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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고 어설픈 스릴러

<고死: 피의 중간고사>의 연쇄살인범은 무대가 되는 외국어고등학교의 우등생들과 선생들을 학교에 가두어놓고 시험을 보게 합니다. 시간 내에 아이들이 문제를 맞히지 못하면 인질이 된 1등은 처참하게 죽죠. 그 다음엔 2등이 인질이 되고... 아이들은 다시 문제를 풀어야 하고...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첫 번째 애가 죽을 때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할 일은 분명해요. 아이들을 사방이 확 트인 공간, 그러니까 운동장 같은 곳에 데리고 나와 머릿수 세고 앉힌 뒤 학교 외부와 연락을 취해야 하죠. 도입부에 그러려다 선생 하나가 죽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이놈의 학교는 섬이나 숲 속에 있는 게 아니라고요. 담만 넘으면 바깥 세계와 연결됩니다. 문 앞까지 가서 고함만 질러도 누가 들을 걸요. 범인이 어떻게 선생들의 휴대전화까지 차단했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학교 건물 안에 갇혀 한 명씩 살해당하는 것 말고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단 말입니다. 정 모험하기 싫다면 학교 건물이나 쓰레기장에 불을 지르는 건 어때요?

슬래셔 영화를 즐기려면 등장인물들의 바보스러움에 적응해야 한다고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바보스럽고 인위적이라도 그렇지 않게 보일 정도의 환상은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고死: 피의 중간고사>에는 그게 없습니다. 바보스러움이 지나치게 명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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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정의 바보스러움은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닙니다. 바보스러운 설정으로도 얼마든지 위대한 영화를 만들 수 있죠. 하지만 그러려면 그 설정과 설정을 구성하는 재료들을 통제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능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다시 설정으로 돌아가보기로 하죠. 아까도 말했지만 바보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를 처음 다루는 초보자들에게 무척 편리합니다. 퍼즐과 연쇄살인이 결합된 이런 설정은 자동적으로 이야기에 명쾌한 구조를 제공해주거든요. 이야기 짜는 데 조금 신경을 덜 쓰고 그 구조 내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단발성 퀴즈에 집중해도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암만 봐도 명확함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게 흐릿해요. 퍼즐이 나왔지만 집중하는 사람들도 얼마 없고,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그 살인 묘사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너 마디로 성격이 요약 정리가 되는 캐릭터들도 자기가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종종 까먹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남규리가 연기하는 주인공 이나의 역할은 도대체 뭐랍니까? 얜 무얼 했는데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우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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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범인의 정체는 괜찮아요. 동기나 그런 것들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원래 호러 장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과장을 허용하니, 그 범인이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미스터리는 엉성하기 짝이 없어요. 예를 들어 이 영화에 사연을 제공하는 숨겨진 범죄는 정상적인 시스템 안에서 그렇게 쉽게 감추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런 걸 그냥 받아달라고 관객들에게 요구해서는 안 돼요. 그건 그냥 게으른 겁니다.

기술적으로 영화는 덜컹거립니다.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자막이나 컴퓨터 그래픽은 그냥 촌스럽고 못 생겼습니다. 양념으로 들어간 귀신 묘사는 조악하고 안 무섭습니다. 게다가 비밀을 숨긴 영화면서 찰나에만 집중할 뿐 전혀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특히 영화 음악이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 사용은 정말 조잡해요. 귀여운 장면 나오면 귀여운 음악(근데 한국영화에서 이런 종류의 음악이 성공적으로 먹히는 걸 본 적 있습니까?)을 틀고 무서운 장면 나오면 무서운 음악을 틀고... 내용도, 흐름도 고려 않고 눈 앞에 나오는 장면에만 설명 음악을 까는 거죠. 감독이 뮤직 비디오 연출자 출신인데도 그런 건지, 뮤직 비디오 연출자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후자라면 슬픈 거죠.

기타등등

정말 이 영화가 올해 여름 시즌 유일한 한국 호러 영화가 맞습니까? <외톨이>와 <서바이벌>은 어떻게 된 건지?


관련 리뷰

2008/08/04 - [개봉작 / 예정작] - 고死: 피의 중간고사 (2008) by ibuti

Posted by DJUNA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트랙백 주소 :: http://extmovie.com/trackback/5927 관련글 쓰기

  1. Subject: Beatmania의 느낌

    Tracked from emptyframe's me2DAY 2008/08/01 06:30  삭제

    고死: 피의 중간고사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놈놈놈은... 쩝.

  2. Subject: 흥미로운 아이디어, 미숙한 연출 - 고사 : 피의 중간고사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2008/08/01 12:40  삭제

    공들여 시험문제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출제자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고사]의 큰 얼개는 상당히 똑똑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학교 속에 숨어있는 것은 분명하되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던 악인을 꺼집어내고자 하는 출제자의 의도에, 영화 속에서 치뤄진 피의 중간고사는 더 할 나위없이 효율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분노라는 것은 눈을 흐리게 하여 희생양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성적에 일종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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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젊은태양 2008/07/31 12:47

    아아악 도대체 왜 연쇄살인마 얘기에 귀신을 끼워넣는건지!!! 그런다고 관객이 더 오는것도 아니고

  2. 그럼그렇지 2008/07/31 13:08

    뭘해도 제대로 하나 해야지
    하지도 못하면서 비비꼬기는 왜 꼬아...

  3. 뛰어난 연기력의 "이범수"가 "안이한 공포영화에 출연하다니...."
    명배우"양조위"가 "서울공략"에 출연하는 격인듯...

    귀신영화에 웬 "쏘우풍 살인마!?"

  4. 예상은 했지만 평들이 너무 처참해서 오히려 보고 싶어지네요^^;
    '아파트' 이후에 이런 식으로 궁금해지는 영화는 처음인듯...

  5. 정말 처참한 평들이 연이어 올라오는군요. 근데 범인은 연쇄살인범 같은데 도대체 귀신은 왜 나올까요...(물론 아직 관람은 안 했습니다만..)

  6. Scarecrows 2008/07/31 19:56

    굳이 귀신이 안나타나도 중간고사는 무서운데..;;

  7. 대실망이었습니다.

  8.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보다는 그룹의 리더격인
    "남규리"가 그룹"씨야"에서 탈퇴하는 일 없이
    계속 "씨야"할동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요즘 "남규리"가 씨야"탈퇴"가능성을 재기하며
    수시로 말을 번복하여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