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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밌는 추억의 액션 로망

닐 마샬의 <둠스데이>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화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그 다른 영화들을 그저 ‘베낀’ 것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그 많은 영화들에 오마주를 바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선택은 물론 관객의 몫이다. 그런데 www.rottentomatoes.com에 실린 Rich Cline의 기사를 보면, 닐 마 샬은 <둠스데이>를 만들면서 자신이 오마주를 바치고 싶은 영화들의 목록을 열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영화들을 후기-묵시록적(post-apocalyptic) 영화라고 불릴 만한 작품들이다.

그는 당당히 “처음부터,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들에 내 영화로 오마주를 바치기를 원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또 “자신의 영화가 70,80년대의 그 영화들을 접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에게 그 영화들과 같은 스릴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액션과 피와 gut(이 단어를 어떻게 번역하면 적당할까? 사전에는 ‘창자, 내장, 본질, 핵심, 용기’ 등의 뜻이 열거되어 있다. 한국어로는 옮기기 힘든 단어라고 생각된다)의 수위를 높였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가 밝히고 있는 영화들의 목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매드 맥스 2>(The Road Warrior,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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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마샬은 <매드 맥스> 시리즈 세 편 중에서 두 번째가 이런 종류의 영화들 중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이것은 좀 의외이다. 어쨌든 카 체이싱 장면은 두 번째가 최고 아닌가? 난 고등학교 때 대전의 한 극장에서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티나 터너가 나왔던 이 세 번째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이 감독 역시 이 세 번째 영화 <매드 맥스 3>(Mad Max Beyond Thunderdome)의 여러 요소들이 쓰레기 같지만 그래도 꽤 좋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긴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다.

첫 번째에서는 처음에 카 체이싱 장면이 좋았다고 한다. 아, 이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 감독은 <둠스데이>에 나오는 모호크족의 분장은 여기서 따왔다고 우회적으로 말한다. 즉, 당신이 지구가 멸망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면 비단 옷이 아니라 가죽 자켓을 입을 것이다. 그 때는 누구나 펑크족처럼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게 쿨(cool)해 보이니까!

닐 마샬이 덧붙이기를, 이 영화들에서 멜 깁슨은 매우 완벽했는데,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둠스데이>에서 이든 싱클레어 역할을 맡고 있는 로나 미트라도 역시 말을 별로 하지 않는데, 이것은 멜 깁슨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다.


<뉴욕 탈출>(Escape from New York,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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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마샬은 자신의 영화가 이 영화에 거대한(huge) 오마주를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예전에 프랑스 영화잡지에서 존 카펜터가 했던 말을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 존 카펜터는 미국에서는 거의 깡패 취급을 받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작가’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 미국 평단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것이다. 왜 같은 영화를 두고 미국과 프랑스의 평론가들은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일까? 사실 ‘까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였던 프랑수와 트뤼포나 에릭 로메 등이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하워드 혹스와 같은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미국 평론가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든 존 카펜터가 만들어낸 장벽 때문에 고립된 지역에서 갱들의 전쟁이라는 컨셉은 <둠스데이>에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아나키스틱한 분위기는 닐 마샬이 재현하고 싶어 했던 것이었다. 이든 싱클레어와 스네이크 플리스켄은 당연히 연결된 캐릭터이다. 이든 싱클레어는 스네이크 플리스켄처럼 안대를 하고 나오지는 않지만, 그 한 쪽 눈은 카메라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는 법이니까.


<엑스칼리버>(Excalibur,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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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후기-묵시록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 닐 마샬은 이 영화가 그런 종류의 영화들과 같은 에토스를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엑스칼리버>가 보여준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둠스데이>에서 재현해보려고 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는 아직도 놀라운 풍광을 지닌 숲들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것들은 지금 박물관이 되어 있다. <둠스데이>를 촬영한 성도 자세히 보면 이런저런 팻말이 붙여져 있다. 화장실이나 출입문을 표시한 것들인데 엄밀히 따지면 옥에 티는 아니다. 시대적으로 과거가 아니니까 말이다.


<워리어>(The Warriors,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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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힐의 이 영화는 몇 년 전인가 한국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있다. 닐 마샬은 월터 힐의 영화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는 도시 안에서 미쳐 날뛰는 갱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그것은 무섭기도 하지만 웃기기 때문이다. 그는 또 다른 갱영화를 예로 드는데 그것은 월터 힐의 또 다른 영화인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이다. 나는 이 영화 역시 대전의 허름한 극장에서 본 기억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다이안 레인이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극장에 있는 조명들이 싸구려 나이트처럼 보이게 하려고 번쩍번쩍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촌스러운 극장의 배려였다.


