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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그날 카페를 찾은 영은 모두 둘이었는데 이선자 외에 남자 영이 한 명 있었다. 그 영이 선택한 사람은 찬수였다. 영들이 상담을 마치고 카페를 빠져나가자 선일이 투덜거렸다.
“뭐야, 난 늘 왜 인기가 없는 거야?”
수정이 말했다.
“영들이 법사님 보면 무서운 모양이죠. 영들도 퇴마사는 알아보지 않겠어요?”
이번엔 찬수가 나섰다.
“영들을 소멸시키고 죽이기도 하잖아요.”
“내가 언제 멀쩡한 영을 소멸시켰나? 악귀들만 그랬지.”
“아무튼 영의 입장에서 보면 법사님한테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겠어요?”
“그래, 난 나쁜 놈 편이고 니네 둘은 좋은 놈 편이다! 야, 좋은 놈! 커피나 한잔 만들어봐! 에스프레소, 진하게!”
수정이 얼른 끼어들었다.
“전 러시안 커피, 달콤하게요!”
“예이!”
찬수가 얼른 대답하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선일이 물었다.
“내일 정말 그 여자 집에 가볼 거야?”
“약속했으니 가봐야죠.”
“쉽게 믿지 않을 텐데?”
“오늘 영이 자기 식구들만 알 만한 정보를 몇 가지 알려줬어요. 그 얘기 들으면 믿을 것 같은데요?”
뒤에서 찬수가 소리쳤다.
“뭣하면 내가 같이 가줄까? 아무래도 영을 직접 데리고 가서 식구들과 직접 대화하도록 해주면 서로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찬수가 작은 잔에 에스프레소와 휘핑크림에 초코시럽을 얹은 러시안 커피를 들고 돌아왔다. 수정이 잔을 받아들며 말했다.
“잠깐만요, 우선 이것 먼저…….”
수정이 잔을 코끝에 대고 향기를 음미하곤 말했다.
“아~ 좋다! 전 영을 상담하고 나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 마시는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영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게 되거든요. 죽으면 이 좋은 향을 맡을 수도, 이 달콤한 맛을 느낄 수도 없잖아요.”
선일이 입을 실룩거렸다.
“아무튼 여자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커피 한 잔에 저런 호들갑이 어디서 나오는 거지? 하긴, 이혼한 우리 마누라가 늘 나한테 한 소리가 멋대가리 없다는 말이었으니깐.”
수정이 분홍빛 혀로 입술에 묻은 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여자들은 순간의 짧은 감정을 즐기는 거예요. 그래서 여자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작은 감동의 순간이 있다면 그걸 음미하며 견딜 수가 있는 거죠.”
이번엔 찬수가 나섰다.
“남자들은 대체로 분명한 결과가 있거나, 확실한 실체가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참, 아까 하던 얘기 말인데, 그 영의 집에 갈 때 나하고 같이 가는 게 좋지 않겠어?”
“저야 좋지만 가게는요?”
“잠깐은 소연 씨한테 맡기면 돼. 기본적인 커피는 다 만들고 또 낮에는 손님도 별로 없으니까. 법사님이 서빙만 좀 도와주시면 될 것 같은데…….”
선일이 발끈했다.
“어이, 박 사장! 내가 이 집 아르바이트생이냐, 뭐냐? 월급도 안 주면서 툭하면 온갖 잡일에 다 부려먹고.”
“에이, 무슨 말을 그렇게 험악하게 하세요?”
“험악하긴, 사실이지. 참, 아까 박 사장한테 상담한 영은 뭐야? 아까 보니까 성질내고 아주 시끄럽던데.”
“도망간 부인을 찾아 달래요.”
선일이 혀를 찼다.
“아직 지가 죽은 것도 모르고 있구만.”
“그러게요.”
“그래서 뭐라 그랬어?”
“일단은 죽었다는 거 설득시키느라 진땀을 뺐죠. 항상 그렇지만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더라구요.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거죠.”
“죽음을 부정하는 이유가 부인에 대한 원한 때문이구만.”
“예. 죽기 전부터 자기 부인이 바람피운다는 걸 알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복수할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죽음을 맞은 거죠.”
“어떻게 죽었는데?”
“자기는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대요. 그런데 카페에 들어올 때 보니까 몸에 칼자국이 많더라구요. 아마도 살해당한 것 같아요.”
“혹시…… 그 부인이 먼저 눈치 채고 선수 친 거 아냐?”
“저도 언뜻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일단 영에겐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자칫하면 원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잘 했어. 어떻게든 설득해서 이승에서의 업장을 풀어 천도시켜야지.”
수정이 끼어들었다.
