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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긴 머리는 무섭다

선박에 실려온 ‘에쿠스테-엑스테(미용실에서 붙임머리로 사용되는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 속에서 안구와 신장이 적출된 한 외국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경찰은 이 죽은 여성을 장기밀매단의 희생자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시키려 하지만 시체 안치소의 관리자인 야마자키(오스기 렌)가 ‘엑스테’를 위해 시체를 빼돌리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한편 1류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며 룸메이트인 프로 댄서 지망생 모리타 유키(사토 메구미)와 함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 미즈시마 유코(쿠리야마 치아키)는 개차반인 이복언니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 날 그녀가 일하는 미용실에 언니가 짐짝처럼 맡겨놓은 마미(사토 미쿠)를 데리고 정체불명의 야마자키가 찾아온다. 마미와 유코의 머리카락을 탐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던 야마자키는 시체에서 잘라낸 엑스테를 미용사들에게 공짜로 나누어주는데 그가 준 엑스테를 부착한 한 미용사가 다음날 집에서 끔찍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 시간, 야마자키가 자신의 집에 옮겨 놓은 시체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다.

성당에서 쓰는 미사포나 이슬람 교도들의 히잡이 여성의 머리를 감추는 것은 순결을 상징함과 동시에 여성의 긴 머리카락이 남성들에게 일으키는 성적 충동을 방지하는 의미도 있다. ‘스포츠카와 긴 생머리’라는 일반적인 도시남성의 판타지에서 알 수 있듯 젊은 여성의 칠흑 같은 긴 머리는 평범한 남성들에게도 페티쉬를 일으킬 만큼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아리따운 긴 머리가 한밤중에 소복이나 긴 손톱과 결합했을 때 그것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이미지 중 하나로 탈바꿈하게 된다. 단발이나 파마머리(-_-)를 한 사다코를 상상해 보라. 검고 긴 젊은 여성의 머리카락은 이제 공포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토템으로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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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쿠스테>의 백미는 첫 장면에서 야마자키가 시체로부터 머리카락을 잘라내려 할 때 그에게 버림받은 다른 시체들이 그를 쳐다보는 부분인데 안타깝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정도의 임팩트를 주는 장면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중심이라고 할 두 인물-머리카락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의 오스기 렌과 이와 반대로 얼굴이 갖는 강렬한 이미지에 비하면 지나치게 얌전한 캐릭터를 연기한 쿠리야마 치아키는 오히려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고 역시 이야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코와 마미의 관계도 전체 극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영화의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야마자키의 집에서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는 머리카락의 비주얼이나 그 머리카락이 희생자들의 신체의 여러 부위들을 통과하면서 살인을 벌이는 장면은 투박하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를 연상시킬 만큼 자극적이다. 아예 최대한 시각 효과 쪽에 역점을 두어 머리카락의 활약상(!)에 집중하는 게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소재로서만 활용된 원신연 감독의 <가발>과는 다르게 소노 시온 감독의 <에쿠스테>는 아예 머리카락을 전면에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가발>에 비교해서도 그리 무서워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가발>에서 벽에 걸린 가발이 저절로 툭 떨어질 때의 그 서늘한 느낌이나 도시괴담을 인용한 <전설의 고향>의 뒷머리 속 얼굴의 공포. 그런 것이야말로 일상 속 머리카락의 이미지가 환기시키는 진정한 공포가 아닐까?

Posted by 이웃집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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