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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상 최대작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김지운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모방의 모방의 모방입니다. 미국 서부극을 모방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못 생긴 놈(그냥 이렇게 쓰렵니다)>을 모방한 이만희의 만주 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를 다시 모방한 영화죠. 이들 중 배경이 되는 실제 공간에서 찍은 영화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다 스페인이나 한강 둔치나 둔황에서 찍었죠.

이렇게 모방들이 겹치다보니 전작들의 요소들이 여기저기 발견됩니다. 이 영화가 현실화된 건 <쇠사슬을 끊어라>의 존재 때문이지만 그래도 제목까지 빌려온 레오네의 영향이 더 크죠. 특히 후반의 결투 장면은 그냥 레오네 스타일의 패러디처럼 보입니다. 아무리 조합과 결말을 바꾸어도 이런 식의 총싸움을 그리면서 레오네를 무시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앞의 두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김지운의 <놈놈놈>도 보물찾기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세 주인공들이 죽자고 고생을 하는 건 기본적으로 '이상한 놈'인 윤태구가 열차강도질 중 강탈한 정체불명의 보물지도 때문입니다. '나쁜 놈'인 박창이만이 남들이 모르는 뭔가 다른 동기를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지도 때문에 일본군, 독립군, 마적 떼들이 몰려들어 총질을 해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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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의 <놈놈놈>과 김지운의 <놈놈놈>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선입견과는 달리, 레오네가 <놈놈놈>에서 그린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은 판타지의 세계가 아니에요. 스페인에서 찍었고 출연 배우들 중 영어를 아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되었고 감독 역시 영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이탈리아인이었지만 오히려 웬만한 진짜 서부극보다 훨씬 실제 역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지요. 하지만 김지운이 그린 만주는 처음부터 현실 세계로 존재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만주가 어떤 곳이었느냐?'가 아니라 '만주가 어떤 곳일 수 있었느냐?'입니다. 물론 그렇게 재구축한 세계가 '서부극'이라는 장르에 가까우면 더 좋고.

김지운의 만주는 레오네의 서부와 정반대의 공간입니다. 레오네는 서부극의 클리셰적 이미지들을 받아들여 아름답게 간결화시켰죠. 하지만 온갖 인종, 언어, 문화가 한 곳에 모여 규칙없이 충돌하는 김지운의 만주는 <블레이드 런너>의 LA를 뺨칠 정도입니다. 종종 배경이 너무 복잡해서 주인공이 안 보일 지경이에요. 어떤 장면은 거의 <왈도를 찾아서> 수준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종종 이 복잡함 속에서 길을 잃는 것 같습니다. 이상한 놈 '태구'와 '나쁜 놈' 창이의 동기와 대립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교통정리 없이 좁은 곳에 쏟아지다보니 드라마의 선명성이 떨어져요. 특히 '좋은 놈'인 박도원은 캐릭터 면에서 손해 보는 게 많습니다. 전통적인 서부극의 주인공이 되기엔 주변이 너무 북적거리는 거죠. 사실 영화의 이야기도 서부극보다는 필름 느와르나 <It's a Mad Mad Mad Mad World>식 난장판 코미디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게 나쁘다는 말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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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작정하고 코미디로 밀고나가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유머가 예상 외로 약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오히려 <달콤한 인생>이 코미디로서는 더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내내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는 송강호를 보면서 "이 배우에게 왜 이 정도의 대사밖에 주어지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그래도 모든 농담들이 실패하는 건 아니고, 이상적으로 짜여졌다거나 레오네와 대결할만한 고유의 스타일을 과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액션신들이 많습니다. 세 배우들의 스타 파워 역시 적절하게 조절된 편이고요. <놈놈놈>은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긴 합니다만.

기타등등

영화를 보기 전에 복습한다면서 레오네의 <놈놈놈>을 DVD로 다시 봤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봐요. 영화 보면서 자꾸 비교를 하게 되더군요.