<노 블레이드 오브 그라스>(No Blade of Grass,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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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 와일드(Cornel Wilde)라는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난 못 본 작품이다. IMDb를 보니 런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져 주인공이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북쪽으로 피신한다는 내용인가 보다. 그 과정에서 오토바이를 탄 갱들과 적대적인 군인들을 만나는 모양이다. 이런 내용은 영화들은 많이 있었다.

닐 마샬은 <28일 후>와 <28주 후>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straight-faced(사전을 찾아보면 이 단어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이다)하다고 말한다. 감정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이어지는 말은 <둠스데이>를 매우 재미있게(fun)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자신의 영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사실 그렇다. <둠스데이>는 재미있는 영화는 될 수 있어도, 심각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욕심은 없는 영화이다.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관객들도 물론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메가 맨>(The Omega Man,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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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시가 텅 비는 영화가 닐 마샬이 좋아하는 하위장르라고 한다. 지금의 세대가 가지고 있는 영화는 <28일 후>나 <나는 전설이다>이다. 그런데 <둠스데이>의 이 감독은 더 gritty(사전을 찾아보면 ‘자갈이 섞인’이란 뜻이다)하고 어두운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소년과 개>(A Boy and His Dog,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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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Q. 존스(LQ Jones)라는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물론 처음 듣는 작품이다. 한 소년이 개와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내용의 영화인 것 같다. 주인공 소년과 개는 영화의 마지막에 한 소녀를 먹어치우는 모양이다. 닐 마샬은 이 장면을 베스트 엔딩 장면이라고 말한다. 익스트림한 세계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들었을 때, 그 반응이 어떨지 대충 짐작이 간다.


<워터월드>(Waterworld,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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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마샬은 모든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scavenging하는 것 그러니까 폐기물을 수집하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또 그러면서 미래의 세계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하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물론 세상의 일들은 뜻한 바대로 되지는 않는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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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코트가 이 영화에서 정말 대단한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보여주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둠스데이>에서 이든 싱클레어는 자신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갑옷을 입은 상대와 싸움을 한다. 그는 작은 여성이 거대한 상대를 이긴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또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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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트한 영화다. 이것이 닐 마샬의 이 영화에 대한 평가다. 나 역시 알폰소 쿠아론의 이 영화에 대한 닐 마샬의 평가에 동의한다. <둠스데이>의 감독에게는 이 <칠드런 오브 맨> 다음으로 후기-묵시록적인 런던의 풍경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고민이었다. 그래서 그보다 <둠스데이>는 더 피가 넘치고 재미있어야만 했다.

관련 특집
2008/06/13 - [기획 / 특집/칼럼] - '둠스데이' 100자평에 대한 단상

관련 리뷰
[개봉작 / 예정작] -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 Doomsday (2008) by Lo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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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 예정작] - '디센트' 감독의 초박력 액션 '둠스데이' by Ryu Sang Wook

Posted by Ryu Sang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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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헐크...그 모호함과 재미....

    Tracked from 까칠맨의 버럭질! 2008/06/17 08:47  삭제

    엊그제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가 쿵푸팬더의 인기를 뒤엎을 수 있을까? 이미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의 TV 시리즈 헐크의 팬이었던 내 또래의 3,40대 관객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어린 관객까지 좋아할 지는 개인적으로는 미지수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헐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3년도에 이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더 헐크도 역시 봤지만... 이번의 헐크와 당시 헐크는 또 다른 매력들이 있다. 그에 앞서..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엘리어스 2008/06/17 02:25

    gut라.....근성 정도면 안될까요^^;

    그나저나 참 많은 영화에게서 많은 것을 물려 받은 영화군요.
    닐 마샬...확실히 근래 보기 드문 신성임에는 틀림없는듯 하네요.

  2. 예 역시 예상대로군요...전 보자마자 매드맥스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거인과 일대일 격투하는 장면은 완전히
    글래디에이터...ㅎㅎ
    참고로 전 이번 인크레더블 헐크도 오마쥬를 많이 고려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_^
    잘 보고 갑니다.

  3. 이래서 그런건가..
    영화가 너무 조잡하드라...
    돈주고 보기엔 쫌....

