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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로맨스

"와, <프로스트바이트> 이후 2년 동안 스웨덴 사람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봐!"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는 중입니다. 그럴싸하게 들리긴 하지만 사실이 아니거든요. <렛 미 인>이 <프로스트바이트>의 뒤를 이은 스웨덴 뱀파이어 영화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둘은 연장선상에 있지 않아요. 일단 영화의 원작 욘 린퀴비스트의 소설(원작자가 영화의 각본도 썼습니다)은 2004년에 나왔습니다. <프로스트바이트>보다 빠르죠. 그리고 <렛 미 인>은 <프로스트바이트>처럼 본격적인 호러 장르 영화가 아닙니다.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아주 잘하는 전통 장르에 속해있지요. 아이들을 다룬 성장영화말입니다.

영화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학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오스카르라는 12살 소년입니다. 괴롭힘이 계속될수록 이 아이의 상상력은 끔찍한 방향으로 흘러요.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들을 스크랩하고, 범죄물을 읽고, 가끔 숨겨둔 칼을 휘두르며 자길 괴롭히는 아이들을 해치는 상상을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오스카르의 옆 방에 엘리라는 소녀가 이사옵니다. 외로운 두 아이들은 천천히 친해지지만 엘리에게는 비밀이 있었죠. 그 아이는 사실 몇 백 살 먹은 뱀파이어이고 그 아이의 '아버지' 호칸은 엘리를 위해 남자아이들을 죽여 피를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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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어린 소년이 뱀파이어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앙겔라 좀머-보덴부르크의 <꼬마 흡혈귀> 시리즈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영화는 보덴부르크의 경쾌한 동화 시리즈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릅니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접근방식이 180도로 달라요. 보덴부르크는 뱀파이어를 일종의 팬시상품처럼 다룹니다. 피를 마시는 괴물이지만 귀엽고 예쁘고 안전하지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안톤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걸요. 하지만 엘리는 정말로 위험합니다. 이 아이는 진짜로 사람들을 죽여요. 그것도 아무 죄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엘리의 보호자인 호칸 역시 연쇄살인마고요. 영화는 이 사실을 단 한 번도 외면하지 않아요. 냉정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오스카르의 학교생활은 그보다 더 끔찍합니다. 뱀파이어는 적어도 환상 속의 존재지만 오스카르의 학교생활은 지금도 수천 만 명의 아이들이 현실세계에서 겪고 있는 일일 테니 말이죠. "이건 그냥 영화야"식의 탈출구가 없는 겁니다.

<렛 미 인>이 재미있는 건 뱀파이어와 연쇄살인마와 칠판 정글이 공존하는 이 세계를 그리면서 어떤 종류의 가치판단도 삼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환상적인 징악(차마 권선징악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장면이 나오긴 해요. 하지만 대부분 영화는 캐릭터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 그립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냥 보통 사람들이에요. 외롭고 우울하고 대체로 불행하고 단점과 장점이 적당히 뒤섞여 있는 복지국가의 중하층 계급 사람들. 심지어 오스카르를 괴롭히는 학교 깡패들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자세히 보면 이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갈등과 대립이 보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엘리가 악마처럼 보이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살육은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입니다. 악의도 없고 생존본능을 제외하면 특별한 목표도 없고... 물론 할리우드 살생부 규칙도 거의 안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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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오스카르와 엘리의 로맨스는 더 로맨틱하고 절실해집니다. 오스카르가 기본 도덕 준칙을 엄격하게 따르는 아이라면 적어도 그 애에게 뭔가 기댈 것이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오스카르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요. 엘리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동네 사람들을 몽땅 잡아 죽여도 별 신경 안 쓸 거예요. 그 아이의 절실한 사랑은 현실 세계의 규칙을 능가합니다. 적어도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렇게 발전하죠. 그리고 영화는 그 아이의 사랑을 그냥 진솔하게 그려요. 물론 오스카르의 순진무구한 구애는 귀엽게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는 있죠. 하지만 관객들은 그 아이의 감정이 어른들의 감정만큼이나 존중받을 만한 대상임을 압니다.

호러 영화로서는 어떨까요? 예상 외로 강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중간에 끔찍한 고어 장면도 있고 신체 일부가 뚝뚝 떨어져 나가는 살인장면들도 있는데, 모두 분장과 특수효과가 좋습니다. 뱀파이어 영화의 규칙도 비교적 많이 따르고 있는 편이고요. 하지만 영화는 이런 호러 장르의 규칙을 관객들을 자극하는 데 낭비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공포보다 로맨스가, 자극보다 시가 더 중요하거든요. 초대를 받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한다는 뱀파이어 세계의 규칙이 이처럼 로맨틱하게 사용된 영화가 얼마나 될까요? 뱀파이어의 충혈된 눈이 이처럼 서글프게 그려진 영화가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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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눈 덮인 스웨덴의 차가운 배경은 이 잔인무도한 동화에 완벽한 배경을 제공해줍니다. 그건 창백하고 여성적인 금발소년 오스카르와 야성적인 눈을 가진 이국적인 검은 머리 소녀 엘리의 대조만큼이나 그냥 당연해보여요. 단지 음악이 30퍼센트 정도 덜 쓰였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음악이 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불필요한 30퍼센트를 잘라내기만 해도 좋았을 거라는 거죠.

기타등등

1. 영화의 시대배경은 1982년입니다. 이 시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원작엔 나와 있는지도 모르죠.

2. 원작은 영화보다 훨씬 더 어둡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소설에서는 엘리의 정체에 대해서 영화가 말하지 않은 것들을 더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영화에서도 힌트가 조금 나오긴 합니다만.

3. 해머 영화사에서 리메이크를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4. 영화의 제목은 모리시의 노래 <Let The Right One Slip In>의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니 영어 제목이 오히려 오리지널일 수 있겠군요. 국내 제목 <렛 미 인>도 아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니, 미국 번역판이 이 제목을 쓰고 있더라고요.

관련 소식
2008/05/05 - [영화뉴스/영화] - 해머필름, 스웨덴 뱀파이어 영화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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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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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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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roo의 생각

    Tracked from roo's me2DAY 2008/10/26 13:21  삭제

    기다리던 영화 렛 미 인 - Låt den rätte komma in (2008) 11월 13일 개봉한덴다. 체크!

  2. Subject: 렛미인 보고 오는길. 짧은 영화 감상기.

    Tracked from 윤기완과 이유석과 김민우의 레벨시팔쩜넷 2008/11/23 15:47  삭제

    렛미인포스터보기  렛미인에 대한 스포가 있을수도 있으니 조금이라도 스포일 당하기 싫으신분은 패스~Låt den rätte komma in (Let the Right One In ) 쌀쌀한 기운에 술한잔 하려다 파트너가 없는 관계로 혼자 극장으로 향해서 렛미인을 조촐하게 관람했다. 세간의 평을 떠올리면서 굉장히 기대에 부푼채로 피곤하지만 두눈 부릅뜨고 몰입했다. 영화는 간단하게 괴롭힘당하는 오스칼이라는 소년이 이엘리라는 소녀를 좋아하게 되면서 시작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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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 다섯개 만점에 하나를 더 주고 싶은 영화였죠...^^
    정말 강추!!강추!!......

  2. 영화제 수상 직후 바로 리메이크 결정이라니
    아주 괜찮은 작품인가보네요.

  3. 간만에 인천에 갈 일이 생겼군요. ㅎㅎ

  4. Pifan에서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아쉽게도 못봤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관람을 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5. 비밀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