“만약에 그 부인이 남편을 죽인 거라면 어떻게든 처벌을 받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남편이 죽을 때 입은 옷이나 소지하고 있던 물건만 있으면 잔류사념이 남아 있을 거고, 제가 살인 순간을 볼 수 있을 텐데.”
선일이 딱 잘라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내가 말했지? 우리가 가능한 지켜야 할 규칙 중 하나가 영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현실의 범죄를 해결하려고 참견하지 않는 거라고!”
“그래도 알면서 어떻게 모른 척해요?”
“아직은 그저 추측에 불과한 일에 함부로 그렇게 끼어들면 오히려 우리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영적인 존재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어. 괜히 주제넘은 짓하지 말고 우린 우리의 본분을 지키면 되는 거야. 우리가 우리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영적인 세계에 국한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2
진희네 집은 가난하지만 큰 걱정 없이 살아왔다. 식구는 아빠, 엄마, 할머니, 아직 장가를 가지 않아 함께 사는 큰삼촌과 작은삼촌, 그리고 초등 4학년인 외동딸 진희까지 모두 여섯이다. 진희네는 올봄에 이사를 했는데 엄마, 아빠는 좋은 집을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얻었다며 무척 기뻐했다. 진희도 이사한 집이 넓어서 좋았다. 다만 주변의 다른 집들과 떨어져 있어 고립된 기분이 들고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느낌까지 들어 가끔 불안함이 찾아드는 것만 빼면 말이다.
진희네 집에 불행의 그림자가 찾아온 건 두 달 전이었다. 큰삼촌과 작은삼촌이 약속이나 한 듯 한 달 간격으로 죽은 것이다. 삼촌들과 유독 친했던 진희는 한동안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이전에는 늘 집안 분위기가 떠들썩하고 밝았는데 지금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가 두 달째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삼촌들이 죽은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른들의 슬픔 뒤엔 불안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고 어린 진희도 그런 기색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다. 갑자기 삼촌들을 잡아간 죽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작은삼촌이 죽은 걸 맨 먼저 발견한 사람은 큰삼촌이었고 큰삼촌이 죽은 걸 맨 먼저 본 사람은 아침 먹으라고 부르러 갔던 엄마였다. 밤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이 삼촌들을 덮쳤는데 발견 당시 죽은 두 삼촌의 모습이 너무 끔찍해 마을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
전날까지 멀쩡했던 두 삼촌은 밤사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똑같이 입에 거품을 문 채 눈을 부릅뜨고 숨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해괴했던 건 삼촌들이 죽은 날 엄마의 거울이 대문 앞 마당에 엎어져있었고 죽은 삼촌들의 얼굴과 몸에는 이상한 흔적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얼굴엔 전에는 없던 징그러운 곰보자국이 생겨나 있었고 몸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온갖 상처와 흉터들이 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삼촌들의 시신을 검시했던 의사가 뚜렷한 사인을 밝히지 못하고 여전히 조사만 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직접 경찰서에 찾아가 몸에 그렇게 많은 흔적들이 있는데 왜 사인을 밝히지 못하냐고 화를 내고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 의사는 난처한 얼굴로 하룻밤 사이 얼굴에 생겨난 곰보자국이나 흉터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기이한 현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특히 곰보자국은 과거 천연두를 앓았던 흔적으로 보이는데 국내에서 1960년 이후 자취를 감춘 그 무서운 전염병을 삼촌들이 앓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도로 반문을 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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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제가 첫번째로 본것일까요?ㅎㅎ
아직 귀신전을 구입하기 전이라 연재가 너무 기다려졌어요 ㅎㅎ
오늘 가서 구입해와야겠어요 ♡
아직 안올라왔을줄 알았는데, 기분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네요
오늘 오후 시간은 빨리 가겠는데요ㅎㅎㅎ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빨리 탁탁탁 올라오니까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푸른냥이/ 책 읽고 무더위 잊으시길...
망부석/ 반갑게 기다려주셔서 고맙네요.
해부인/ 네, 계속 탁탁탁~ 올라갈 겁니다.^^
꾸준히 읽는 독자입니다. 이렇게 큰 사이트에서 연재 소설을 진행하는것은 굉장히 좋은것 같습니다. 영화 중심이어서 다른것 보다 관심도가 조금 떨어질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이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정말 영광이네요.. ^^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다음 장도 빨리 읽어야지..^ ^
어느날 무료함을 달래려고 이것저것보다가 읽게 되곤 팬이 되었습니다,,,,하루걸러 올라오는것 같은데 그것마져 지루합니다,,,암튼 너무 잘보고 있습니다....
요즘 월,수, 금 목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종호 작가님의 '이프' 궁금해서 구입해서 읽어 보려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