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걸 베끼면 어떡하니?"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다 보니 기사를 베껴 쓰는 일은 흔하다. 의도적으로 베껴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이의 글을 읽고 잔상으로 남은 상태에서 무의식중에 문장을 옮겨 오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글을 쓴 본인이 자기 글을 베낀 것을 접하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문제는 빡 돌아서 "당신 내 글 베꼈지!"라고 항의를 하면 잘 안 먹힌다는 거다. 심지어 역으로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기사를 베껴 쓰고 나면 일단 안면몰수 잡아떼는 게 순서다. 기자 체면이 있지, 어떻게 순순히 시인을 하겠는가. 그러니 한 문장 정도는 명백하게 베껴 가더라도 뭐라고 하기도 힘들다. 정말 빼도 박도 못한 상황이 되면 위기 모면의 사과라도 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으로 보긴 힘들다. 글을 쓰다보면 비슷하게 쓸 수도 있는데 유별나게 지랄이삼 ㅋㅋㅋ...(이렇게 말을 한 이도 있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 태국 공포영화 관련 글을 기고를 했다. 올해 갑작스레 극장가에 태국산 영화들이 줄을 지어 개봉을 하고 있어, 그 현상에 대해서 정리한 글이었다. 이 기사가 온라인에 올라온 것은 6월 18일이고, 7월 1일경 미디어다음의 영화 기사 가운데 하나를 읽다가 익숙한 내용을 접했다. 태국 공포영화에 대한 기사였는데, 경향신문에 썼던 글을 거의 요약하는 식으로 정리를 해놓은 것이었다. 해당 매체는 뉴스엔이고 기사를 쓴 이는 조은영 기자였다. 아래는 기사 일부를 인용한 것이고 전체 내용은 '전문은 여기 클릭'을 해서 보면 된다.
공포영화의 계절 여름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다양한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지만, 예년과 달리 특이한 변화가 있다. 충무로 공포영화의 제작이 주춤해지면서 그 빈자리를 태국 공포영화들이 채우기 때문이다. '바디' '카르마' '카핀'과 같은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느낌의 태국산 공포영화가 올 여름의 주인공이다. / (전문은 여기 클릭)
경향일보에 쓴 글 가운데
태국 공포영화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98년에 제작된 소우칭 스리스팝 감독의 '303 연쇄살인사건'이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면서다. 남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에 얽힌 비밀을 다룬 영화는 당시 국내 공포영화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303 연쇄살인사건'은 꽃미남 배우들의 대거 출연과 이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이국적인 정취,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일본 공포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태국 공포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듯하더니, 후속타가 없어 반짝 열기는 금방 식어 버렸다. 몇 년 후 팡브러더스의 '디 아이'가 소개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 (전문은 여기 클릭)
뉴스엔 조은영 기자의 기사 일부
태국 공포영화 중 국내에 처음 소개 된 작품은 꽃미남들이 대거 등장했던 소우칭 스리스팝 감독의 '303 연쇄살인사건'이다. 물론 당시는 극장 개봉이 아닌 비디오로 출시됐지만 일본 공포영화와는 다른 매력으로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중략) 하지만 본격적으로 태국산 공포영화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 아시아 국가를 강타했던 팡브러더스의 '디 아이'다. / (전문은 여기 클릭)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 이들에게 두 기사를 보여주고 의견을 물으니, 공통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요약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베껴 쓴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함인지 나름 노력을 했겠지만, 전체적인 글의 구성과 내용을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포털 사이트에서 "태국 공포영화"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꽤 많은 기사들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303 연쇄살인사건>을 언급한 것은 위에 두 기사에 불과하다. 영화 소개에 들어가 있는 "꽃미남 배우의 대거 출연"에 관한 부분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포털 사이트의 '비슷한' 기사 검색 결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공개적으로 다루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저작권을 준수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기자라는 신분으로 남의 글을 슬쩍 가져가서야 되겠는가. 제 아무리 기사 베끼는 일이 흔해졌다곤 하지만, 같은 포털 사이트에 컨텐츠 서비스가 되는 글을 무슨 생각으로 요약을 해서 갖다 썼는지를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하루에도 수십 개, 수백 개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니 금방 묻힐 거라고 생각을 한 것일까? 일부 기자들의 이런 행위로 멀쩡하게 일 잘하는 기자들조차 도매급으로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익스트림무비를 방문하시는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구하고 싶다. 이것이 괜한 나만의 오버 해석인지, 아니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지... 표절 기사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이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 그에 관한 내용도 좋다. 수고스럽겠지만 해당 링크된 기사를 짬을 내어 읽어보신 후 의견을 남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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