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야만성을 까발리는 고문영화들
우리는 왜 팔다리가 뜯겨나가고,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는 광경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니 말을 바꾸자. 왜 누군가는, 끔찍하고 잔인한 고어에 열광하는 것일까. 한때는 소수의 은밀한 볼거리였던 고어영화들이, 왜 지금은 주류 영화들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일까. 인간의 잔인한 본성?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현대문명의 이중성에 대한 고발? 이도저도 아니라면 인간 이전의 동물적인 야성의 발로?
과거에도 고문영화는 있었다. B급 영화를 전문으로 만드는 트로마의 <피를 빠는 변태>, 도에이가 소위 ‘불량영화’를 양산하던 때에 나온 이시이 테루오와 마키구치 유지 등의 괴짜 감독이 만들어낸 <쇼군의 새디즘>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 마니악하게 간다면 기니피그 시리즈의 <혈육의 꽃>이나 <금단의 임금님 게임> 같은 극악한 영화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 이런 고문영화, 고어영화는 소수의 열혈 관객이 좋아하는 비주류영화였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볼 영화는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2004년 <쏘우>가 등장하면서 기묘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폐쇄공간에 갇힌 두 남자의 지옥 같은 탈출극이 인상적이었지만, <쏘우>가 인기 시리즈로 정착된 것은 연쇄살인자인 직쏘가 마련해 놓은 철학적인 의미를 가진 트랩 덕분이었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직쏘는, 인생을 낭비하는 자나 죽고 싶다고 떠들어대는 자들을 골라 선택의 기회를 준다. 양 손이 면도날에 베여 피투성이가 되는 것은 약과이고, 한쪽 팔을 잘라 내거나 살을 뜯어 몸속의 열쇠를 꺼내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끔찍한 고통을 견디고 삶을 택하던가, 아니면 죽어버리라는 것이다.
<쏘우>(2004)
그렇다면 <쏘우> 이후에 나온 <호스텔>(2005)은 어떨까? <호스텔>은 동구에 여행 온 배낭여행객을 납치하여, 세계 각지에서 온 부자들의 고문상대로 제공하는 공장의 이야기다. 일라이 로스 감독은 <호스텔>은 희생자의 시선으로 그린다. 난데없이 살육의 현장으로 끌려와 산 채로 고문을 당하는 무고한 사람들의 공포를, 관객이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고문의 의미에 대해서는 <호스텔 2>에서 말해준다. 초반에 주인공이 호스텔에 들어가고, 여권을 맡기자 그것을 스캔하여 바로 전 세계의 고객에게 전송하고, 평온하게 가족과 함께 일상을 즐기던 남자들이 PDA의 화면을 보면서 태연하게 경매에 들어가는 광경이 등장한다. 그것은 인터넷으로 주식 정보를 살피면서 투자를 하는 비즈니스맨의 일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공장에 오지 않는 한, 그들은 보통의 잘 나가는 상류층 인사일 뿐이다. 그런 그들이 단지 일탈을 위해서, 단지 짜릿한 여흥을 위해서, 단지 욕망을 분출시키기 위해, 누군가를 고문하고 살해한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지금 보스니아나 수단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일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광경은, 다만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을 뿐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호스텔 2>(2007)
사실 고문영화가 유행이 된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브레이브하트>에도 나오듯이, 과거에 수많은 대중이 보는 앞에서 반역자나 죄인을 고문하고 죽이는 것은 오히려 일상적인 일이었다. 고문하고 죽이는 광경을 즐기기 위해, 처형장을 찾았던 것이다. 아무리 문명의 옷을 입어도, 벌거벗은 인간의 본성은 복잡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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