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미덕을 잘 살린 TV 시리즈
‘사라 코너’가 TV로 돌아왔다. 사라 코너가 사라진 앙꼬없는 찐빵과 같던 <터미네이터 3>을 보고 침울했던 영화광들은 ‘터미네이터’가 아닌 ‘사라’가 주인공인 <사라 코너 연대기>를 통해서 조금은 그때의 우울함을 달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주지사로 변신한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여전사 린다 해밀턴의 얼굴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이 스핀오프에서는 이두박근 대신 모성애가 강화된 사라(레나 헤디)와 3편의 T-X보다 능력은 떨어지나 백치미가 첨가된 매력적인 틴에이저 터미네이터(썸머 글루)를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레나 헤디가 연기하는 주인공 사라 코너와 새로운 터미네이터 ‘카메론’(1편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대한 오마주? -_-)은 20년의 세월 때문에 구닥다리의 재탕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던 이 TV물의 구미를 당기게 해주는 캐릭터다. T-1000이나 T-X에 비해 외형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한 듯이 보이는 카메론은 SF 영화의 오랜 불문율인 로봇 3원칙을 거침없이 무시하며 호기심 왕성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신세대(?) 사이버다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멀리서는 <메트로폴리스>의 마리아와 가깝게는 <바이센테니얼 맨>과 <A.I.>의 로봇-에고의 청춘 버전인 그녀는 Ep.7에서는 예술에 대한 집착(발레리나 사이보그?)까지 드러내며 스카이넷 못지않는 진화의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녀는 2편에서 T-800이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를 어느 정도는 계승하면서 <사라 코너 연대기>를 음모론적 관점으로 풀어갈 내러티브상의 핵심 칩을 장착한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러나 ‘카메론’이 인간적으로 변모된 만큼 상대적으로 스카이넷이 파견한 터미네이터들의 강력함 또한 반감된 것은 이 <사라 코너 연대기>가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다. 본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서스펜스의 원천은 ‘에너자이저’와도 같이 지칠 줄 모르는 터미네이터들의 지긋지긋한 추격과 도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으나 드라마 속 '그들'은 ‘사라 코너’ 일행의 발 빠른 대처에 비하면 조금씩 떨어지는 순발력으로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것은 <터미네이터>의 드라마화 과정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터미네이터> 1, 2편이 글자 그대로 ‘끝장내려는 자’와 ‘살아남으려는 자’간의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이었다면 <사라 코너 연대기>는 미드의 전형적인 특징인 ‘인물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갈등 구조’에 집중하면서 액션-스릴러에서 드라마-스릴러로 변모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야기의 무게중심 또한 터미네이터들 간의 대결구도보다는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한 모자의 적극적인 투쟁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코너 모자 또한 이전 영화들에 비해 능동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터미네이터 3>은 잊혀져 가던 호쾌한 아날로그 액션을 부활시킨 대신(이 경향은 후에 <다이 하드 4.0>, <람보 4: 라스트 블러드>,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등으로 이어진다) 이 시리즈의 핵심요소인 서스펜스를 포기했다. 게다가 성장한 존 코너와 그의 여친 케이트는 더할나위없이 무기력해 보였다. T-X 또한 2편의 T-1000이 주었던 신선함과 카리스마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결국 제작비는 모두 물량 공세로 채워진 느낌이었다. 반면에 <사라 코너 연대기>는 스펙터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캐릭터에 집중함으로써 1, 2편의 향수에 젖은 골수팬들에게 나름의 호소력을 발휘한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클래식 시리즈는 마치 유기체와도 같이 각각의 영화가 갖는 독립성 못지않게 전후편의 연계성이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에이리언 4>나 <엑스맨 3>, 그리고 <터미네이터 3> 등이 그 물량과 스케일과는 관계없이 골수팬들의 비판을 받은 것은 바로 전작의 감독들과는 동떨어진 관점과 철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라 코너 연대기>는 T1과 T2가 가졌던 미덕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신선함과 미드만이 가지는 디테일한 대사빨, 스멀스멀 풍겨오는 음모론의 기운으로 팬들을 가슴 설레게 만들고 있다. 시즌 2가 기다려진다.
'리뷰 > SF / 판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다크 플로어 - Dark Floors (2008) (0) | 2008/07/22 |
|---|---|
| 미지의 세계 - The Land Unknown (1957) (0) | 2008/07/12 |
| 몰 피플 - The Mole People (1956) (0) | 2008/07/11 |
| 쵸핑몰 - Chopping Mall (1986) (4) | 2008/07/03 |
| 모놀리스 몬스터즈 - The Monolith Monsters (1957) (0) | 2008/07/03 |
|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연대기 - 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 (2008) (7) | 2008/06/27 |
| 사이클롭스 박사 - Dr. Cyclops (1940) (1) | 2008/06/24 |
|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 The 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 (2008) (5) | 2008/05/10 |
|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 The 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 (2008) (46) | 2008/05/09 |
| 이블 에이리언 - Evil Aliens (2005) (5) | 2008/04/02 |
|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2 : 스크루플라이 - The Screwfly Solution (2007) (0) | 2008/03/08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트랙백 주소 :: http://extmovie.com/trackback/5610
-
Subject: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연대기 - 마침표를 찍지 못한 인간과 기계의 대결
Tracked fr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2008/06/27 16:09 삭제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는 감독 자신에게나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에게 있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 준 잊지 못할 작품이다. 나중에 카메론 감독은 2편을 통해 자신의 놀랍도록 창조적인 작품을 '완벽하다'는 감탄이 나올만큼 치밀한 완성도를 자랑하며 완결시켰고, 속편에 대한 팬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나는 2편을 통해 할 이야기를 다 끝냈다'며 3편의 제의를 거절했다. (실제로 '감독판' [터미네이터2]에선 내용상으로도 '터미네이터'가 완전히..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낮게 나와 시즌2가 나오긴 힘들 것같네요...
재밌을 것 같던데... 시청률이 낮게 나왔다니 안습이네요..T_T
보고싶어요..시즌1이라도 방영해 주면 좋겠습니다..
대열이형을 익스트림무비에서도 뵐수 있다니 반갑네요..
앞으로 좋은 글들 부탁드립니다..^^
XTM에서 방영해 준다고 하는 군요.
자세한 것은 XTM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을 겁니다.
아마 종일 방송할 거 같은 분위기던걸요
티비시리즈물로도 나온걸 몰랐네요
재밌을 것 같은데요 ^^
드디어 우리 나라 방송 타는건가요??
시즌 1이 초반은 인기가 있었는데 뒤로 가면서 인기가 좀 없었습니다. 그래도 터미네이터라는 소재 때문에 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많이 계시던데...저도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최근에 새로운 시즌을 내놓을거라 했습니다. 아마 시즌1으로 마무리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던거 같네요! 좀 더 보완을 해서 내놓으면 인기를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인기를 끌기에는 터미네이터의 유통기간이 지나버린 듯합니다. 전 [터미네이터 3]의 아쉬움 때문인지 이 드라마가 더욱 정겹게 느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