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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엔 이유가 필요 없다

이제 ‘묻지마 살인’은 21세기 공포영화의 확실한 화두로 굳어진 것일까? 과거의 주류 공포영화들이 단순히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왜’ 죽여야 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는 데에 이야기의 큰 비중을 두었다면 현재 할리우드의 최신 공포영화들은 ‘동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들의 살인현장 재연에 런타임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퍼니 게임>이나 <카오스> 등에서 그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 ‘묻지마 살인’ 영화들의 특징 중 하나는 ‘권선징악’의 구도에 의해 범인을 단죄하지 않고 그들의 살인 모습을 방관자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과거에 어설픈 살인 장면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던 관객들 중의 일부는 이제 진짜배기 공포와 함께 도덕적 분열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클릭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현실 속의 ‘사이코패스’들 덕에 그다지 낯설어 보이지는 않는 새 영화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은 바로 이러한 요즈음의 트렌드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스릴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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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스코트 스피드먼)는 애인 크리스틴(리브 타일러)을 위해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하지만 무참히 거절당한다. 그가 계획했던 별장에서의 로맨틱한 하룻밤의 꿈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별장에 뿌려놓은 장미꽃은 생기를 잃었고 갑작스레 어색해진 두 연인이 앞으로 보낼 하룻밤은 두 사람의 표정만큼이나 슬프고 권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곧 노크 소리와 함께 찾아온 ‘낯선 자들’로 인해 두 사람은 실연의 상처쯤(?)은 쉽게 잊고 생지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3인조로 구성된 '낯선 자들'은 전부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체성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영화 초반 불청객 중의 한명인 여자아이가 별장에 찾아와 생뚱맞게 ‘타마라’를 찾는 것 이외에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그들의 대사가 거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대신하는 것은 심장을 조여 오는 노크 소리와 발자국 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잡음들뿐이다.

불청객들의 익명성과 비인간성을 상징하는 그 소리들은 이 영화의 서스펜스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 중 하나인데, 감독은 동일한 소재의 여타 슬래셔 영화들이 즐겨 사용했던 난도질 장면을 음향효과와 카메라 워킹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것은 <노크>를 장르상으로는 <스크림>류의 슬래셔보다는 <뎀>이나 <베이컨시>와 같은 스릴러쪽에 위치시키게 하는데 긴장 유발의 측면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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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좋은 약도 많이 쓰면 독이 되는 법, 적절한 완급 조절 없이 시종일관 지속되는 긴장감은 외려 관객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 아마도 극장을 나오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봤다기보다는 1인칭 공포 서바이벌 게임을 마치고 난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화 <노크>는 한여름 밤을 연인과 함께 즐기기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스릴러 영화라고 여겨진다. 특히 공포영화가 기본적으로 서사구조보다는 설정과 체험이라는 컨셉에 기초한 장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라면.

PS: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살인마의 “Because you were home”라는 대사는 미국의 가족주의를 잘 보여주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멘트인 “There's no place like home”에 대한 야유처럼 보인다.


Posted by 이웃집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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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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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낯익은 자들의 방문 - 노크(The Stranger)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2008/07/10 18:26  삭제

    [덧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유념하시기를] 대체로 실화를 재현한 작품들은 별반 무섭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편이다. 특히 그 소재가 실화이겠거니라고 받아들이기 쉬우면 쉬울수록 그러하다. 스크린을 통해 현실성을 한꺼풀 벗은 영화가 현실의 참혹한 사건보다 더 무서울리가 없지 않은가. 집이라는 공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무차별살인이라는게 더 무서울 수 있음을 보이는 [노크]의 이야기는 전혀 신선하지 않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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