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정기를 빼앗는 거머리 여인의 복수
(스포일러가 있지요.)
준 탈보트의 남편 폴은 정말 형편없는 사람입니다. 준을 구타하거나 바람을 피운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아내를 모욕하고 구박하면서도 약간의 희망을 미끼 삼아 이용하는 데에 도가 텄습니다. 절대로 같이 살아서는 안 되는 부류의 인간인데, 준은 몇 년 동안이나 그런 인간을 참고 살아왔지요. 그 놈의 정이 뭔지.
준이 맘을 굳게 먹고 이혼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폴이 또 다른 희망 비슷한 걸 들고 찾아옵니다. 굉장히 늙은 흑인 여자 말라가 자신이 150살이 넘었다면서 폴에게 희귀한 가루약의 샘플을 주었던 거죠. 이 약과 특별한 다른 재료를 섞으면 노화 과정을 거꾸로 돌릴 수 있습니다. 폴은 아프리카로 가서 그 여자의 종족을 만나러 가는데, 아내도 필요하다고 데려가죠. 아직도 사랑이 남아서? 아뇨, 폴은 순전히 실험대상으로 준이 필요했던 거예요.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그 비밀의 재료는 남자의 송과선 분비액이었던 거죠. 그 약을 먹는 여자가 젊어지려면 남자 하나가 죽어야 했던 겁니다. 그리고 준이 자신을 위해 죽을 남자로 누굴 선택했는지 말할 필요가 없겠죠?
영화는 여기까지가 가장 좋습니다. 관객들이 박수치고 좋아할만 해요. 굉장히 통쾌한 복수담이죠. 자길 버러지 취급했던 남편은 시체가 되어 뒹굴고 있고, 자신은 스무 살 정도 젊어져서 새로운 인생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그냥 이렇게 끝났어도 좋았을 거예요. 게다가 여기까지는 연기도 좋아요. 준을 연기한 콜린 그레이는 가끔 지나치게 징징거리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만하고 폴 역의 필립 테리는 정말 얄밉지요.
하지만 준이 마을을 탈출한 뒤부터는 이야기에 마구 억지가 섞입니다. 약의 효과가 일시적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약효가 풀리면 원래나이보다 스무살이나 서른 살 정도 늙어버리는 건 뭐죠? 순전히 준에게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살인을 저지르게 하기 위해서죠. 그 뒤로 영화는 약물 중독에 걸린 뱀파이어 스토리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그건 이 영화가 <드라큘라의 신부들> 미국 상영시 동시상영용으로 제작되었던 B무비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될 듯합니다. 영화의 내용과 설정은 <드라큘라 백작부인>과 더 닮았지만요. 하여간 이 부분은 의무방어전 같아서 별 재미가 없습니다. 제대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엔 너무 짧기도 하고요. 한 20여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요.
영화의 분장. 당시 기준으로는 좋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식의 노화 분장은 괴물 분장과는 달리 세월이 지나면 약발이 닳습니다. 후배들의 테크닉은 일취월장하는데, 그걸 커버할만한 예술적 창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적으니까요.
기타등등
전 콜린 그레이가 중년 분장했을 때가 더 예뻐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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