Posted by DJUNA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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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2008/07/22 22:58  삭제

    -이제까지 본 한국영화 중에서는 가장 신나고 유쾌한 영화였다. 이것보다 훨씬 훌륭한 한국영화도 많고 훨씬 짜임새 있는 한국영화도 많지만 이것보다 통쾌하고 후련한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액션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웃음이 절로 나오는 상황 전개, 3~4개국을 아우르는 다인종 캐스트와 거대한 스케일, 화면과 잘 어울리는 익살맞은 음악, 총기소지를 금지하는 한국 실정상 대체로 전쟁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불꽃 튀는 총격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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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빛무사 2008/07/08 09:29

    핸콕처럼 기대하지 말고 봐야겠네요.
    핸콕도 마음을 비우고 봤더니 그럭저럭 괜찮았거든요. ㅎㅎㅎ

    정우성 자체의 이미지도 좀 밋밋한데, 이 영화의 좋은놈 캐릭터도 매력이 없나보네요. 쩝~~

  2. 제 개인적으론 정우성이 가장 멋있더군요.
    과묵한 카우보이 캐릭터가 꽤 잘어울렸습니다..
    송강호는 좀 아쉽더군요. 그냥 익숙한 송강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느낌이라...

  3. 아- 기대보다 늘 2% 부족한 영화들이여...영화들이여.......

  4. 배고파 2008/07/08 14:55

    뭐 영화 역사가 깊어지면서... 관객들의 눈높이가 끝간데 없이 높아지는 것이겠죠 ㅎㅎ 가끔씩은 부모님 손잡고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보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겠습니다. 안그러면 관람료가 아까운 영화가 너무 많아요 ㅠㅠ

  5. 이거 반응이 썩 좋진 않군요.

  6. 토미에 2008/07/08 22:46

    어라..기대하던 작품인데 다들 2%부족하다는 반응?

  7. 티엘린 2008/07/09 11:17

    레오네 감독과 비교하면야.. 부족할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나름 만주웨스턴 무비를 김지운 감독님이 해주셔서 전 그래도 좋다고 보네요..
    매번 그렇고 그런 소재가 아닌.. 좀더 폭넓은 소재를 다루고 장르도 새로워서 전 기대가
    되네요.. 완벽한 영화는 없겠지요.. 좀더 재미있고 좋은 영화를 바랄뿐이지요..
    한국판 편집이 잘되어서 더 좋은 편집본으로 극장에서 볼수있기를 나름 기대해봅니다.

  8. 수엔벳 2008/07/10 22:57

    이거...
    분위기 상당히 안좋던데...

    쯥.

  9. 21세기에 만주 웨스턴이라는 소재 영역을 확대한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아요. 그저 힘든 도전을 해낸 감독님이 고마울 뿐이죠.

    물론 저 세 배우도 다 좋아하는 배우들이지만요~ ^^

    (클린트 이스트우드 나온 그 영화를 능가하는 건 워낙에 힘든 일인지라..........)

  10. 그래도 윗 댓글에서 '언제나 처럼의 송강호 캐릭터를 보는 느낌' 이라는 말씀과 본문에서의 '처음부터 작정하고 코미디' 라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11. 영화소년 2008/07/14 22:11

    아쉬움이 담긴 리뷰이긴 하지만
    달리는 말에게 내리치는 채찍처럼
    애정이 담겨있는듯^^;

  12. 이상하다.. 2008/07/17 20:58

    왜 님은 먼곳에를 클릭했는데 여기로 들어오지?? ㅡㅡ;;

  13. 방금 보고왔습니다

    기대를 안해야지 안해야지 하면서도 관람석에 앉으니 기대가 되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는거라곤 카리스마 있는 이병헌의 모습과 간간히 웃음을 주었던 송강호의 캐릭터 뿐이었습니다

    어지간한 영화에선 송강호라는 배우 한명으로도 작품 전체의 흡입력을 커버해주곤 했는데 쓰리톱으로 나온 이 작품에선 좀 힘이 부치는 느낌이었네요

    김지운 감독의 이전작 들과 비교해봐도 이번 놈놈놈은 주연진과 조연진의 조화가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막대한 제작비를 쏟았지만 흥행성에 대한 불안감은 지울 수 없군요

  14. 얼마전에 석양의 갱들(제목만 보고 웨스턴인줄 알았는데 혁명전쟁영화였음 OTL)을 보고 레오네 감독의 진정한 재능을 깨달았죠. '뭐야 이거 이 아저씨 좀 무서운데?'라는 느낌이랄까;;;;

  15. 놈놈놈 엄청기대했는데..
    시사회끝나는날 디시인사이드 놈놈놈갤러리에서 엄청난속도로 스토리와 결말을
    한번에 알아버려 엄청난 허무함을 느꼈습니다..ㅜㅜ; 그래도 영화관가서 꼭 한번봐야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