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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구토 (1)



다른 사람, 그것은 지옥(地獄)이다.
- 샤르트르

누구나 싫어하는 게 있게 마련이다.

그게 사람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무형(無形)의 뭔가가 되었든 간에 누구나 싫어하는 게 있게 마련이고, 나 역시 그 점에 대해서는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쓰레기…….”

남편을 만난 건 서른이 넘어서, 그것도 중매를 통해서였다.

그 무렵까지도 나는 결혼이란 허울 좋은 제도에 관심이라고는 추호도 없었고, 나아가 더럽고 냄새나는, 사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흥미가 없었다. 방바닥을 뒹굴다 이따금 무위도식(無爲徒食)이란 나를 위해 만들어진 말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떠올릴 만큼, 그 무렵의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취직과는 아무 상관없고, 인격을 수양하거나 혹은 일말의 교양이라도 쌓을 수 있는 대학과는 무관한, 전문대보다도 못한 지방대학의 비인기학과를 졸업한 나는 곧바로 사계절 내내 곰팡내 풍기는 나의 골방에 틀어박혔다. 골방에 틀어박혔다 하여 고시준비를 한다거나 자격증 시험공부를 한다거나, 하다못해 신춘문예라도 준비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생산적인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극히 순수한 무심무념(無心無念) 속에 나는 하루 이틀을 보냈고, 1년 2년, 급기야는 근 6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솔직히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세상은 너무 더러웠다.

곰팡내 풍기는 나의 골방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대문 밖에만 나가도 세상은 거대한 오물장이었다. 우리 집 앞의 골목 귀퉁이만 해도 불법쓰레기 상습 투기지역이었다. 아버지가 판자에 ‘여기에 쓰레기 버리는 자, 적발 시 100만원 벌금에 처함. 온 동리 주민이 지켜보고 있음.’이라는 경고문을 써서 벽 위에 달았지만, 쓰레기투기는 결코 줄지 않았다. 거리는 온통 쓰레기들로 흘러 넘쳤다. 터져 나온 뱃속에서 흘러나오는 썩은 물들과 악취는 비단 쓰레기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인간들의 입에서는 쓰레기보다 더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왔다. 졸업 후 나는 비디오방이란 곳에서 두 달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밤이면 싸구려 고깃덩어리를 뱃속에 잔뜩 구겨 넣은 인간들이 기름 번들거리는 주둥이로 비디오방을 꾸역꾸역 찾아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비디오방 앞 노점에서 파는, 역겨울 정도로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버터구이 오징어를 손에 필수품처럼 들고 있었다.

“뭐가 재미있어요?”

라고 묻는 그들의 주둥이에서는 하나같이 싸구려 양념갈비와 소주가 위 속에서 뒤엉켜 내는 악취가 풀풀 풍겼다. 그들이 비디오방을 찾는 대부분의 이유는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두 평 남짓한 그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그들은 오럴섹스를 하고, 섹스를 하고, 사정을 하고, 더러는 구토를 하고, 그 모든 부산물들을 비디오방 바닥에 남긴 채 벌게진 얼굴로 자리를 떴다. 나는 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질펀한 정액을 닦고, 토사물을 훔쳐야 했다. 화장실에 가보면 생리혈로 범벅이 된 생리대가 보아란 듯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비디오방을 그만 두고 빈둥거리는 6년 동안 나의 부모와 나의 자매와 나의 동생들은 나에게 무수한 힐난의 눈초리를 보냈고, 나아가 노골적으로 인간쓰레기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러나 그네들의 그러한 대접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고, 거기에 대해 어떤 불만도 가지지 않았다. 그네들의 그러한 대접은 일반적인 식견으로 볼 때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었다. 그네들은 나에게 자신들이 나에게 품고 악감정에 대해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거르적거려, 언니는. 짱 박혀 있으려면 줌 안 보이는 데에 짱 박혀 있어.”
“얘, 넌 친구두 없니? 바깥 출입도 줌 하면서 살아야지. 이건 원 인간식물두 아니구.”
“넌 시집 안 갈래? 집에서 허구헌날 빈둥대지만 말구 시집이라두 가라. 그래야 철이 들지.”

결국 그들은 나를 쓰레기 취급하기 시작했고, 그와 때를 같이 하여 나는 맞선이란 것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상이 아무리 물질만능으로 얼룩져 있다지만, 내가 뭐라 묻기도 전에 그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직장, 아파트, 자가용, 땅덩이, 살덩이 등등에 대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자랑을 줄줄 늘어놓았다. 그러나 정작 그런 자랑을 늘어놓는 입을 달고 있는 머릿속은 하나같이 휑한 바람이 붙도록 허허공공(虛虛空空)이었다. 맞선을 보면 볼수록 나는 점점 더 남자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하나같이 역겨운 악취가 났다. 어떤 남자와는 단 30분도 마주앉아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더러 술자리로 이어진 맞선에서 나에게 은근슬쩍 섹스를 요구하는 자도 있었다. 상상이나 가는가? 오래된 재료와 화학조미료들이 뒤섞인 안주와 싸구려 술을 잔뜩 입에 처넣고, 화장실에서 토악질을 하고 나와, 벌게진 얼굴로 자신의 정력 따위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다 니코틴과 고춧가루 잔뜩 낀 이를 드러내고 나에게 섹스하자고 속삭이는 입―이라기보다는 '주둥이'란 명사가 더 어울리는―이 얼마나 역겨운지. 코웃음을 치며 거부하면 놈들은 더 역겨운 소리를 귓가에 속삭이기도 했다.

