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앤솔로지 호러 영화
네, 영화 제목으로 <핏방울 떨어지는 집>을 택했습니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통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에 게시판에서도 말했지만 아미커스사에서 만든 앤솔로지 호러 영화입니다. 전 비슷한 부류로 분류되는 <어사일럼>보다 이 작품이 조금 더 좋아요. 그래서 먼저 리뷰를 올리는 것이지만.
영화는 영국 시골 마을에서 유명한 호러 배우인 폴 헨더슨이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할로웨이 경위가 내려오는데, 마을 경찰관과 부동산 중개인 스토커는 그에게 이 집에 전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를 각각 두 편씩 들려줍니다. 스토커가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는 바로 헨더슨에 대한 것이고 그 이야기는 할로웨이 경위에 의해 마무리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Method for Murder>는 호러 소설을 쓰는 남편과 아내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집을 빌린 남편은 자기가 만들어낸 미치광이 살인마가 집 근처를 돌아다닌다는 환상에 사로잡힙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살인마가 주변 사람들의 목숨까지 위협한다고 걱정하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그것도 두 겹으로요.
두 번째 이야기인 <Waxworks>의 주인공은 은퇴한 주식중개인입니다. 작가 부부가 떠난 뒤 집을 빌린 그는 동네의 밀랍박물관에서 그가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와 똑같이 생긴 살로메 밀랍인형을 발견합니다. 그는 겁에 질려 달아나지만 같은 여자를 사랑했던 친구가 그 마을에 방문했다가 밀랍인형에 빠지자 문제가 커집니다.
세 번째 이야기인 <Sweets to the Sweet>에서 집을 빌린 사람은 제인이라는 예쁜 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 존 리드입니다. 그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온 앤 노튼은 이 아이와 아빠 사이에 뭔가 끔찍한 비밀이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네 번째 이야기 <The Cloak>에서는 폴 헨더슨의 실종 이유가 밝혀집니다. 그는 낡은 소품 가게에서 뱀파이어 외투를 샀는데, 이 외투엔 굉장한 비밀이 숨어 있었죠. 이걸 입으면 진짜로 뱀파이어가 되는 겁니다!
이 이야기들은 아주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주받은 집 이야기를 하는 척하고 있지만 집이 중요한 배경으로 활용되는 에피소드는 <Method for Murder>와 <Sweets to the Sweet> 정도죠. <Waxworks>의 중요 무대는 밀랍박물관이고 <The Cloak>의 무대는 어디여도 상관없어요. 같은 집이 계속 등장하는 건 순전히 앤솔로지 영화를 만들기 위한 핑계입니다. 같은 집을 무대로 하면 제작비 절감의 효과도 있고요. 실제로 원작이 된 로버트 블록의 단편들은 연관성 없이 독립적으로 쓰여졌습니다.
이런 식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작품 수준은 그렇게 고른 편이 아닙니다. 아니, 나름 고른 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조금씩 작품의 강도가 세져요. 제 취향이 그렇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배열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적어도 블록의 작품 선택은 그랬을 거예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장단점을 지적해보기로 하죠. (여기서부터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지만 다들 눈치챌 수 있는 수준이니 무시하기로 하고.) <Method for Murder>는 굉장히 평이한 이야기입니다. 반전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장르 독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단번에 반전 두 개를 다 알아 맞힐 수 있죠. 간단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잘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 게다가 살인마 도미닉으로 나오는 배우와 분장이 공포감을 조성하기에는 너무 약해요. <Waxworks>의 소재도 진부한 건 마찬가지. 하지만 피터 쿠싱의 연기가 좋고 그와 관련된 마지막 장면의 인상이 꽤 강해서 전작보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Sweets to the Sweet>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에피소드인데, 일단 제인으로 나오는 클로이 프랭크가 무척 예쁘기 때문이죠(다시 봐도 예쁘더군요!) 게다가 크리스토퍼 리가 어린 금발 소녀가 무서워 덜덜 떠는 장면을 어디서 또 보겠어요? 단지 결말이 너무 쉽게 처리된 것 같아 조금은 실망스럽습니다. <The Cloak>은 굉장히 바보스럽다면 바보스럽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그 뻔뻔함이 시원스럽고 또 귀엽습니다. 존 퍼트위의 과장된 캐리커처 연기와 업계 농담도 재미있고요. 그리고 전 가게 주인 제프리 바일든의 과장된 연기가 정말 좋답니다.
중간중간에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앤솔로지의 수준은 높은 편이며, 내용을 알고 보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원래 계획대로 마지막 에피소드에 빈센트 프라이스가 출연했다면 정말 근사했겠지만, 존 퍼트위가 영화를 망친 건 아니라고요.
기타등등
근데 암만 생각해도 이 영화의 화자들이 그렇게 자세하게 이야기들을 알고 있을 리가 없어요. 그런 성격의 이야기들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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