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규칙을 알려줄게!
공포영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일정한 규칙 속에서 움직인다. 그 규칙 안에서 다양한 시도와 변화들이 이루어지지만, 기본적으로 선을 넘지는 않는다. 간혹 규칙을 깨트릴 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무모한 시도보다는 장르에 충실한 것이 팬들에게 환영을 받고,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은 공포영화 규칙을 소재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경우다. 이 영화는 "마약과 섹스를 하면 반드시 죽는다" 따위의 규칙들을 나열하면서, 이를 충실히 지키거나 살짝 비켜나가는 식으로 즐거움을 주었다. 소재 선택이 참신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또한 모방과 복제에 충실한 하나의 예이다. <스크림>보다 훨씬 오래 전에 아주 노골적으로 공포영화 규칙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를 하고 가지고 놀던 영화가 있었다. 미키 로즈의 코믹 호러 <스튜던트 바디>가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는데 열성적이었던 그때 그 시절 공포영화들이 활용하던 클리셰들을 나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패러디라는 표현에 감 잡았겠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아주 약간의 공포영화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저런 영화들을 많이 보고 알고 있다는 차원이 아니라, 공포영화를 보고 즐기면서 늘 봐오던 반복적인 상황들을 그때그때 떠올릴 수 있으면 충분하다. 존 카펜터의 <할로윈>의 무대인 마이클 마이어스의 집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연쇄살인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무서운 영화>처럼 유명한 장면들을 비틀어 웃음을 줄 것 같지만, 영화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이를테면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경우 살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문손잡이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고 자막과 화살표를 동원해 이러면 죽는다는 주위를 시킨다. 즉 살인마가 주변에서 당신을 노리고 있을 때, 살해당하는 확률을 높이는 갖가지 치명적인 실수들을 지적하며 당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것은 대단히 웃기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론 너무 과도할 정도의 친절한 해설 덕분에 역효과도 일으킨다. 이왕 시작한 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인지, 한 사람이 죽을 때 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큰 자막을 삽입해서 바디 카운터를 챙기는 배려에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뻔뻔스럽게 재현만 하는 것이 쑥스러운지, 대형 비닐이나 종이를 고정시키는 클립을 살인 도구에 활용하는 참신한 시도도 나름 갖추고 있다. <스튜던트 바디>는 저렴하게 만들어진 싸구려 공포영화다. 그 핸디캡을 아이디어 하나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한숨이 푹푹 나올 정도로 절망적이며 연출도 매끄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장르 팬들이 즐길만한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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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하지만 결말이 너무 전반적인 영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