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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베트남전

<님은 먼곳에>는 여자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이준익의 첫 번째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차별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여전히 이 영화에서 떠들고 욕하고 싸우고 비굴해지고 징징 짜는 사람들은 몽땅 남자들이거든요. 이 영화에서 수애가 연기하는 시골 아낙네 순이는 영화 내내 이들과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말이 없고 조용하며 속을 읽을 수가 없어요. 하나의 미스터리입니다.

70년대 신파물을 연상시키는 설정도 보기와는 같지 않습니다. 남편 찾아 베트남으로 가는 여자 이야기라니 순애보의 논리를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암만 봐도 순이는 그럴 정도로 남편인 상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증오심이 더 클 거예요. 수애와 결혼했으면 "감사합니다"하고 떠받들며 사는 게 정상이잖아요. 하지만 이 남편이라는 놈은 아내를 길가의 돌멩이 취급하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나 피우다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군대로 달아나 버립니다. 도대체 왜? 우린 역시 모릅니다. 순이만큼이나 남편의 심리 묘사도 제거되어 있거든요. 이유야 있겠죠. 대학물 먹은 인텔리라니 시대를 탓할 수도 있고.

그런데도 왜 순이는 남편을 찾으려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요? 영화는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준익은 계속 인터뷰를 통해 여기에 대한 자신의 답을 제시해야 할 거예요. 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전 아무래도 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면서 아기 낳는 기계 취급을 받던 시골 아낙네가 드디어 열 받은 거예요. 베트남까지 가서 남편을 무릎 꿇려놓고 이렇게 외치고 싶었겠죠. "이 발가락 사이의 때만도 못한 놈아! 이제 내가 누군지 알았으니 남은 평생 종처럼 나를 섬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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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제 생각이고(이준익의 생각은 조금 더 온화합니다) 남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리는 있어요. 그리고 이준익이 순이라는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이 모든 것들을 허용합니다. 상상을 할 여지가 충분하고 수애 역시 어느 정도 모호한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게 무척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이준익이 남편 대신 이 캐릭터를 '섬기고' 있다는 티가 종종 나긴 합니다만.

이 영화가 가장 이준익다울 때는 순이를 베트남으로 데려가는 '남성' 딴따라 일행을 그릴 때입니다. 여기서 이준익은 생기넘치고 정직하고 할 말도 많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실질적인 남자주인공 겸 악역인 밴드 리더 정만은 거의 모범적으로 짜여진 이준익 캐릭터이며 성과도 좋습니다. 이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옛 한국 대중 음악에 대한 이준익의 애정 역시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베트남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디세이로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시무시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넓은 범위를 덮고 있습니다. 그러려는 노력 때문에 설정이나 상황이 조금씩 인공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보량도 늘어나니까 그건 좋은 거고. 스펙터클은 그냥 경제적으로 꾸려졌습니다. 이야기 전개엔 무리가 없지만 조금 갑갑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좋습니다. <왕의 남자>처럼 찐한 구석은 없지만 논리적이고 정확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조용하게 끓어오르는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하긴 저라도 이렇게 맺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왔으면서 전통적인 재회로 끝내면 배반이 아니겠습니까?

기타등등

영화 초반에 나오는 '남은 쥐를 마저 잡자!'라는 표어가 무척 선동적으로 보이더군요.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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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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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고몽 2008/07/10 09:09

    전통적인 재회로 끝나지 않는다니 뭔가 슬픈 결말인가염?
    음흠~ -0-~~

  2. 헉 혹시 베타겜, 플레이웨어즈의 듀나님 아니세요? ㅋ.ㅋ 여기서도 활동하시는건지...~

  3. 맥거핀 2008/07/10 20:56

    저는 이 영화의 티저 포스터가 훨씬 더 낫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여름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흥행성을 앞세우기 위해

    반쯤 헐거벗긴 수애의 빨간 드레스를 전면에 부각시켰겠지만...

    아무리 봐도 메인 포스터는 쌈마이 풍이군요.

  4. 쥐를 잡자...

    빈티지 포인트 상영 때처럼 경찰이 포스터 찢으러 다니는 건 아닐지 걱정이군요.

  5. 영화소년 2008/07/14 22:05

    티져포스터는 쪼금 무거운 분위기;;
    미스 사이공의 냄새가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