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B급 싸구려 영화의 미학
남극 분지에서 잃어버린 공룡을 만난다!
버질 W. 보글과 라즐로 고록은 지구공동설에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네들은 그걸 믿지 않았나 봐요. <몰 피플>처럼 <미지의 세계>도 지구공동설 언저리를 방황하고 있긴 한데,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남극의 분지입니다. 해수면 3000피트 밑에 있는 이 분지는 화산 활동 때문에 따뜻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고 그 때문에 중생대의 생물들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지요.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를 거꾸로 만든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예산 해골섬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하여간 여자 기자 한 명을 포함한 미국 탐사대가 헬리콥터를 타고 이 근처를 지나다가 불시착합니다. 헬기는 고장났고 무선 연락은 되지 않아요.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티라노사우르스, 엘라시오사우르스 그리고 예고편에서는 죽어도 스테고사우르스라고 우기지만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거대한 왕도마뱀이 우글거리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도 남극의 얼음벌판에서 얼어죽는 것보다야 낫죠. 게다가 그곳에는 47년 탐험 때 실종되었던 탐사대원 한 명이 생존해 있었답니다.
이 영화의 구경거리... <킹콩>을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열심히 노력하기는 했는데, 결과가 별로 안 좋아요. 티라노 사우르스는 고무옷을 입은 엑스트라입니다. 고질라라면 모를까 티라노사우르스에 이런 분장을 쓰는 건 예의가 아니죠. 엘라시오사우르스는 모형을 썼는데, 해부학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나 엉망입니다. 앞지느러미를 수영하듯 번갈아 움직이는 공룡은 이 영화에서 처음 봐요.아까도 말했지만 스테고사우르스는 그냥 도마뱀이... 아니, 그건 스테고사우르스일 리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도 그 정도 공부는 했겠죠!
<몰 피플> 때에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기존 기록 영화에서 멋대로 가져온 클립들이 넘쳐납니다. 특히 주인공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남극대륙으로 들어가는 초반은요. 몇몇 액션은 순전히 클립들을 먼저 가져오고 그걸 이용해 재구성한 게 분명해요. 상관없습니다. 요샌 이런 것들도 꽤 귀여워보이거든요.
영화의 갈등은 대부분 10년 동안 분지에서 생존했던 탐사대원 칼 헌터와 주인공들 사이에서 벌어지는데,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헌터가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입니다. 헬리콥터를 고칠 수 있게 주인공들을 돕는 거죠. 그래야 빨리 이 공룡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는 그러는 대신 몸을 숨기고 있다가 툭하면 여자 주인공 매기를 납치하고 남자들에겐 난동을 피웁니다. 그 때문에 금방 떠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몇 주 정도 더 머물게 되지요.
그래도 이 영화에는 50년대 싸구려 영화의 재미가 있습니다. 적당히 야만적이고 환상적이에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그럴싸한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도 당시 장르영화답고. 물론 만드는 사람들은 돈과 시간이 조금 더 넉넉하길 바랐겠지요.
기타등등
매기는 어쩜 그렇게 기절을 많이 하는지. 이동 시간 절반을 무의식 상태로 있는 것 같아요. 한국전 종군 기자 경력이 있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나약하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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