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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오는 7월말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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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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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鬼思里)

2

깊은 새벽, 폭우가 쏟아지는 골목 안쪽에서 음기를 품은 을씨년스런 바람이 쓸려나왔다. 바람은 한 가게의 허름한 미닫이 유리문 앞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가게 위쪽에는 옆으로 기울어진 낡은 간판이 간신히 매달려 있었는데 페인트가 덕지덕지 벗겨져 있었다. 빗물이 줄줄 흐르는 간판에는 ‘칠성(七星)장의사’라는 글자가 씌어 있었다.

빗속에서 잠시 소용돌이치던 바람이 마치 검은 기운처럼 벌어진 유리문 사이로 스며들었다. 칠성장의사의 주인이자 30년이 넘게 장의사로 살아온, 머리가 희끗한 박두칠 영감은 컴퓨터 고스톱 게임에 열중해있었고 그의 조수인 오용만은 간이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박 영감의 곁으로 검은 기운이 스멀거리며 다가오자 잠든 용만이 가슴에 품고 있던 검이 윙 하고 울었다. 박 영감이 모니터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젠장맞을! 쌌네, 쌌어! 꼼짝없이 피박 썼잖아!”

박 영감은 혀를 차며 양미간을 좁히고 말했다.

“부정 타는 물건이 들어오니 화투라고 될 턱이 있나? 이런 젠장맞을!”

그는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더니 다가오는 검은 기운을 향해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한 손을 쭉 뻗쳤다. 그 찰나의 순간에 그의 손은 어느새 수인(手印)을 맺고 있었고 입에서는 1)항마진언(降魔眞言)이 범어의 발음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옴 소마니 소마니 훔 하리한나 하리한나 훔 하리한나 바나야 훔 아나야 혹 바아밤 바아라훔바탁…….”

군데군데 시멘트가 패인 황량한 장의사 사무실 안에 박 영감의 진언이 힘차게 울려 퍼지자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와 함께 허공에 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칼을 맞고 죽었는지 배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영은 진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고통스럽게 파르르 떨었다.

“그러게 왜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들어와?”

박 영감의 말에 영의 입이 기이하게 뒤틀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박 영감에게만 들리는 귀신의 방언(方言)이었다. 영의 방언을 듣고 나서 박 영감이 수인을 풀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넌 지난번에 천도(薦度)시켜달라고 날 찾아왔던 영가(靈駕)가 아니냐? 그래, 그동안 생전에 조폭하면서 쌓은 2)업장(業障)을 없앨 만큼 덕을 좀 쌓았더냐?”

영의 입이 빠르게 움직였다.

“뭐? 악귀들이?”

박 영감이 놀라 소리쳤다.

“어쩐지 초저녁부터 예감이 안 좋더라니! 저쪽 세상 요마의 짓이 확실해?”

영이 다시 뭐라고 말을 했다.

“사망자들의 손바닥에…… 별모양의 푸른 자국이 있단 말이지?”

박 영감의 입에서 끙 하는 신음이 새나왔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박 영감이 심상치 않은 얼굴로 말했다.

“거기가 어디야?”

영이 입을 움직였다.

“귀사리?”

심상치 않은 이름이었다. 박 영감은 사무실 구석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는 용만에게 벽력처럼 고함을 질렀다.

“오용만! 일어나!”

하지만 박 영감의 그 큰소리에도 용만은 미동도 않고 계속 코를 골았다. 용만의 덩치가 워낙 커서 그 아래에 있는 간이침대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박 영감은 용만의 옆으로 다가가 힘껏 귀를 잡아당기며 악을 썼다.

“이 미련 곰탱이 같은 놈아, 벌떡 일어나란 말이다! 오용만~!”

그제야 용만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서슬에 큰 덩치가 간이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굴러 떨어진 용만은 얼른 안고 자던 3)사인검(四寅劍)을 집어 들고 눈을 부라렸다.

“무……무슨 일입니까?”

그 모습을 보고 박 영감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일은 무슨 일? 일이 있었으면 니 목숨은 벌써 귀신한테 잡혀갔겠다! 넌 어떻게 잠만 들면 옆에서 천둥벼락을 쳐도 모르냐?”

