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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형식, 진부한 이야기

일권, 태영, 성훈은 죽마고우인 30대 남성들입니다. 이들에겐 서로의 친구라는 걸 제외하고도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들이 모두 영어와 미국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인 일권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태영은 평생 목표였던 외시를 포기한 뒤 영어학원 선생일을 하고 있고, 성훈은 삼성 농구단의 외국인 용병을 위해 통역일을 하고 있지요. 다른 하나는 이들이 모두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여자는 연우라는 전직 중학교 영어교사로, 한국에 잠시 돌아온 일권과 선을 보아서 만난 사이이고 태영의 옛 여자친구이며 성훈의 짝사랑 대상입니다.

이 남자들에겐 공통점이 또 하나 있는데, 암만 봐도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죠. 사실 거의 혐오스럽기까지 합니다. 일권은 자신의 매력을 과대평가하는 상습적인 성희롱범이고, 태영은 뒤끝이 길고 집착이 심하며, 성훈은... 다른 둘에 비하면 단점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그냥 재미가 없습니다. 이들이 여자 하나를 두고 벌이는 짓거리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합니다. 불쾌한 성격의 한국 지식인 남성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자학 반 변명 반으로 일관하는 영화들은 한국에서 거의 장르화되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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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가 비슷한 부류의 다른 영화들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그건 형식입니다. 디지털로 일단 실사영화를 찍은 뒤 로토스코프를 거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지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웨이킹 라이프>와 <스캐너 다클리>를 생각해보세요. 애니메이터들 고생 많았겠습니다. 노가다가 전부인 영화예요.

그러나 링클레이터의 영화들과는 달리 <그녀는 예뻤다>는 애니메이션의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끔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애니메이션 없이도 충분히 표현 가능하거든요. 나머지는 그냥 불쾌한 한국 지식인 남성들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위장한 자학극이니 애니메이션은 거의 불필요하고요. 오히려 로토스코핑한 애니메이션은 드라마를 망쳐버립니다. 흔들리는 애니메이션 화면은 집중이 어렵고 평면화된 그림은 배우들의 연기를 뭉개버리니까요. 단점은 확 눈에 들어오는데 장점은 그렇지 않습니다. 2년 동안 애니메이터들을 구박하며 고생을 시킬 거라면 이보다 더 분명한 이유가 필요했어요.

기타등등

그래도 영화 찍기는 재미있었을 것 같더군요. 어차피 애니메이션으로 덮을 것이기 때문에 뒤에 스태프들이 보이는 거 신경 쓰지 않고 막 찍었답니다.

Posted by DJUNA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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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Beatmania의 느낌

    Tracked from emptyframe's me2DAY 2008/05/30 13:33  삭제

    그녀는 예뻤다. "독특한 형식, 진부한 이야기"라. '로토스코프'가 매력적인 '미녀'라 봐줘야 할듯.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스타일만으로 영화를 살릴수는 없겠지요, 이명세감독님이 그 대표적인 감독님같습니다. 저는 그분의 스타일을 좀 좋아하는 편이지만 흥행성적은 좋지않은 감독님편에 속하지요 외출검색 메이스파이더의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2. 애니메이터들 고생 많이 했죠..-_-..에효...자막에 내 이름은 올려주려나;