“어차피 너두 즐기구, 누이 좋구 매부 좋구 좋은 게 좋은 거 아냐?”

남편을 만난 건 안 그래도 취미 없던 맞선이라는 짓거리에 환멸을 느껴갈 즈음의 일이었다. 남편은 정말 볼품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서른이 갓 넘은 나이에 벌써 벗겨지기 시작한 이마에 잔뜩 위축된 듯 중앙에 몰려 있는 이목구비와 비쩍 마른 체격, 그리고 작은 키. 거기다 허리까지 약간 굽어 있었다. 그런 남편임에도 이전의 맞선 상대보다 거부감이 덜 했던 건 이전까지의 남자들에게서 풍기던 지독한 악취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남편 역시 세상에 대해 나와 흡사한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어딜 봐도 다 똑같은 여자 밖에 없어요. 수십만 원짜리 화장을 하고, 수백만원짜리 옷을 두르고 독한 향수까지 뿌려대도 전혀 향기란 게 없어요. 파트리끄 쥐스킨트의 <향수>란 소설, 읽어 보셨어요? 거기선 열대여섯 살의 처녀애들의 체취가 더없이 아름다운 향수의 재료가 되죠. 이젠 열댓 살만 되어도 귀를 뚫고 눈썹을 밀고 담배를 피우는 여중생, 여고생 애들을 보면 청순하다거나, 향기롭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그저 역겨울 뿐이죠.”

파트리끄 쥐스킨트의 <향수>라면 나도 읽었다. 남편은 거기 등장하는 그르누이라는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움직인 건 남편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정화(淨化) 욕구였다.

“<택시 드라이버>, <파이트 클럽>…… 뭐 이런 영화들을 전 좋아해요. 언젠가 진정한 비가 내려 저 거리 위의 쓰레기들을 깨끗이 쓸어버릴 것이다, 파시즘이라 욕해도 전 그런 비가 정말 내려서 세상 위의 역겨운 모든 걸 싹 쓸어버렸음 좋겠어요. 지방흡입으로 끄집어낸 누런 체지방으로 만든 비누로 잔뜩 거품을 내서 깨끗이 저 쓰레기들을 쓸어버리는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말 세상에 게딱지처럼 덕지덕지 엉겨붙어 있는 온갖 쓰레기들이 뿌연 비누거품 속에 덮여버리고, 깨끗한 물에 완전히 쓸려 내려가는 환상을 보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와 잤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후 나는 그와 결혼했다. 그는 적어도 다른 쓰레기들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그와의 결혼생활은 나의 확신과는 달리 정말 엿 같았다.


결혼 후 남편은 내가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나 역시 원하던 바였다. 남편이 일하고 있는 전자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고, 따라서 나는 결혼 전, 남편이 장만해 둔 24평 아파트에서 눌러 살게 되었다. 전업 백수에서 전업 주부로.

사는 데 있어 결혼 전과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고작해야 내 손으로 요리를 하고, 내 손으로 청소를 하고, 내 손으로 빨래를 하고, 내 손으로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 정도였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지 두 달이 좀 넘어 집들이를 했다. 4월 중순이었다.

남편은 몇몇 회사 동료들을 불렀고, 나는 음식 장만을 했다. 원래 그다지 요리 솜씨가 뛰어나진 않았던 터라, 절반은 근처 식당에서 주문을 했고, 절반은 내가 손수 요리했다. 그리고 소주 한 짝과 맥주 한 짝을 준비했다.

여덟 시가 좀 안 되어서 남편이 일곱 명의 회사 동료를 대동하고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다. 고요했던 아파트는 이내 왁자해졌고, 나는 음식과 술을 나르느라 바빴다. 집들이 중간에는 거나하게 술이 오른 남편의 직장 동료의 성화에 못 이겨 노래까지 한 곡 불러야 했다. 열 두 시가 가까워져오자, 모두들 흥청망청 취했고 화장실을 자주 오갔다.

“2차 갑시다, 우리! 2차는 내가 쏠게!”

얼굴이 벌게진 부장이란 사내가 호기 좋게 일어서며 소리쳤고, 남편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데 그 중 차 대리라 불리는 한 사내가 일어서며 비틀 몸의 균형을 잃었고, 그는 균형을 잡으려다 상 모서리를 짚었다. 상이 순간적인 압력에 의해 들썩 들렸다 가라앉았고, 그 충격으로 인해 상위에 놓여 있던 음식 접시가 우르르 밀려 떨어져서 음식이 내동댕이쳐지고, 접시 몇 개는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깨졌다. 그러나 술자리의 취흥이 그걸로 가라앉지는 않았다. 몇 마디의 힐난이 오간 뒤 그들은 치워주겠다는 빈말을 몇 번 건네다 내가 마다하자, 못 이기는 척 현관을 나섰다. 남편 역시 그들을 따라나섰다.

