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질의 스펙터클!
정통 스플래터의 화려한 컴백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쓴 각본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각색하고 이토 준지가 콘티를 완성해 트로마에서 받은 쥐꼬리만한 제작비로 영화를 만든다면? 고어의 아버지 허셀 고든 루이스의 모든 영화에 등장하는 핏물을 전부 양동이로 다 받아도 한 테이크를 찍기 힘들 것같은 혈액 과잉의 이 영화 <도쿄 잔혹 경찰>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미래의 도쿄 시내 한 빌딩의 옥상에서 소위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중무장한 한 부대의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그들 앞에는 이미 엔지니어에게 살해당한 여자의 사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난도질당한 채 버려져 있다. 경찰이 기관총을 난사하는 순간 엔지니어는 신체변형을 일으키며 오히려 그들을 자신의 팔에 부착된 전기톱으로 모두 토막내버리고야 만다.
그러나 그 또한 기뻐하며 숨 돌릴 틈이라곤 없다. 바로 다음 순간 뱀파이어들을 거덜 낸 <블레이드>의 데이워커처럼 엔지니어들을 쓸어버릴 루카(시이나 에이히)가 홀연히 등장할 테니까. 초절정 유치찬란의 폼새 속에 초미니 스커트에 걸친 닛뽄도를 당당하게 흔들면서. 그녀는 중화기로 무장한 부대병력의 경찰들도 감당 못한 이 불사신 같은 살인마를 단 몇 합 만에 제압한다. 엔지니어의 신체는 다시 재조립될 틈도 없이 그녀의 닛뽄도에 힘없이 분해되고 만다. 오디션의 악녀에서 경찰의 수호천사까지 만렙에 이른 그녀의 화려한 컴백이다.
루카는 경찰이었던 아버지를 엔지니어에게 잃고 오직 복수만을 꿈꾸며 살인기계로 지금까지 자라왔다. 시내 곳곳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시체를 토막 내고 피해자의 피를 병속에 담아 놓는 잔인한 엔지니어를 추적하던 그녀는 범인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경찰 민영화의 음모 때문에 희생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엔지니어가 된 그녀는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살인하며 집단 광기를 보이는 민영 경찰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출혈 영화’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가히 메가톤급의 핏물을 무차별 살포하는 <도쿄 잔혹 경찰>은 <데드 얼라이브> 이후 별다른 화제작이 없었던 스플래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피터 잭슨의 작품들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이 영화는 고어의 강도, 막장 스타일, 단 한 순간의 신파도 용납하지 않는 근성까지, 스플래터 영화의 근본(!)을 그야말로 제대로 갖추고 있다. 따지고 보면 <도쿄 잔혹 경찰>과 같은 전국가적 유혈낭자극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일본 열도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하여 고어의 본고장 할리우드 못지 않게 꾸준히 혈액을 분출시켜 오지 않았던가. 조금은 얌전한 <여학>과 같은 순정파 고어물부터 그냥 막 달리는<버수스>나 좀 더 세련된 <이치 더 킬러>에 이르기까지 혹은 검열을 피해 굴러다니던 그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물론 피범벅만이 이 영화의 유일한 즐길거리는 아니다. 여주인공 시이나 에이히의 마력(매력이라기엔 좀 -_-) 외에도 군국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의 대리전인 민영경찰-엔지니어의 대결구도도 흥미롭고 일본의 8-90년대 고어물이나 애니에서 많이 보아온 엔지니어들의 신체변형도 아날로그스럽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영화 중간 중간 끼어드는 광고는 마치 <그라인드하우스>의 엉터리 예고편을 보는 것처럼 기상천외하고 재기발랄하다.
이 영화에 대해 정색을 한다면 <스타쉽 트루퍼스>나 <로보캅>을 너무 심하게 비틀었다거나 <블레이드>나 <언더월드>를 막장 버전으로 바꾸어놓았다는 누구나 할 만한 멘트 정도는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랴. 비주류 고어 영화의 피를 수혈 받은 당대의 주류액션 영화들이 모두 CG로 도배한 우아한 하드고어를 선보일 때 거꾸로 피대접을 들고 나와 이 생난리를 치는 영화가 오감을 더 자극하는 것을. 어쩌면 이 영화에 등장한 그 엄청난 양의 가짜 피는 깔끔하고 담백하게 진공포장된 할리우드의 CG 고어 액션영화에 식상해 가던 정통 스플래터 팬들을 위해 부천 영화제에 뿌려진 성수일지도 모른다!
'리뷰 > 고어 / 난도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버스를 타다 (2006) (0) | 2008/08/13 |
|---|---|
|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 The Midnight Meat Train (2008) (7) | 2008/08/12 |
| 캣 인 더 브레인 - Un Gatto nel cervello (1990) (1) | 2008/08/08 |
|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 The Midnight Meat Train (2008) (6) | 2008/08/06 |
| 스튜던트 바디 - Student Bodies (1981) (1) | 2008/08/03 |
| 도쿄 잔혹 경찰 - 東京残酷警察 (2008) (11) | 2008/07/24 |
| 정글 홀로코스트 - Ultimo mondo cannibale (1977) (3) | 2008/07/13 |
| 인사이드 - À l'intérieur (2007) (10) | 2008/07/06 |
| 보더랜드 - Borderland (2007) (2) | 2008/05/22 |
| 도살자의 밤 - Sl8n8 (2006) (1) | 2008/04/26 |
| 처녀의 창자 - 処女のはらわた (1986) (27) | 2008/04/14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트랙백 주소 :: http://extmovie.com/trackback/5863
-
Subject: Beatmania의 느낌
Tracked from emptyframe's me2DAY 2008/07/25 02:34 삭제오디션의 그녀가 돌아왔다! 시이나 에이히 주연 도쿄 잔혹 경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거 정말 보고싶었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맞더군요. 아흑... ㅡ_ㅜ
일본여자들은 뭘 먹길래 저리 이쁠까...
오늘 볼 예정입니다.
GA가 취소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기 여자 주인공 혹시 '오디션' 나왔던 배우 아닌가요??
끼리끼리끼리~ ^^;;
아~ 보고싶네요~
우리나라는 죽어도 못만들 스플래터
오디션의 시이나 에이히 맞습니다.^^
아~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이 영화도 정말 보고싶네요!
하하핫..리뷰가 참 제 맘을 쏙 옮겨다 놓은것 같군요...재밌게 본 영화지만 부천영화제끝나면 극장에 걸일 일은 없는 현실이 슬프군요.
아..오디션의 그 엽기녀..ㄷㄷㄷ
오오오.. 보고싶다.. 정말 정말 땡기네여
보고싶은데 정식으로 극장 개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불법적인 경로로 봐야할 것 같은..- -;;
"사일런트 뫼비우스"를 연상시키지만
다소 "오컬트"적 요소가 강하고
추상적인 "요마"와 싸우는 "사일런트 뫼비우스"와는
달리 상당히 구체적고 잔혹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