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의식을 다룬 태국산 공포영화
<카핀>의 소재가 되고 있는 건 태국의 입관 의식입니다. 한날 한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하는 행사지요. 이렇게 관에 들어가서 소원도 빌고 그런답니다. 전 <파니 핑크>에서 파니와 친구들이 비슷한 이벤트를 하는 걸 봤습니다. 무섭겠냐고요? 파니 핑크식으로 하면 안 무서울 거예요. 하지만 관 뚜껑까지 꽝꽝 닫아놓는다면 폐소공포증 환자들은 문제가 있겠죠. 그걸 24시간 동안 하면 끔찍할 거고. 근데 그 사람들은 그 동안 생리현상은 어떻게 해결한답니까?
하여간 영화가 이 아이디어를 다루는 방식은 조금 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이건 거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도 되는 전통의식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걸 저주의 문을 여는 열쇠 쯤으로 다루고 있단 말이죠. 정말 그 동네에서 그런 소문이 도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소 수상쩍은 방법으로 소원을 비는 행사라면 잘못될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도는 것도 있을 법하죠. 그래도 전 이게 그렇게까지 좋은 호러 영화의 소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이 입관 의식을 거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한 명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애인 마리코의 소생을 비는 크리스라는 태국 남자이고, 다른 한 명은 곧 결혼을 앞둔 폐암 환자인 수라는 홍콩 여자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이 입관 의식을 거친 뒤에 소원을 이룹니다. 마리코는 다시 깨어나고 수는 완치가 되지요. 하지만 이 소원에는 치명적인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지요.
영화는 별로 안 무섭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입관의식은 진짜 호러물의 소재가 되기엔 은밀함이 떨어집니다. 이건 거의 강강수월래를 소재로 호러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지요. 게다가 처음부터 강한 호러 효과를 의도한 작품도 아니에요. 관객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것보다는 죽음과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쪽을 좋아하지요.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동양 사상을 담은 철학적인 이야기로 몰고 갔다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그렇게 좋지 않았을 거예요. 이 영화의 철학적 깊이는 빈약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이게 전부예요. "운명에 반항하지 말고 복종해."
<카핀>은 '잉글리시 프렌들리'한 영화입니다. 국제 시장을 노리고 처음부터 영어 대사 위주로 찍었지요. 캐스팅도 다국적이고요. 특히 아난다 에버링엄이나 막문위는 모두 영어를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는 배우들이죠. 태국어의 생경한 느낌이 거슬리는 관객들은 비교적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이게 영화의 장점 같지가 않아요. 영어 위주로 대사를 짜다보니 캐스팅과 캐릭터 설정이 거기에 갇혀 버렸거든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스포츠 카를 몰고 다니는 호사스러운 아시아 상류층 사람들인데, 그들은 실감나는 호러물의 주인공이 되기엔 지나치게 유들유들하고 번지르르합니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짜는 동안 태국 호러 영화 특유의 날느낌도 사라져버렸고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걸 대체할만한 뭔가 굉장한 걸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편하게 즐기기엔 다국적 시장에 아부하는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기타등등
아, 에카차이 우에크롱탐이 <뷰티풀 복서>의 감독이었군요. 그 영화가 나았습니다.
'리뷰 > 귀신 / 심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영화 6: 유령 - Películas para no dormir: Regreso a Moira (2006) (0) | 2008/09/20 |
|---|---|
| 절규 - 叫 (2007) (2) | 2008/08/11 |
| 영혼의 카니발 - Carnival of Souls (1962) (2) | 2008/08/04 |
| 제1규칙 - Rule Number One (2008) (0) | 2008/07/29 |
| 카핀 - The Coffin (2008) (1) | 2008/07/17 |
| 에쿠스테 - エクステ (2007) (1) | 2008/07/05 |
| 카르마 - Pen choo kab pee (2006) (1) | 2008/06/20 |
| 디 아이 - The Eye (2008) (11) | 2008/05/30 |
| 바디 - Body #19 (2007) (5) | 2008/05/22 |
| 쇼크 - Schock (1977) (0) | 2008/03/21 |
| 흑야 - 黑夜 (2006) (0) | 2008/03/02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첫플인가요..?
태국 호러 영화이면서도 뭔가 좀 다른 듯한 느낌이네요.. 잘했다는건 아니지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