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화면 이상의 감동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가 미끈하게 빠져 나올 확률은 절반에 불과하며, 그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다. 두 사람의 조합은 드라마나 호러든 관계없이 신뢰를 해도 좋다. 1천 7백만 달러의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미스트>는 짐작했던 그대로의 결과물이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평화로운 마을을 덮친 정체불명의 괴물들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전형적인 몬스터무비로, 장르 클리셰에 충실한 시각적 볼거리와 탄탄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까지 균형 있게 잡아냄으로서 긴 여운을 남겼다.
놀라운 것은 저예산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준 높은 시각효과들의 성찬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안개 속에서 걸어가는 거대한 괴물의 모습은 지금 보는 영화가 블록버스터인지를 헷갈리게 할 정도로 탁월하다. 무엇보다 <미스트>는 60년대 유형했던 클래식 몬스터무비의 완벽한 재현으로, 그 추종자들에게 진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이 매력적인 영화에 단단히 매혹당한 영화 팬이라면 DVD 발매 소식에 귀가 솔깃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스티븐 킹과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선호했던 흑백 버전의 수록이다. 컬러와 흑백 버전의 동시 수록이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스트>가 노골적으로 고전 몬스터무비에 대한 애정 어린 헌사를 받치고 있어, 흑백 버전의 수록은 굉장히 중요하다. 풍부한 색감과 폭력 장면들이 돋보인 컬러와 비교해 흑백 화면이 주는 느낌은 놀랍게도 한 수 위의 체험이다. 컬러가 잘 만든 장르영화를 본 흡족함을 준다면, 이 흑백은 고전 명작 몬스터무비를 보는듯한 감동이 실려 있다.
호러, 몬스터에 영화에서 웬 흑백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미스트>는 똑같은 장면임에도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마을을 집어 삼키는 안개의 율동, 크고 작은 괴물들의 모습,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에서 이 흑백 버전은 영상에 굉장한 깊이감과 초현실적 분위기를 한 층 더 강화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컬러를 보고 영화가 좋았다면, 반드시 흑백 <미스트>를 보시라!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음성 해설은 영화에 대한 유익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저예산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영화를 만든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집 세트를 만들면 벽을 두 개만 만든다던지, 파손된 차량을 직접 만들기 보다는 사고로 폐차될 처지의 차를 슬쩍 빌려오는 식이다. 마트 안에서 사투가 벌어질 때의 복잡한 촬영 방식의(실제 마트와 스튜디오, CG로 만든 괴물과 배우 합성, 화면 지우기의 과정 등) 해설을 들어보면 예산을 꼼꼼하게 사용했음이 실감난다.
그리고 극중 주인공 데이빗(토마스 제인)의 직업이 영화 포스터 예술가임을 기억하고 있다면 부가영상 ‘드류 스트루잔, 예술가에 대한 경의’가 흥미로울 것이다. 영화 도입부 데이빗의 작업실에서 보였던 벽에 걸린 영화 포스터들은 모두 그의 작품들이다. 그리고 감독 해설과 함께 보는 8개의 삭제 장면 모음, 지진과 화상 입은 남자, 화염방사기를 찍던 촬영장의 풍경을 담은 부록이 수록되었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흑백 버전 디스크에도 제작 과정을 담은 부가영상이 있다. <미스트>의 꽃인 크리쳐 제작과 안개 효과와 같은 시각적인 부분에 관한 내용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 특수효과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영화 연출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대해서 찡한 감동을 받은 듯이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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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흑백으로보면 더재밌을수도 있겠군
원작을 재밌게 보고 보았는지라 정말 재밌게 보았죠.
두 번 세 번 봐도 안 질리는 영화는 정말 <미스트> 가 처음이었음.
근데 참 비난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무슨 반기독교 영화라던가;;;
그 만큼 스티븐킹 원작이 철학적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반기독교나 윤리, 종교, 사상같은 것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의 군중들의 심리에 관한 것인데 말이죠...
영화 자체가 묵시론적 분위기를 많이 풍겨서 그런지 흑백이 훨씬 낫더군요. 흑백 강추!
스샷만 봐도 분위기가 좋네요.
기회가 닿는다면 흑백으로 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 "아이고, 맙소사!" 하고 탄식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텐데……. 어쩌면 스토리가 그렇게 얄궂게 흘러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선택이 너무나 어리석고 성급했다는 것을 깨닫고 오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도 처절하고 불쌍해 보였습니다.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몇 편 보긴 했지만, 이렇게 등장인물의 밑천(?)을 다 드러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참담하게 만드는 영화는 처음이에요.
하지만 앞자리에 앉아 있던 대학생은 결말 부분에서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킥킥거리며 웃더군요. 같이 온 여자친구는 어이가 없다면서 짜증을 냈구요. 나가면서 돈 아깝다고 투덜대면서 자기들 멋대로 떠드는 걸 듣고 있자니 진짜 한심하더라구요. 뭘 제대로 이해를 하긴 한 건지……. ;;;
'미스트' 기자 시사회 땐 정말이지
엄숙한 분위기였는데..^^;;
가끔 이해못할 관객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엊그제 본 도화선 일반 시사회 때도
견자단과 예성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데
킥킥 거리는 관객들은 왜 그랬는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그나저나 이 기사의 대문에 걸린 사진은 정말 언제 봐도 마우스를 멈추게 하는 흡인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절망감과 당혹감이 복잡하게 뒤섞인 토마스 제인의 얼굴을 클로즈 업한 사진. 역시 흑백으로 처리하니까 그 감정이 더 깊이있고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