그제야 용만이 잠이 덜 깬 눈으로 팔꿈치가 아파죽겠다는 시늉을 하며 우는소리를 했다.

“아, 진짜…… 영감님! 별일도 아닌데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귀를 잡아당기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다른 곳 같으면 지금처럼 마음 놓고 잠을 자겠어요? 게다가 귀신 따위가 이 오용만이를 어떻게 해치러 와요? 이 사인검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용만이 검을 들고 흔들자 사인검이 다시 울음소리를 냈다. 그가 눈을 치뜨고 말했다.

“어라? 이 안에 잡귀가 들어온 모양이네?”

용만이 어피(魚皮)로 만든 칼집에서 검을 절반쯤 빼내자 검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그 빛을 사무실 이곳저곳에 비추자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영의 모습이 칼날에 반사되어 나타났다.

“그럼 그렇지! 이 잡귀가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용만이 칼집에서 검을 마저 뽑으려 하자 박 영감이 소리쳤다.

“검이 아깝다, 이놈아!”
“또…… 왜요?”
“저 영은 우릴 도와주러 온 거야! 뒷북치지 말고 얼른 여기 이거, 니가 좋아하는 인터넷이나 좀 해봐!”

용만이 오만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보다 영감님이 더 좋아하시잖아요. 만날 고스톱 치시면서…….”
“고놈 참 말 많네!”
“알았어요, 알았어. 뭘 찾으면 되는데요?”
“귀사리!”
“예?”
“귀사리라는 마을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봐!”

용만이 검색창에 ‘귀사리’라는 지명을 쳐 넣자 많은 검색어가 화면에 떴다. 박 영감과 용만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해나가다가 신문기사 하나를 어렵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자그마치 22년 전의 기사였다.

<어제 오후 수몰지역인 귀사리(歸思里) 주민 열일곱 명이 트럭을 몰고 댐 저수지로 돌진해 모두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목격자에 의하면 짐칸에 주민을 태운 트럭이 저수지 근처에서 갑자기 핸들을 꺾어 돌진했다고 한다. 경찰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트럭주인 한모 씨(62세)의 운전 부주의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안타까운 것은 트럭에 탄 주민 열일곱 명 중 단 한 명도 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귀사리와 관련된 신문기사가 몇 개 더 있었는데 전부 저수지 근처에서의 이런저런 사고들이었다. 저수지에서 익사한 사건도 많았고 교통사고도 기이할 정도로 많았다. 게다가 그 모든 사고들은 귀사리가 수몰되어 저수지가 된 후 발생한 것이었다. 용만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언뜻 이해가 안 가네요. 트럭 짐칸이면 저수지에 빠졌어도 충분히 헤엄쳐서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다 죽었을까요? 게다가 여기 완전 사고다발지역인데요? 가만, 저수지로 수몰된 후 지난 22년간 사고가 도대체 몇 건이야?”
“기사화 안 된 것까지 따지면 훨씬 많겠지.”
용만이 돌아보고 말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사고가 너무 많은데요?”

박 영감이 미간을 좁히고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며 말했다.

“귀사리 사망자들의 손바닥에는 별모양의 푸른 자국이 남았다니까 거의 확실하지. 귀사리(鬼思里)라…… 귀사리…….”
“역시 악귀들의 짓이군요!”
“귀사리(鬼思里)면 귀심(鬼心), 다시 말해 귀신의 마음이란 뜻인가?”
“예?”
“계속 찾아봐.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한참 이곳저곳을 검색하던 용만이 소리쳤다.

“여기 좀 보세요!”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나타나 있었다. 글은 기사가 아닌, 지방의 한 잡지사 기자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이었다. 블로그에는 수몰되기 전 귀사리 마을과 수몰된 현재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귀신의 마음이 숨어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귀사리(鬼思里)! 예전 귀사리는 유독 전쟁이나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마을이었는데 그로 인해 원혼이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조선후기의 한 고승이 마을에 결계(結界)를 쳤고 이후 귀사리는 그 어느 마을보다 평온해졌다. 그런 귀사리에 다시 원혼들의 저주가 시작된 건 마을을 수몰시키고 저수지를 만들면서부터다. 공사를 하는 중 사고로 사망한 인부만 열두 명이었고 저수지가 완공되고 난 이후에도 예전 귀사리 마을 어귀부근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귀사리는 이제 그 이름 그대로 귀신이 지배하는 죽음의 마을이 되고 말았다. 귀사리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귀신의 마음도 마을이 수몰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일까.>

박 영감이 끙 소리를 내며 말했다.

