 나온 나는 싱크대 구석에서 이제 막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음식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꺼내들었다. 며칠 전 다듬고 버린 오징어 내장이 썩어 가는지 냄새는 더 고약했다. 오징어 내장은 상하면 가장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중 하나였다. 나는 치를 떨며 넘칠 듯 봉지에 가득 찬 음식쓰레기를 짓눌렀다. 손은 미끈거렸고, 위에서는 자꾸만 신물이 치밀었다.

“아욱, 드러워. 으휴…….”

내가 주방에서 쓰레기와 씨름하는 동안에도 남편은 그저 소파에 모로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억지로 밀어 넣었던 음식쓰레기가 봉지의 옆구리에 구멍을 내며 밖으로 쏟아져 나와 버렸다. 진득진득하게 썩어문드러진 오징어 내장이 줄줄 흘러나와 내 앞치마 앞섶을 시커멓게 적셨다. 갑자기 목구멍에서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화장실에 갈 새도 없이 나는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토사물을 내 앞에 펼쳐진 음식쓰레기 위에 웩웩 쏟아냈다.

“드럽게시리, 뭐 하는 거야.”

남편은 나를 흘끔 보더니, 투덜거리며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볼륨을 올렸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맹렬한 적의를 느끼며 내가 쏟아낸 토사물을 내려다보았다. 희한하게도 내가 쏟아낸 토사물은 거의 투명한 액체였다. 위액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놀라웠던 건 그 액체들을 덮어쓴 음식쓰레기들이 부글거리며 흐물흐물 녹아나는 광경이었다. 자잘한 기포가 부글거리고 희미한 연기까지 피어올라 누린내를 냈다. 늘어지며 녹아내린 쓰레기는 원래 부피의 5분의 1도 안 되는 크기로 줄어들었다. 머뭇거리다 손을 대보니, 열기는 전혀 없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내 몸에서 쏟아져 나온 액체가 쓰레기를 녹이다니……. 남편을 부를까 하다 그만두었다. 이런 일은 왠지 혼자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쓰레기는 아주 작아졌고, 덕분에 나는 가뿐히 음식쓰레기를 새 봉지에 담아 내다버릴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 그 구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아이러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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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구토 (3) 보기



유령의 공포문학 (http://cafe.naver.com/64ghost)
김종일의 공포소설 (
http://cafe.naver.com/kimjongil)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Jon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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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노협 2008/08/03 16:40

    너무 리얼해서 나도 모르게 구토가 나올려고 하네요..아 속이 안좋네요..^ ^ 다음편도 무지 기대됩니다..~_ ~'''

  2. 잼이썽요 2008/08/04 13:35

    항상 다음을 기다립니다.ㅎㅎㅎ

  3. 너무좋아요 2008/08/04 13:37

    요즘 익스트림무비는 연재소설 읽는 재미가 큽니다..
    김종일님 소설 읽고 있다가 이종호님 소설도 올라오고 하니...
    너무 좋네요... 꾸준히 연재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는데
    첨엔 영화사이트에서 연재소설이라고 해서
    좀 어색했는데... 지금은 계속 비중을 좀 더 높여도 좋다는 생각이...

    구토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멋진 이야기입니다.. 고고씽!

  4. 봉다리 2008/08/08 10:31

    와... 이거 되게 신기하네요~ 이전의 이야기들이 다들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들이라 구토편은 어떻게 전개될지 오랫동안 궁금했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