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깊은 울림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밥 딜런의 노래 'Blowin'in the wind'로 시작해서, 역시 'Blowin'in the wind'로 끝난다. 소도시인 센다이로 대학 진학을 한 시이나는 혼자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Blowin'in the wind'를 부르다가, 옆방에 살고 있는 가와사키를 만난다. 난데없이 시이나의 친구가 된 가와사키는, 같은 집에 사는 부탄 출신의 도르지를 위해서 일본어사전을 훔치자고 제안한다. 최근에 절친한 친구를 잃어 슬픔에 젖은 도르지를 위로해주자는 것이다. 결국 한 밤중에 가와사키와 함께 서점 습격사건을 벌이게 된 시이나는 뭔가가 꼬여 있음을 느끼게 된다.
60년대에 발표된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는 대표적인 반전 노래로 알려져 있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잠들 수 있을까/얼마나 더 많이 머리 위를 날아야/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바람만이 알고 있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전쟁을 그만두지 않았다. 부족사회일 때부터 인간은 전쟁을 시작했고, 제국주의를 거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냉전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인간은 끊임없이 서로를 살육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고 깨달음을 얻어야 인간은 싸움을 멈추고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시이나가 'Blowin'in the wind'를 부르고 있을 때, 그를 본 가와사키는 시이나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설사 가와사키가 그 노래를 알게 된 이유가 단지 짝사랑하는 여자애를 위해서였다고 해도, 여전히 시이나가 그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있다. 가와사키는 시이나가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떤 차별이나 편견 없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이나를 자신의 일에 끌어들인다. 자신의 정의를 위한 투쟁에.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진짜 이야기는 동물 학대범에서 시작된다. 언젠가부터 고양이나 개 등 주변의 동물들을 잔인하게 폭행하고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한 남녀가 우연히 범인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그저 자신들이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동물들을 괴롭히고 죽인다. 남녀는 그들을 보고 도망치지만 여자가 지갑을 떨어트린다. 그들은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괴롭히고 집에도 찾아온다. 여자는 참을 수가 없다. 정말 나쁜 짓을 하고도,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한 채 다시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인들. 여자는 그들을 경찰에 고발한다. 그리고 사건은, 비극은 시작되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이나와 가와사키의 기묘한 관계에 과거의 이야기가 연이어 끼어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에 따라 사건들이 변형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 트릭과 중요한 메시지도 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는 지금 일본에서 젊은 세대에게 가장 열광적인 호응을 받는 작가다. 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센다이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는 이사카 코타로는, 기발한 캐릭터가 경험하는 기이한 사건을 통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흔히 잊어버리기 쉬운 진리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 진리는 어렵지도 않고, 유별나지도 않다. 다만 이사카 코타로가 들려주는 진리를 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이사카 코타로가 말하는 진리를 누구나 행하기만 한다면, 아마도 세상은 이미 밥 딜런이 꿈꾸던 곳이 되었을 것이다
나카무라 요시히로가 연출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이사카 코타로가 가장 만족스러워한 영화라고 한다. 그 말처럼,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독특한 리듬으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 들이고 메시지에 공감하게 만든다. 어딘가 이상한 것 같으면서도 차츰 아귀가 맞고,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들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 깊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상처받은 이들이라면 아마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울림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오랫동안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를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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