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도구가 된 유태인 위폐범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는 베른하르트 작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영국 파운드화와 미국 달러화를 대량으로 위조하는 거였죠. 연합군의 화폐를 만들어 돈도 벌고 적국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간다! 야비하지만 나쁘지 않은 계획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크루거가 이 계획을 위해 동원한 전문가들이 모두 수용소에서 차출한 유태인들이었다는 겁니다. 왜였을까요? 아마, 비밀 유지가 쉬웠기 때문이겠죠. 필요가 없으면 그냥 죽여버리면 되니까.
<카운터페이터>가 바로 베른하르트 작전을 다룬 영화입니다. 아돌프 부르거라는 사람이 쓴 회고록이 원작인 모양인데, 실존인물 부르거와 영화 속의 부르거가 얼마나 닮은 사람인지, 그 묘사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에 나온 것과 같은 사람이라면 좀 민망하겠죠. 이 영화의 부르거는 융통성없는 고결한 이상주의자인 레지스탕스 영웅이거든요.
부르거는 영화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살로몬 소로비치라는 전문위폐범인데, 그는 당시 유태인 전문가들의 리더였던 솔리 스몰리아노프가 모델입니다. 브루거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름이나 설정이 조금씩 바뀌었지요. 하긴 옳은 일만 하는 브루거보다야 인간적 결점이 많은 보통 사람이 주인공에 더 잘 어울리죠. 그가 영국 정부도 속일 수 있는 근사한 위폐를 만들 수 있다면 더욱 그렇고요.
<카운터페이터>는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처럼 포로수용소의 잔인함을 집중적으로 그리지는 않습니다. 그랬다면 사실도 아니었겠지요. 베른하르트 작전에 투입된 유태인들의 대우는 꽤 좋았거든요. 게다가 그들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해피엔딩이었습니다. 계획대로 총살되기 직전에 독일군은 연합군에 쫓겨 달아났고 이들은 대부분 살아남았어요. 이들이 겪는 고민은 대부분 심리적인 것입니다. 자기네들이 쓸모 없어지면 언제든지 처형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바로 담너머에서 동족이 고문당하고 죽어가는 동안에 자기들은 나찌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죄책감.
이 갈등은 소로비치와 부르거의 대립으로 구체화됩니다. 레지스탕스 전사였던 부르거는 나찌를 위해 달러화를 만드는 건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작업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소로비치는 자신과 동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뭐든지 할 생각이죠. 이 딜레마는 고민스럽습니다. 물론 크게 보면 부르거가 하는 일은 옳습니다. 하지만 나찌가 6일 동안 달러를 만들지 않으면 동료들을 쏴죽이겠다!라고 협박하는 와중에 정말 원칙만 따지고 싶습니까? 자기 목숨이야 그렇다고 쳐도 남들은요? 영화 속의 부르거는 망치로 쳐도 꿈쩍 않는 인간인지라, 이 고민은 대부분 소로비치가 짊어집니다.
이들의 고민은 그렇게까지 깊이있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그건 캐릭터들이 실화의 굴레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어서 대립 자체를 넘어서면 그릴 사건이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대신 가짜 영국돈과 미국돈을 만드는 작업은 구경할만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종종 수용소를 무대로 한 범죄물처럼 보여요. 사실 범죄물 맞습니다. 물주가 국가였을 뿐이지.
<카운터페이터>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소재가 흥미롭고 페이스나 러닝타임도 적절해서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처럼 지치는 구석이 없죠.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가 이런 장르에서 요구되는 깊이와 무게를 어느 정도 놓쳐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전 오히려 부르거의 캐릭터를 축소하고 어느 정도 창작의 자유를 허용해 소로비치의 캐릭터를 확장했다면 더 결과가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타등등
이들의 이야기는 조셉 L. 맨키위츠의 <다섯 손가락>과 연결됩니다. 그 영화의 결말이 어땠는지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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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카운터 페이터 (The Counterfeiter, 2007) - 80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인 유태인 수용소 영화.
Tracked from Chandler's 영화&피아노 이야기 2008/06/20 21:58 삭제카운터 페이터 (The Counterfeiter, Die Falscher, 2007) 드라마.전쟁 / 오스트리아.독일 / 98분 감독 슈테판 루조비츠키 출연 칼 마코빅스, 오거스트 딜... 2차대전 당시 독일군들이 손재주가 좋은 유태인들로 하여금 영국.미국 화폐를 위조하게 한다는 전쟁.드라마 영화.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차지했던 작품으로 감동이나 스케일 면에서는 많이 부족하지만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와 많이 흡사하다.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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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었죠.
영화 보는 내내 경탄의 연속이었습니다. ㅎㅎ
위조범이 아니었더라면 훌륭한 화가로 이름을 남겼을 분.
비밀댓글 입니다
수입사에서 정한 국내 개봉명이 카운터페이터니
발음이 틀리더라도 감안할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