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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있는 B급 SF

<몰 피플>에서 가장 괴상하고 어색한 부분은 프롤로그입니다. 프랭크 박스터라는 영문학 교수가 나와서 길가메시 서사시나 지구 공동설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지요. 둘 다 자기 전공은 아닐 텐데 말이죠. 게다가 영화 내용과도 그렇게 맞지 않아요. <몰 피플>은 지하세계를 다룬 영화지만 지구 공동설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본론으로 들어가면 영화는 꽤 재미있습니다. 두더지 인간들이 나온다지만, 미국의 작은 마을을 돌연변이 두더지 인간들이 습격한다는 진부한 B급 괴물 영화의 공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거든요.

영화는 수메르 문명을 연구하는 고고학자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들은 산 꼭대기에서 고대 문명의 유적을 발견하는데,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을 통해 동료 한 명이 떨어져 죽습니다. 밑으로 내려간 그들은 몇천 년 동안 유지되었던 수메르인들의 지하왕국을 발견합니다. 알비노가 된 그들은 두더지처럼 땅을 파고 사는 괴물로 변한 하층민들을 부려먹으며 폭압적인 지하세계를 꾸려가고 있었죠.

이 이야기는 전형적인 해거드식 모험담으로, 역시 또 하나의 전형성에 속해 있습니다. 생활 수메르어에 유창한 고고학자인 척하는 무적의 존 에이거 역시 '야만 세계의 미국인 남자 주인공' 역할에 충실하고요. 게다가 제작비의 한계가 있어서, 이들이 그리는 지하 수메르 문명은 아무래도 초라해보이고 좀 웃깁니다. 고대 문명의 후예보다는 <플래시 고든> 시리즈의 외계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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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 피플>은 꽤 실속이 있습니다. 일단 이들은 지하세계를 구축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였어요. 영화는 이들의 생태계와 사회, 종교, 인구 조절 방식, 세계관을 묘사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게 100퍼센트 설득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는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이 그리는 지하 수메르인의 폐쇄적인 세계는 우리 세계의 반영이기도 하기 때문에 <걸리버 여행기>식 사회 비판의 역할을 하기도 하죠.

해거드식 스토리를 따르고 있긴 해도, 이야기는 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반전들은 흥미롭고, 주인공들의 탈출 과정도 그럴싸하게 짜여진 편입니다. 작정하고 장르 공식을 배반하려는 장치들도 많죠. 몰 피플이 악당이 아닌 것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결말이 불필요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사실 그건 만든 사람들의 원래 의도가 아니었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기타등등에서 따로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하여간 <몰 피플>은 실속있는 영화입니다. 능력의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 졸속으로 만든 가벼운 B급 SF 영화치고는 야심이 만만치 않고 성취도도 기대이상으로 높지요. 여전히 <미스터리 사이언스 3000>에서 놀려먹기 딱 좋을 만한 촌스러운 부분이 넘쳐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성취한 것들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기타등등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존 에이거의 캐릭터 로저 벤틀리와 원주민 처녀 아다드의 로맨스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요. 원래 이 둘은 행복하게 맺어질 예정이었답니다. 하지만 타인종간의 로맨스에 불편해진 스튜디오가 제동을 걸어 결말을 새로 찍었지요. 새로 찍은 결말에서는 아다드가 지진으로 죽습니다. 지금도 보면 어이가 없지만 당시 관객들도 어이가 없었을 거예요. 아다드를 연기한 신시아 패트릭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금발 미녀처럼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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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 [게임 / 영상매체/리뷰] - 유니버설 고전 SF영화 컬렉션 DVD 박스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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