그들을 보내고 돌아서자, 눈앞에 거대한 쓰레기장이 된 거실이 펼쳐졌다.

거실 한복판에 짓궂은 외계생물체라도 한 마리 떨어져서 기다란 촉수로 반경 내의 모든 사물들을 미친 듯이 헤집어 놓은 것 같았다. 쏟아진 음식에 엎질러진 술잔에 여기저기 파편처럼 튄 고춧가루 양념에 상 밑에 주검처럼 나뒹구는 술병들에 이르기까지 정말 난장판이라는 표현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화장실의 경우는 더 심했다. 변기 덮개를 올리지 않은 탓에 변기 덮개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누런 소변과, 누군가 변기를 비껴 토해놓은 토사물이 변기 측면을 타고 흘러내려 그 역겨운 몸뚱이의 반경을 느릿느릿 넓혀가고 있는 중이었다. 술과 타액과 위액이 어우러져 풍기는 그 시큼한 악취에 나도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남은 음식들 중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음식들은 밀폐용기에 옮겨 담아 냉장실에 넣고, 상 여기저기에 널려진 음식 찌꺼기들과 다시 손대기가 찜찜한 음식들은 검정비닐봉지에 눌러 담았다. 음식 정리가 끝나고, 깨끗하게 빤 행주로 상을 훔친 후 음식 찌꺼기를 담은 비닐봉지에 털었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나는 고무장갑을 단단히 끼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화장실문을 연 뒤 울렁거리는 속을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토사물을 쓸어 담았다. 변기에 버리는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섣불리 그랬다가 변기라도 막히는 날에는 더 역겨운 꼴을 보게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토사물은 비닐봉지에 한 가득 담기고도 넘칠 듯 출렁거렸다. 아파트 공동 음식쓰레기통은 쓰레기 분리수거함 옆에 있었다. 여하튼 이 처치곤란의 봉투를 거기까지는 무사히 운반해야 했다. 금방이라도 내용물이 봉투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출렁거려서 나는 봉투 입구를 묶고자 용을 써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봉투의 옆구리가 툭 터지며, 터진 구멍에서 토사물들이 줄줄 새어나왔다. 나는 결국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결국 새로운 봉투에 다시금 터져 나온 내용물들을 옮겨 담아야 했다. 술과 타액과 위액이 뒤섞인 그 토사물이 고무장갑과 봉투에 묻었고, 그로 인해 봉투 손잡이는 가래침처럼 미끈거렸다. 그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5분이 넘게 걸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나는 경보 선수처럼 미친 듯이 음식물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노란 뚜껑을 열자, 음식 썩는 내가 얼굴을 확 덮쳤다. 나는 진저리를 치며 미끈거리는 그 역겨운 봉투를 그 속에 던져버리고 뚜껑을 닫았다. 시큼한 위액이 불쑥 치밀었다. 나는 쓰레기를 향해 위액이 섞인 침을 퉤 뱉고 돌아섰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와보니,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12층까지 올라가 있었다. 내 아파트는 603호였다. 미끈거리는 손과 거기에 들러붙어 있을 온갖 더러운 세균들을 생각하니, 계단을 뛰어서라도 올라가 손을 씻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6층은 계단으로 뛰어올라가기에는 너무 만만치 않은 높이였다.

11…… 10…… 9…… 엘리베이터는 더디게도 내려왔다. 8층에서는 누군가 엘리베이터에 타는지 잠깐 멈추기까지 했다. 손에 묻은 뭔가가 벌써 내 손안의 피부조직으로 침투해 내 몸뚱이를 숙주로 알을 까는 듯한, 참을 수 없는 찜찜함을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참고 있어야 했다.

아파트로 돌아와 나는 미친 듯이 손을 씻었다. 몇 번을 문질러 씻어도 시원치 않아서 피부가 발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기까지 했다.

그 날 남편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술 냄새와 각종 악취를 벅벅 풍기며 비틀거리며 돌아왔다. 남편의 몸은 담배연기 절은 내와 함께 싸구려 여자 향수 냄새까지 풍겼다. 남편은 양말도 벗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남편의 양말을 벗기는데, 발 냄새가 정말이지 지독했다. 그 날 나는 처음으로 남편이 역겹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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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Jon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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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노협 2008/07/20 19:45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너무 리얼해서 현실같아요...다음편도 기대합니다..^ ^

  2. 지옥인간 2008/07/22 15:26

    구토를 유발시키네요. 저도 예전에 비디오방에서 몇 달간 알바를 한 적이 있어서 그곳의 역겨운 천태만상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하루에도 몇 번씩 남자를 대리고 들어오는 매춘부 부터 모텔보다 훨씬 싼 섹스장소를 찾아 온 갓 스물된 아이들..청소할 때 쓰레기통 치우는 게 정말..콘돔, 정액닦은 휴지, 토사물..읽다 보니 문득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ㅎㅎ 잘 읽었구요, 다음편 빨리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