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갈등이 빚어내는 비극
한국에서 <메이드: 하녀의 저주>라는 제목으로 DVD 타이틀이 출시된 싱가포르 영화 <The Maid>를 처음에 난 VHS 테이프로 보았다. 제 10회 부천영화제 사무국이 메인카탈로그에 들어갈 원고를 써달라는 청탁을 해서 화질이 좋지 않은 테이프로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었다. 그 당시에 내가 싱가포르로 이주를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싱가포르에서 출시된 DVD 타이틀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 나에게는 이 영화의 풍경이 매우 익숙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싱가포르에는 많은 숫자의 외국에서 온 메이드들이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그리고 스리랑카 등지에서 온다. 싱가포르 신문에는 종종 고용주들이 메이드들을 학대해서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기사가 실리곤 한다. 싱가포르에서 메이드 학대 사례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문제이다. 그런데 이 켈빈 통의 영화는 메이드들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필리핀에서 로사라는 이름의 메이드가 싱가포르로 온다. 그녀는 18살밖에 되지 않았다. 부모는 모두 죽었고 7살 먹은 어린 남동생은 중병을 앓고 있다. 이렇듯 필리핀 출신의 많은 메이드들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싱가포르까지 오게 된다.
그 로사는 한 중국인 가정에서 일하게 된다. 로사 역할을 맡은 배우는 알레산드라 드 로시(Alessandra de Rossi)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이 영화에서 훌륭한 영어 발음을 선보인다. 사실 이것은 좀 이상하다. 대부분의 필리핀 출신 메이드들은 그렇게까지 영어 발음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IMDb를 검색해보니 이 여배우는 영국에서 태어나서 이탈리아에서 성장했다.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고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인데, 주로 필리핀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그녀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에서 많은 여성들이 싱가포르에 와서 메이드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싱가포르에서 메이드들은 싱달러로 3몇 백 달러 정도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평균 350달러 정도 된다. 그 돈은 필리핀에서는 매우 큰돈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국가경제에서 여성들이 외국으로 나가 가정부로 일해서 고향으로 송금하는 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켈빈 통은 영화에서 필리핀 메이드의 눈을 통해 중국인들의 문화를 다시 사유한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나름대로 중국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어 있기도 하지만,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국인들은 그와 동시에 전통을 주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사회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음력 7월은 중국인들에게 지옥의 문이 열리고 귀신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활보하는 시기다. 이 때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고, 절대로 ‘귀신’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뱉으면 안 된다. 영화는 계속 필리핀인의 눈에 비친 기이한 중국인들의 풍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나름의 전통에 근거한 것이지만,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로사가 일하게 된 집은 싱가포르 전통 가옥이다. 이층으로 된 집의 공간은 비교적 넓고 아주 낡았다. 집안은 어둡고 거울이나 TV도 없다. 켈빈 통은 싱가포르의 전통 가옥을 호러영화의 무대로 잘 활용하고 있다. 그의 최신작 <제1규칙>도 그렇지만, 켈빈 통은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싱가포르의 HDB(정부임대아파트)도 홍콩의 좁디좁은 아파트 정도는 아니지만,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가진 공간으로 이 영화에서 재현된다. 그 낡은 집안 구석구석은 귀신이 살고 있는 그런 공간들이다. 또 <881>에서 보았던 게타이 무대의 아래는 귀신이 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다. 물론 로사는 소년 귀신의 부탁을 받고 축구공을 가지러 그곳에 들어간다. 이렇게 이 영화에는 금기의 공간이 많이 등장한다.
가톨릭 신자인 로사에게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귀신은 주인 부부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에스터라는 메이드이다. 영화는 로사가 귀신 에스터의 원한이 무엇인지 밝히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싱가포르에서 음력의 7월을 보내는 것은 도처에 귀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로사는 집에서, 거리에서, 게타이 무대의 객석에서 수많은 귀신들을 본다. 낯선 나라에 와서 전혀 알지 못하는 문화와 풍습을 익혀야 하는 메이드들에게는 그 삶 자체가 공포일 수 있다. 에릭 쿠의 영화제목처럼 ‘휴일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그녀들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돌려보낸다는 고용주의 그 말이 가장 큰 공포이다. 즉 이 영화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메이드들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인 고용주 부부의 탐욕은 말 그대로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켈빈 통과 이 영화의 제작자인 다니엘 윤은 말 그대로 ‘국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이 타이틀에 수록된 메이킹 필름에서 레인트리 영화사의 사장인 다니엘 윤은, 7년 전에 자신이 영화사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비웃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싱가포르에서 영화사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시장은 좁고 인력도 별로 없다. 그러니 무슨 영화가 제작된다는 말인가. 하지만 다니엘 윤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지만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영화를 제작하려 한다고 말한다. 그 성과들 중에는 팡 브러더스의 <디 아이>와 켈빈 통의 <제1규칙> 등이 있다. 싱가포르 영화의 최근 역사는 이 레인트리 영화사의 역사와 거의 일치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앞으로 이 레인트리 영화사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메이드>는 싱가포르 중국인 사회를 타자인 필리핀 여성 메이드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영화이다. 이것이 이 영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이 영화를 단순한 귀신영화를 뛰어넘게 만든다. <제1규칙> 이후 다음 영화에 대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 켈빈 통이 또 어떤 호러영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2008/03/15 - [기획 / 특집/칼럼] - 싱가포르 호러의 저력 '제1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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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Beatmania의 느낌
Tracked from emptyframe's me2DAY 2008/07/15 01:00 삭제메이드. 지난달 선댄스 케이블 채널 광고제작 도와주면서 봤는데, 인상적인 장면 몇개빼고는 전형적인 깜짝깜짝 놀래키는 공포영화. 어느정도 깔끔한 연출이 진부한 이야기에 갇혀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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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감독의 <하녀> 리뷰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낚인 1人-_-; 신상옥 감독의 감각이란 얼마나 천재적인 것인지, 현재 헐리우드 공포영화를 보아도 <하녀>만큼의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신상옥 감독도 <하녀>란 영화를 찍었나요? 김기영 감독의<하녀> 말씀하신 것인지 모르겠군요.
아, 네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맞네요.-_-; 신상옥 감독의 다른 공포영화랑 헷갈렸습니다.-_-; 이 하녀에는 안성기씨가 아역으로 출연했었네요...(역시 기억은 부정확하다니까...OTL)
찬장 안의 공포의 쥐약. 오싹하죠~ ㅎㅎ
문득 Dirty Pretty Things가 생각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