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잔인하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란 책이 있다. 매년 일본에서 발표된 미스터리 소설의 순위를 매겨 1년에 한 번 나오는 책이다. 일본은 물론 해외 미스터리에도 순위를 매기고 인터뷰와 비평, 에세이 등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일본 추리소설의 최근 경향을 알고 싶다면 필히 구독해야 할 책이다.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한 소설은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었다. 추리소설에도 다양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는 아무리 봐도 호러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측에서도 호러 작품에 1위를 준 것은 처음이라는 투로 밝혔다. 히라야마 유메아키는 실제로 있었던 괴담을 정리하여 책으로 낸다거나, <도쿄전설> 같은 제목의 책을 주로 냈기 때문에 호러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히라야마의 단편소설집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안 후,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아마 국내에도 출간되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 나왔다. ‘괴작’이라는 소문은 이미 들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읽기 시작했다. ‘에그 맨’으로 시작하여 표제작인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을 포함하여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까지 모두 여덟 편이 담겨 있었다. 읽는 순간의 느낌? 복잡했다. 뭔가 형언하기 힘든, 고통이 있었다. 섬뜩하다기보다는, 보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결코 돌아설 수 없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었다. 섬뜩하면서도 멋진 소설이었다.
<우부메의 여름>의 작가이자 요괴전문가인 교고쿠 나츠히코는 ‘광기에 정통한 저자가 자아내는 우아한 광기의 미궁 여덟 편. 중독이 될 것 같습니다.’란 코멘트를 던졌다. 그 말이 맞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는 어떤 고어영화 이상으로 잔인하고 엽기적이지만,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 소설의 최고 장점이라고 한다면,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광기,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파헤치고, 마구 헤집어놓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최후의 최후까지 파고들어가, 그 추악하면서도 아름다운 내면을 그대로 전시한다. 그 적나라함에, 그 광기의 선연함에 중독이 된다.
일본판 책 표지
일본에서도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양극이었다. 한국에서는 아마 혐오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구태여 그렇게 ‘엽기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물어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의 독창성은 바로 그 잔인한 묘사라고 생각한다. 꼼꼼하게 묘사된, 그 끔찍하고 잔인한 순간과 상황들을 읽어가다 보면, 그 잔인함이 결코 아주 특수하고 기이한 사람들에게만 속한 것이 아님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잔인함이야말로, 문명으로 가려진 인간의 ‘본성’임을 알 수 있다.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잔인함을 인정하고, 아니 그 잔인함이 존재하기에 인간은 문명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그 잔인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이 된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에 담긴 단편이 어떤 이야기들인지 말할 생각은 없다. 이 글에서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은 직접 읽어 봤을 때만, 그 실체를 경험했을 때만, 그 광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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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우리 서점에 진열되있긴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