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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친구가 될 수 없는가.

2008년은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반대로 유태인과 서구 열강에 의해 그 곳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이 쫓겨난 지 6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건국 60주년과 나크바 60주년의 명암이 엇갈린 올해, 두 편의 이스라엘 영화 <레몬 트리>와 <바시르와 왈츠를>(부천영화제 개막작)이 베를린 영화제와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다. 두 영화는, <레몬 트리>의 대사처럼 3천 년 혹은 60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 앞에서 서툰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대신 이스라엘의 죄의식을 건드리고, 손댈 수 없을 정도로 헝클어진 쓰라린 현실을 드러낸다.

The West Bank. 우리에겐 요르단 강 서안으로 익히 알려진 그 곳. 실제로 벌어진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레몬 트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에 위치한 레몬 농장이 진짜 주인공인 우화다. 팔레스타인 여인 살마에게 아버지가 물려준 레몬농장은 삶의 터전이다. 10년 전에 남편을 여의고 세 아이마저 곁에서 떠나보낸 뒤, 땅과 레몬 나무에 온 정성을 쏟아온 그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이스라엘의 신임 국방장관이 이사를 오면서 경계너머 이웃이 되었는데, 이스라엘 보안부는 살마의 농장이 국방장관 가족의 신변에 위험 요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나무를 몽땅 베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변호사를 구한 살마는 군사법정에 재판을 청구한 결과 패소하지만, 그에 승복하지 않고 대법원에 항고하기로 한다. 그녀의 뜻은 소박하다. 자신은 레몬 농장을 계속 지키고 싶을 따름이며, 막강한 정부라고 해서 남의 땅을 마음대로 장악하면 안 된다는 것. 이어 외국 언론과 정부가 그녀의 처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레몬 농장 스캔들은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한다. 그러나 독립국이 아니라 자치지역인 팔레스타인에 사는 여인의 대항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고, 이스라엘 장관의 안전 문제가 ‘직접적이고 절대적인’ 우위에 있음이 끝내 재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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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트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에 설치된 장벽이 내뿜는 폭력성의 알레고리다. 이스라엘이 안보를 빌미로 2002년부터 건설 중인 700여 킬로미터의 거대한 분리 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심리적, 경제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괴물이다. 인종 차별은 물론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장벽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힘을 앞세워 장벽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 유태인과 열강이 결합해 만든 폭력적 결과물인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60년 동안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초래했으나, 비극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나무를 베어낸 텅 빈 공간을 <레몬 트리>의 결말에 배치한 에란 리클리스는 문제가 또 다른 문제의 불씨가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감독이 말했던 바 <레몬 트리>는 딱딱하고 건조한 정치 드라마로 기능하지만은 않는다. <레몬 트리>는 살마와 국방부 장관의 아내인 미라가 무언으로 공조하는 여성 드라마로서도 감동적이다. 살마의 고통은 철권 정부에 저항하는 데서 오는 게 사실이지만, 그간 농장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살았던 그녀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정신적 테러에 직면한다. 몇몇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살마가 연하의 변호사에게 연정을 품었다고, 죽은 남편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고, 그리고 여성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국제) 사회에 노출되었다고 보복을 경고한다. 게다가 막막한 그녀의 형편일랑 아랑곳하지 않던 그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제안한 보상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앞세운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냉담은 살마에게 보이지 않는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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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아내인 미라는 살마의 딱한 현실에 동감하면서도 잘나가는 남편의 발목을 잡을 용기는 없었다. 농장에서 불쑥 등장할지 모르는 테러범이 내심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감히 행동하지 못하는 도덕적인 이스라엘인과 진실의 편에 서기를 망설이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살마와 반대로, 미라는 영화 내내 갈등을 거듭할 뿐이다. 살마를 보며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동시에 느끼던 그녀는 3천 년 묵은 문제의 무게로부터 해방되는 순간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녀에게 진정 필요한 건 거부의 몸짓이었다.

<레몬 트리>는 이스라엘 감독이 만든 이스라엘 영화다. 이 영화의 미덕은 팔레스타인에 관용을 베푸는 척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데 있다. 우리는, 현실 정치의 문제란 절대 쉽게 풀리지 않는 법이며, 문제의 해결에는 수많은 희생과 아득한 시간이 필히 요구된다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다. 변화는, 당연하다고 여긴 대상과 생각을 부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레몬 트리>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희망이 피어날 거라고 말한다. 어딘가 낙관의 씨앗을 품고 있는 씁쓸한 결말은 (혹자에겐 나이브해 보일) 영화의 메시지를 강한 힘으로 뒷받침한다.

★★★☆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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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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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리어스 2008/06/30 03:04

    리뷰만으로 봤을땐
    이스라엘 감독의 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바라보았는데도
    내제한 문제를 깊이있게 표현하고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의 모습을 잘 집어 보여준 영화인듯 느껴지네요

  2. 나그네 2008/06/30 03:07

    이분 글 오랜만에 올라오는군요..
    심후한 내공이 깃든 글이어서 애독자였는데...
    아주 냉정한 시각의 영화로 생각이 되네요..
    개봉을 하면 찜해두겠습니다.. ^^

  3. 티엘린 2008/06/30 10:26

    이 두민족의 갈등은 언제까지 이어갈까요??
    보기만 해도 답답합니다...
    사람이 욕심을 버릴순 없겠지요.. 그것이 본능일겁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관용과 사랑을 배풀수 있는 것또한 본능이라 생각됩니다..
    두민족다 더큰 본능에 사로잡혀 서로를 이해했으면 합니다..
    뭐 우리도 문제가 없는게아니라 심각해서 그런가..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볼수 있게하는 영화 같네요...

    • D 2008/10/25 10:23

      당사자라 하더라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한일관계를 떠올려보면 더더욱 어려운 문제죠

  4. 홀쭉이 2008/06/30 13:22

    좀 생뚱맞은 얘기지만...
    전 커피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안먹습니다.
    스타벅스회장이 극우 시오니스트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