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머리 괴물을 만나보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 상당수에 스탠 윈스턴이 참여했다. 대개의 경우 감독과 배우 이름 정도만 기억할 뿐, 다른 스탭의 이름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하나 스탠 윈스턴은 다르다. 그가 참여한 작품들은 과거 레이 해리하우젠처럼 특별한 뭔가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영화 전체적으론 실망을 한 적은 있지만, 그의 손을 거친 근사한 피조물에 대해서 실망한 적은 없다. 그만큼 스탠 윈스턴은 특별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스탠 윈스턴이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선택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영화를 잊을 수 없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던 공포영화 <펌프킨헤드>(1988)라는 작품이다. 물론 스탠 윈스턴이 감독했던 유일한 영화는 아니다. 나머지 영화들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이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본 연출 작품은 <펌프킨헤드>가 유일하다.
<펌프킨헤드>를 처음 본 것은 꽤 오래 전 유행했던 구질구질한 화질의 삐짜 비디오를(이후 정식 개봉을 했을 때 가위질로 너덜해진 영화를 보면서 많이 슬퍼했다) 통해서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영화가 스탠 윈스턴이 감독을 했음을 분명하게 인지를 하고 대여를 했었다. 영화 보기에 동참한 친구들에게 아는 척을 한답시고, 스탠 윈스턴에 대해서 주절주절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많은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놈들에겐 <터미네이터> 한 편만 얘기를 해도 감탄에 찬 눈빛으로, 곧 보게 될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날 절반은 그럭저럭 볼만했고, 나머진 자기 취향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나는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아주 냉정하게 본다면 <펌프킨헤드>는 꽤 볼만한 영화이지, 몬스터 장르의 세계에서 오래도록 남아있을만한 대단한 수준은 못된다. 그래도 독특한 개성과 색깔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음미할만한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특이하게 생긴 외형의 괴물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설정에 매료되었다. 내게는 <터미네이터>가 보여준 뼈대도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더럽게 못생긴 이 몬스터에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이 괴물은 외모도 사악하지만, 하는 짓거리는 더 악랄했다.
<펌프킨헤드>의 내용은 단순하다. 오토바이에 치어 죽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서 전설 속에 존재하는 '펌프킨헤드'를 마녀의 도움으로 불러낸 아버지의 복수극이다. 복수는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뼈에 사무친 원한이 선행 되어야 하는 상황이 매력적이었다. 감독이건 스탭이건 스탠 윈스턴이 관여한 영화중에서 유난히 이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특수 분장, 시각효과, 모형 제작과는 상관없이 순수하게 연출과 이야기로 승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호박머리의 괴물 모습만 떠올리지만, 나는 스탠 윈스턴이 직접 각본을 쓴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아들의 복수를 위해서 괴물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그게 더 큰 재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여기엔 아버지 에드 역으로 렌스 헨릭슨이 열연을 한 것도 큰 영향을 차지한다. <펌프킨헤드>는 스탠 윈스턴의 첫 연출작으로 괜찮은 작품이다. 큰 흥행은 못했지만 시리즈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고 이후 3편의 속편이 더 만들어졌다. 물론 후속 작품들은 스탠 윈스턴이 만든 1편에 미치지 못했다.
<펌프킨헤드>를 좋아하는 것은 나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공포와 관련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배합이 된 탓이지만,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탠 윈스턴의 그림자를 계속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칼럼
2008/06/22 - [기획 / 특집/칼럼] - 할리우드 영화의 거목 '스탠 윈스턴'
'기획 / 특집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완 맥그리거, 휴 잭맨의 스릴러 '더 클럽' (10) | 2008/07/01 |
|---|---|
| 홍콩의 옛 정취를 담은 두기봉의 '스패로우' (20) | 2008/06/27 |
| 미이케 다카시의 범작 '크로우즈 제로' (13) | 2008/06/26 |
| '소림축구'의 속편? '소림소녀' (35) | 2008/06/24 |
| 할리우드 영화의 거목 '스탠 윈스턴' (5) | 2008/06/22 |
| 스탠 윈스턴의 감독 데뷔작 '펌프킨헤드' (2) | 2008/06/22 |
| 스탠 윈스턴의 충격적인 특수효과 '괴물' (33) | 2008/06/22 |
| 아시아 수퍼히어로의 세계 (37) | 2008/06/21 |
| 슈퍼히어로의 시대적 변천사 (5) | 2008/06/19 |
| 서극 감독의 새로운 시도 '실종' (17) | 2008/06/18 |
| '둠스데이' 오마주 열전 (19) | 2008/06/17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대지극장에서 봤던거네 ㅋㅋ
대지극장이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