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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이 뒤엉킨 모순적인 아름다움

이번 넥스트 플러스 여름영화축제에서 상영되는 영화중에서 이와이 순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있는 것을 알았다. 이미 개봉도 했던 영화이지만, 개인적으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영화는 각별하다. 이와이 순지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사춘기의 소녀,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 화사하고 부드러운 영상 등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포근함이 느껴지는 그 무엇. 하지만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아무리 서정적인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아도, 아찔한 빛의 순간이 느껴진다 해도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그리는 것은 이 세계의 어둠이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폭력적으로 그려낸다.

99년 11월 개봉된 <러브레터>는 서울관객 64만 명, 전국관객 100만 명을 동원하며 지금까지도 일본 실사영화로는 최고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개봉하기도 전에, 수년 간 대학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고 불법 비디오가 나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와이 순지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어 했다. 이어서 개봉한 <4월 이야기>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오로지 사랑의 힘으로 기적을 일으킨, 한 소녀의 상큼한 이야기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와이 순지에게 열광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말랑말랑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봄날의 햇살 같은 아름다운.

하지만 나에게 이와이 순지는, 빛과 어둠으로 내면이 뒤엉킨, 모순적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영상의 마술사다. 처음으로 본 이와이 순지의 영화가 <언두>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언두>에는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묶어달라는 여자가 나온다. 아무리 그녀를 묶어도, 모든 것을 묶어도 여자는 말한다. 더 세게, 확실하게 묶어 줘. <피크닉>은 또 어떤가? 정신병원을 나와 담 위로만 걸어가는 남녀들. 그들은 금을 밟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할 수 없고, 영원히 이곳과 저곳을 기웃거려야만 하는 존재. 능청맞게, 그러나 가슴이 아리게 그들의 담장 여행을 그려내는 <피크닉>은 숨이 멎을 것 같은 엔딩으로 끝을 낸다. 도저한 절망, 죽음, 도피가 <피크닉>에는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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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러브 레터>를 볼 때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사고로 죽은 연인. 그의 추억을 쫓아가던 여인은, 자신이 그의 첫사랑과 꼭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녀는, 단지 첫사랑의 그림자였던 것이 아닐까? 그 아픔을 ‘오겡끼데스까?’라는 말로 풀어내는 강인함이 있어서 좋았지만, <러브 레터>는 한없이 화사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2001년작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보았을 때, 확실하게 느꼈다. 이 세계와 저 세계를 구분 짓는 담 위로만 걸어 다니던 <피크닉>의 그들처럼, 이와이 순지 역시 ‘경계’에 서서 양자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14살의 소년 유이치. 첫사랑에도 빠지고, 즐겁게 놀 일도 많은 나이지만 유이치의 일상은 지옥과도 같다. 한 때는 단짝이었던 호시노가 리더가 되어 그를 이지메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릴리 슈슈의 노래를 듣는 것뿐. 하지만 노래가 현실을 바꾸지는 않는다. 유이치를 극적으로 변화시키지도 않는다. 이 세상의 어둠은 언제나 그대로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막막하다. 미래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당장 유이치의 앞길은 암흑일 뿐이다. 희사함, 포근함, 밝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이 순지는 그런 유이치의 암흑을 뚫어져라 지켜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보는 사람마저 지칠 정도로. 하지만 이와이 순지는 결코 어둠에만 경도되어 있지 않다. 이미 말한대로 이와이는 경계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어둠과 빛을 한꺼번에 바라보는 것이다. 유이치의 현재가 지옥이라고 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지옥은 아니다. 유이치의 어딘가에도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칠 힘은 남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그런 희망만으로도 살아간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것이다. 아니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는 것이다.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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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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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릴리 슈슈의 모든 것: All about Lily Chou-Chou

    Tracked from Anne Shirley's Project 2008/09/17 18:13  삭제

    All about Lily Chou-Chou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유이치. 유이치는 릴리 슈슈를 추종한다. 릴리 슈슈의 음악을 추종한다. 릴리 슈슈의 음악이 이끌어내는 에테르를 추종한다. 유이치가 추종하는 릴리 슈슈가 만들어내는 에테르는 에너지다. 유이치가 추종하는 에테르는 정화한 에너지이며, 릴리 슈슈가 제공하는 에테르 속에서 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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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