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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한 즐거운 영화

지난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키사라기>는 정말 저예산 영화답다.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가 자살한 후 1년, 인터넷 팬 카페의 5인이 추도회를 하러 모인다. 그들이 모인 장소는 한 빌딩 옥상의 창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하나의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과거의 회상 장면이 나올 때, 약간의 동영상이 있을 뿐이다. 5명의 배우들만으로,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다. 줄거리만 들으면, 심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키사라기>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보다 보면 잘 짜인 이야기 속으로, 배우들의 열연에 빨려 들어간다.

1주기에 모인 키미의 팬 이에모토, 오다 유지, 스네이크, 야스오, 이치고 무스메는 미키의 컬렉션을 비교하며 열을 올린다. 하지만 오다 유지가 제기한 ‘스토커 살해설’을 듣고 상황이 반전된다. 5명 중에 범인이 있다면서 오다 유지가 추리를 전개하고 계속해서 반전이 이루어진다. 한 명을 지목하고 누명이 벗겨지면 다시 하나가 용의자로 부상하고 하면서 <키사라기>는 정신없이 흘러간다.

영화를 보기 전에 줄거리를 듣는다면, <키사라기>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심리게임이다. 그런 선입견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미키가 조금 나오는 것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5명의 남자배우들로만 이끌어가는 <키사라기>는, 의외로 마음이 훈훈해지는 휴먼 드라마다.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때로 칼을 들이대는 살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서로에 대한 이해로 돌아간다. 그리고 결국은 그들이 얼마나 아이돌 스타인 미키를 사랑했는가, 그리고 미키는 어떻게 ‘아이돌 스타’로서 살아갔는지를 깨닫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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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추리하고 자살의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사실 <키사라기>가 말하는 것은 ‘아이돌 스타’에 관한 것이다. 일본 아이돌 산업의 규모는 엄청나다. 수많은 잡지에서 아이돌 스타의 그라비아 사진을 싣고 있고 사진집과 싱글도 발매된다. 간혹은 사와지리 에리카처럼 대 스타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진집과 싱글 한 두 장 정도로 사라지고 만다. 버라이어티쇼에 고정이라도 되고, 드라마에 조연으로라도 등장할 수 있다면 그나마 성공이다. 게다가 아이돌 스타는, 성인 탤런트로 성장하기 위해 큰 관문을 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이 실패하고 은퇴하거나, 심한 경우는 AV 배우로 빠지기도 한다.

<키사라기>의 키사라기 미키는 사실 스타가 아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다. 그냥 청순함 정도로 승부하는 그저 그런 아이돌이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녀의 모든 것을 모으고, 그녀의 모든 활동을 체크하며 지켜보는 팬이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아이돌이 존재한다. 혹은 아이돌을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그런 서로의 애정과 신뢰 속에서, 아이돌은 존재한다. 그런 사소하면서도 소중한 마음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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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는 정말 즐거운 영화다. 기묘한 추리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 구성이 탁월한 무대극을 보는 느낌도 든다. 영화 전체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돌 산업에 대한 그윽한 시선도 좋다. 그런데 <키사라기>를 보고 나니, 한국의 저예산 영화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키사라기>는 작년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영화다. 다만 단관 개봉을 통해서. <키사라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저예산영화다. 한국의 저예산 영화가 오로지 ‘예술성’에만 기울어진 것과는 달리, 일본의 저예산영화는 다양한 장르에서 소수의 관객을 위한 영화를 지향한다. <키사라기>가 탁월한 예술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단히 즐거운 독특한 영화라는 것은 분명하다. 저예산영화가 반드시 ‘예술성’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오락영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키사라기>나 <박치기>처럼 즐거우면서도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한국의 저예산영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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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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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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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유인 2008/06/06 12:02

    정말 "대단히"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원작의 힘이랄까...

    개성있고 톡톡 튀고... 연출도 좋고...

    웃기면서도... 나름 미스터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영화제때 봤는데... 정말 감명깊었다는...

  2. 첨 듣는 영환데 리뷰만 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

  3. 방랑자 2008/06/07 08:43

    어라라?
    스토리만 봐서는 딱 제 취향일 것 같군요;;;;
    DVD는 안 나온답니까?

  4. 지나가다 2008/06/15 01:07

    이거 꼭 보세요.. 음지에서 구한다면 쉽게 보실수있어요..-_-;;

    암 생각없이 봤는데 다 보고나서 다시 한번보니 더 재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