“어젯밤에도 운전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는군.”

늘 장난스러운 용만도 이번엔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단순한 잡귀들 짓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이승에 이 정도의 해악을 미칠 정도라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악의 세력일 수 있지! 게다가 오랜 세월 저수지를 근거지로 삼고 악의 기운을 축적했다면 악귀가 요마로 변했을 수도 있고. 더 이상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처리를 해야 해. 상대가 상대니 만큼 이번엔 장 법사도 부르는 게 좋겠어! 전화 넣어봐!”
“지금 이 새벽에요?”
“지금 사고현장의 상황을 알 수가 없어. 누가 신고라도 했을지, 아니면 죽은 사람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을지. 현장이 정리됐다고 해도 사고가 났을 때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야 흔적들이 남아 있지! 얼른 전화 넣어!”

난처한 얼굴로 장선일에게 전화를 건 용만이 통화를 마친 후 말했다.

“지금 당장 달려오겠다고 하네요!”
“당연히 와야지! 괜히 퇴마를 가르친 게 아닌데!”

선일은 박 영감의 제자였다. 본래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가 다시 속세로 나왔을 때 우연히 박 영감을 만나 퇴마를 배운 것이다. 선일은 가족하고도 헤어졌는데 그 이유가 봐서는 안 될 것, 즉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 이야기
제1장 귀사리 (3)

주1) 불교에서 모든 마군과 마귀의 항복을 받아낸다는 참말씀.

주2) <불교> 삼장(三障)의 하나. 말, 동작 또는 마음으로 지은 악업에 의한 장애를 이른다.

주3)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이라고도 불리는 조선시대의 명검. 이 칼은 음(陰)한 사귀(邪鬼)를 물리치기 위해 12간지 중 호랑이를 상징하는 사인(四寅), 즉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제작된 검으로 검신 앞뒤로 27자의 주문과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다. 주문은 《주역(周易)》과 도교(道敎)의 우주관을 담고 있으며 음양(陰陽)의 원리를 따라 산천(山川)의 음기(陰氣)가 뭉쳐서 생성되는 요귀(妖鬼)를 하늘의 양기(陽氣)가 담긴 사인검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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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재 스케줄을 조정하기 위해 이틀 연속으로 2회를 포스팅하게 됐습니다만..
    다음주부터는 주 2회 내지 3회 간격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이종호 작가님에게 응원의 댓글들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 박노협 2008/07/18 16:08

    책으로 출간되면 사서 봐야겠습니다....너무 잼 있어요 감사합니다.. ^ ^

  3. 캐슬린 2008/07/18 16:21

    출판되면 꼭 사서 읽을게요^^* 너무 재미있네요.
    이종호 작가님 화이팅!!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4. 나는물귀신 2008/07/18 17:10

    이번편도 너무 재미있네요..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5. 오싹오싹 2008/07/18 18:43

    빨리 출간해주세요~~~

  6. 예상했던것과는 다른 전개가...
    박영감은 퇴마사?
    예측을 빗나가는... -_-
    다음편 기대가 됩니다... 근 ... 데
    연재가.. 월 수 금 이라고 되어 있네요...
    그럼 주말엔 못본다는 -_ㅜ

  7. 잼있어요 2008/07/19 14:47

    1화랑 2화 오늘 읽었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집니다
    저도 1화에서 2화로 넘어올때 예상과는 달라서
    더 흥미가 생기네요 ㅎㅎㅎ

  8. 퇴마다! 2008/07/20 18:00

    전개가 퇴마사의 활약으로 흘러갈거 같은데요
    속도감있게 연재가 필요하겠습니다
    감질맛 나는건 시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