  4. 죄송합니다만.. 오늘 서울극장에서 하는 둠스데이 시사회 정보좀 주실분 계시나요?
    당첨 된것 보고 나중에 찾아보고 가야지~ 했는데.. 그 게시물을 찾지를 못하고 있네요 ^^
    9시 서울극장이라는것 밖에 몰라서요.
    어느분을 찾아가서 시사회권을 받아야 하는지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시사회.. 2008/06/17 10:29

    일시 : 6월 17일 화요일 오후 9시
    장소 : 서울 극장1관

    30분전에 도착을 하면 된다네요..
    1층 로비에서 티켓을 배부하니까..
    홍보사 직원분들 눈에 잘 띄니까 거기서 받으시면 될거 같아요

  6. 둠스데이를 보고 2008/06/17 11:30

    유치해 죽는줄알았다...에휴 첨에는 레지던트이블처럼 바이러스 타령하더니 나중에 그지역으로 가보니 무슨 히피족 불량배들이랑 싸우고있고;;; 이게 멍미;;

  7. 익숙해지면 그런 쌈마이한 정서가 재미로 느껴지기도 하죠..^^;;

  8. 작품 설명을 읽어보니 '소년과 개'는 할란 엘리슨이 쓴 단편이 원작인 듯 합니다. 국내에도 '최후의 날 그 후'라는 SF단편 선집을 통해 소개가 된 작품이지요. 영화는 저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원작이 된 소설은 정말 끝내줍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요. :-)

    • Ryu Sang Wook 2008/06/17 14:36

      아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원작소설을 찾아봐서 읽어봐야겠군요. 닐 마샬도 그 마지막 장면이 끝내준다고 말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위 기사에 소년과 개가 소년을 잡아먹는다고 되어 있는데, 소녀를 잡아먹는 게 맞습니다.

    • 편집 중에 실수가 있었네요..
      고쳤습니다..^^;;

    • io 2008/06/18 00:43

      할란 엘리슨의 주옥같은 기묘하고 기발한 단편들 정말 좋습니다.

  9. T T

    누구 오늘 밤 9시에 서울극장에서 하는 둠스데이 시사회에 제 대신 시사회 가실분 계시면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시사회 두장 당첨 되었는데.. 일이 생겨서 또 못가게 생겼네요.

    지난번에 못가서 이번엔 꼭 가려했는데 운도 지지리 없네요.

    010-5678-5160 / 전성구입니다.

    두분 가셔서 제 대신 보시고 오실분 계시면 휴대폰 메시지 주세요.

    이글 지우겠습니다.

  10. 시사회 잘 다녀왔습니다.

    진짜 위 영화들의 알자베기만 잘 뽑아 합친 멋진 액션영화에요.

    단, 고급 스럽고 새로운걸 바라시는 분이시라면

    매너리즘에 빠진 영화를 보실지 모르겠네요

  11. 정확한 정보를 부디 부탁드립니다.국내판 삭제개봉인지요?
    uncut 으로 표기된 113분 맞는지요?
    불법절대찬성은 아니지만 내돈주고 정식으로 봤을때의 대접이 고작 삭제판이면 어둠경로로 보는 거 장려가 아니고 뭐죠//?
    제발 정확한 정보아시는분 알려주시길.벌써 극장에 걸렸는데 넘 궁금합니다.

  12. 18세 나왔죠?
    다 나올 듯 싶은데요..

  13. 둠스데이 삭제 2008/06/19 15:11

    삭제된거 맞을걸요.. 그 대원중 한 명을 불에 태워서 스테이크 해먹는데 그 장면 통째로 날아갔어요. 너무 잔혹해서 자를수밖에 없을지도.. 그치만 어차피 성인 관객 대상이면 괜찮은거 아닌가.. 쳇..

    미국서 본 제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장면은 삭제 맞아요.. 어떤 이는 카체이스 할때 삭제가 된게 있다고 하던데.. 익스트림무비 커뮤니티에 그 얘기가 있었어요...

  14. 제길... 삭제라니... 국내 배급사 잊지 않겠다... (부들부들)

  15. 태어나서 본 영화 중에 두번째로 쓰레기 영화. 첫번째는 드림캐쳐. 매트릭스1.5편 애니메이션 있다고 해서 봤다가 영화보다 욕하기는 드림캐쳐가 첫번째. 둠스데이가 두번째.
    혹시 액션 예고편에 혹해서 가실 분. 가시면 후회합니다. 믿어주세요.
    절대 절대...어둠의 경로라도 보지 마세요. 후회하십니다. 설마 하고 이명박 뽑은 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